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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지승민과 장우림이 함께 만들어낸 '공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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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UPLE

낯선 두 물성이 섞여 완전히 새로운 물성이 탄생했어요. 바로 지승민과 장우림이 함께 만들어낸 ‘공기’ 이야기입니다.



한옥을 아름답게 꾸며 살고있는 한 방송인을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취향 좋기로 소문난 그의 집 부엌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소장하고 있는 그릇에 대한 이런저런 사연을 들을 수 있었죠. 차를 내어 준 머그에 시선이 머물자 그가 찬장을 열어 보여준 그릇들이 바로 지승민의 작품이었습니다. 우연히 그릇 몇 가지를 들이다 보니 지승민이라는 친구와 연이 닿게 됐다고 말한 그는 여전히 지승민의 그릇들을 애장할 뿐 아니라, 그로인해 맺은 인연도 소중히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2014년에 론칭한 ‘지승민의 공기’는 달항아리에 매료된 도예가 지승민이 금속공예를 전공한 아내 장우림 실장과 함께 전개해 나가고 있는 도자 브랜드입니다. 의뢰받은 작업과 개인 작업 위주로 흙을 빚는 지승민의 작업을 제대로 된 테이블웨어 브랜드로 전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바로 아내 장우림이죠. 그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후 일관되게 브랜딩을 지휘했고, 이윽고 참가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놀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어 지승민의 공기를 널리 알린 ‘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자의 원형을 계승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담긴 이 기본에 충실한 그릇들은 6년 후인 현재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유명인의 집에서도, 유명 레스토랑의 테이블에서도 이제 지승민의 공기를 그야말로 ‘공기’처럼 발견할 수 있을 정도. 어느새 동시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면면을 지승민의 공기를 통해 엿볼 수 있게 된것이죠.


얼마 전 지승민은 <파티나Patina>라는 첫 개인전에서 새로운 오브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파티나’ 컬렉션은 일상 식기로 쓰이는 ‘베이직’ 컬렉션과는 다르게 마치 금속이나 목재에서 볼 수 있는 표면의 변화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불규칙한 표면과 다소 낯설어 보이는 질감의 파티나 컬렉션 오브제들은 두 사람의 우려와는 달리 커다란 호평을 얻었고, 이로 인해 지승민의 공기는 한 단계 더 진화했습니다. 금속을 다루는 장우림의 아이디어와 흙을 다루는 지승민이 함께 구현해낸 결과물이죠. 이렇게 세상엔 혼자 서는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첫 개인전인 <파티나>를 성황리에 마쳤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조용히 소규모로, 그리고 단 열흘 간만 진행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고 들었다. 전시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여러 인연이 닿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되었다. 전시가 열렸던 가구 브랜드 스탠다드에이, 포스터를 멋지게 그려준 박은현 작가 등 원래 알고 지내던 분들과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함께 작업해보자고 말했었는데, 마침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금속이나 목재, 가죽 등의 표면은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거나 색이 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뜻하는 ‘파티나’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스탠다드에이 에서는 신제품으로 출시될 가구 중 주제에 어울리는 것들을 제공해주었고, 박은현 작가는 단 며칠 만에 파티나 컬렉션의 독특한 질감을 잘 표현한 일러스트를 그려주었다. 모든 사람들의 의 견이 하나로 모아져 재미있고 순조롭게 잘 진행된 듯하다.


지승민의 공기라는 브랜드에서는 생활 식기 라인인 ‘베이직’ 컬렉션과 완전히 다른 질감의 오브 제인 ‘파티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디자인별로 오로지 단 한 점뿐인 이 파티나 작품들을 공개했다.

보통은 광택이 도는 재질의 도자기를 생활 식기로 사용하는데, 파티나 컬렉션의 작품은 사람들이 굉장히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었다. 한 3년간 반듯한 형태와 매끈한 표면의 제품들만 만들다 보니 그것 말고도 전혀 다른 재질의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래된 물건의 물성 자체가 변화되는 것을 뜻하는 ‘파티나’는 도자기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한 질감을 표현해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파티나 컬렉션인데, 금속공예를 전공해 금속과 원석, 광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장우림 실장의 아이디어와 제안이 큰 역할을 했다.


아무래도 다른 걸 배운 두 사람이 함께 전개해나가는 브랜드이다 보니 서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잘 보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지승민 맞다. 함께하다 보면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온다. 도자기를 전공한 사람들은 매끈한 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금속을 전공한 장우림 실장이 제안한 돌이나 금속의 느낌을 표현해볼 생각조차 해본적이없다. 장우림 반대로 나는 도자기를 전공한 사람들처럼 흙, 유약 이런 기술 적인 면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파티나 같은 표면을 구현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제안하니까, 어떻게 보면 방법이 거꾸로 된 것일 수도 있다. 작가가 듣기에는 당황스러운 제안일 수 있지만 자기 스타일대로 잘 소화해냈고, 결과적으로 파티나 컬렉션이 잘 만들어 진것 같다.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로 결국 두 번째 시즌의 파티나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적절한 유약을 개발하고, 제품으로 완성해 선보일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다고 들었는데, 그 노력의 나날들이 헛되지 않을 만큼 파티나 컬렉션의 오브제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없어서 못산다고 들었다.(웃음)

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정갈하고 깔끔한 베이직 컬렉션에서 벗어나 흘러내린 유약의 모습, 표면에 보이는 질감까지 모두 다 다를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큰 갈망이 있었다. 물론 그렇게 실험적인 시도로 탄생하게 된, 디자인마다 단 하나뿐인 제품들이 대중에게 얼마나 생경할까 하는 걱정은 들었지만, 그래도 확 밀어붙였다.(웃음) 


지승민의 공기에서 나오는 제품들에 대한 신뢰가 이제 쌓일 만큼 쌓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파티나 컬렉션의 제품들은 온라인으로만 보고도 구매하고, 심지어 ‘완판’까지 됐다고 들었다. 

