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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들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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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IS BEING AT HOME


크리에이터들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



내추럴 와인 큐레이터의 세계 요리 도전기, 플로리스트가 방구석에서 발견한 꽃의 아름다움,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을 소개한 여행작가의 북 커버 챌린지, 밀린 여행 사진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드디어 끝마치고야 만 포토그래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해야 하는 요즘, 크리에이터들이 ‘집콕’의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1. 그동안 고민만 하던 팸플릿을 제작했다. 2. 2018년 여름, 이탈리아와 몰타에 다녀온 후 사진들을 엮어 2019년에 생애 첫 사진집을 냈다.


여행 사진을 정리하는 뿌듯함을 느낀 일상 트래블

트래블 포토그래퍼 김보라 그동안 상업 사진을 찍으면서 동시에 여행 사진을 콘셉트로 하는 ‘유어블루스’라는 브랜드 작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집콕을 실천 중인 요즘엔 오히려 유어블루스를 키워나가는 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져 이때를 잘 이용해 유어블루스에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예전엔 상품을 패킹해 내보내기 바빴는데, 일상 곳곳에 액자를 놓았을 때 어떤 느낌인지 보기 위해 액자 주변에 소품들을 세팅해 간단하게 촬영도 했다. 갖고 있는 소품들을 전부 활용해 가급적 어울리게 꾸며봤더니 그대로 박제해놓고 싶을 만큼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그리고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기 위해 나만의 팸플릿도 제작했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동안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는 건 핑계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덕분에 유어블루스 브랜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 더욱 행복한 날들이었다.


3. 헤이즐넛을 넣은 브라우니. 4. 싱가포르의 좋아하는 음식점을 떠올리며 만든 치킨 사테와 야채 피클. 5. 수란과 구운 연어를 얹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로 만끽할 수 없는 봄을 접시에 담았다.


기나긴 격리 기간을 보낸 파리지엔의 세계 요리 도전기

내추럴 와인 큐레이터 에바 문 프랑스 정부가 정한 지난 55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집에서 반경 1km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 모든 출장과 가족 여행이 취소되었고, 파리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바는 무기한 영업을 중지해 외식도 가능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외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지라 유배지에 떨어진 것 같은 외로움과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매 끼니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 주방의 서랍장과 진열대가 이제 전 세계의 향신료와 식재료로 가득 