장우림 물론 베이직 컬렉션 역시 조금씩 계속 바뀌고 있지만, 아마 고객들도 기존 라인에서 채우지 못한 갈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작년 초 부터 선보여온 파티나 컬렉션은 SNS에 이미지만 공개하고 온라인 판매를 한 건 아니다. 워낙 표면에 불규칙한 무늬가 많은 작품들이라 온라인상에서만 보고 구매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그래서 여기 한남동 쇼룸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게 진열했는데, 올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만들어만 놓고 보여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간 미뤄왔던 온라인 리뉴얼을 통해 파티나 컬렉션들도 다 정리해 올렸다. 파티나는 사용하기 좀 까다로운 면이 있어서 판매자도 불편한 부분이 있고, 구매 하는 사람도 그걸 감수하고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파티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었다. ‘이제 도자기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한 요인인 것같다.

특히 파티나를 하면서 그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제 집 한편에 오브제를 놓기도 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집에 걸어두는 그림처럼 오브제도 필수품처럼 자리 잡게 된 듯하다.



두 사람은 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들었다. 남편인 지승민이 대표로, 아내인 장우림이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전에는 그저 연인 관계였는데 업무적으로 계속 마찰이 생기고 갈등을 겪다 보니 처음엔 진짜 잘 적응이 안됐다. 서로 정말 의견이 많이 달랐는데, 1년 넘게 그렇게 지내고 나니 그 뒤엔 좀 맞춰지더라.(웃음)


평생을 함께 살 부부인데, 1년이면 금방 맞춰진거 아닌가?(웃음) 

장우림 그땐 정말 같이 일을 못하겠어서 속이 부글부글 끓을 만큼 힘들었다. 많이 싸우기도 했고, 싸운 직후에도 일 때문에 다시 통화를 해 야하는 등 경계가 없었던게 가장 힘들었다. 반면 그런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결과물이 다 좋았기에 보람도 컸다. 개인적으로는 파티나가 그랬다. 이런 기획을 이런 방향으로 풀어봤으면 좋겠다고 제시했지만, 기술적인 면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어 그게 어떻게 나올지 나는 잘모르지 않나? 그런데 지승민 대표가 내 제안에 맞춰 여러가지 샘플을 만들어 오고, 그 중에 눈에 띌 만큼 완성도가 높은 제품들이 나왔을 때 그래도 우리 둘이 합이 잘 맞는구나 하고 느꼈다.


8월호의 주제가 마침 ‘웨딩’이다.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 그리고 유명 레스토랑 등에서 지승민의 공기 제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무엇보다 신혼 부부들의 혼수로도 인기가 높다. 부부의 인연처럼 평생 함께하는 그릇으로 쓰이게 될텐데, 지승민의 그릇을 사가는 초보 부부들에게 그릇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아무래도 한식 상차림에 많이 쓰이게 될 테니 기본적으로 밥공기와 국그릇을 기본으로 하되, 플레이트는 좀 더 재미있게 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똑같은 라인의 그릇을 놓는 것도 깔끔하고 좋지만 개인적으로 크기나 비율, 형태 등을 믹스해 사용하는걸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믹스 매치하면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만을 고스란히 가져다 차려 놓은 느낌이 아니라, 내 취향대로 모은 그릇들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더욱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장에 오는 손님들에게 우리 그릇을 풀 세트로 구매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주 기본적인 아이템만 구성해 본 후 필요하면 나중에 추가로 구매하라고 말씀 드린다. 물론 나머지는 다른 브랜드에서 구매해도 좋다. 이렇게 저렇게 매치해 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그릇 말고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물건 중 평생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끼는 건 무엇인가?

장우림 달항아리. 남편의 대학원 논문도 달항아리에 대해 썼고, 졸업 전시 때도 달항아리를 만들었었다. 남편이 만든 달항아리 중 딱 내가 원하는 형태와 크기의 작품이 하나 있어 보자마자 ‘저건 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남편이 만든 달항아리들을 쇼룸에 갖다 두기도 하는데, 여기 두면 결국 다 판매가 된다. 그 작품만큼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친정에 잘 보관해두고 있다. 지승민 제일 처음 산 가마. 지금은 여러대의 가마가 있지만, 그 가마 만큼은 평생 쓰고 싶을 만큼 애착이 간다. 불을 다루는 장비니까 처음 그 가마를 들일때 ‘사고 안 나게 해주세요’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고사도 지냈다.(웃음) 그 가마 덕에 내가 많은 일들을 해냈고, 힘든 시기도 함께 버텨왔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데 시간이 많이 흐른만큼 걔도 지금 많이 망가져서 그런 모습을 보면 되게 짠한 마음이 든다.(웃음) 정말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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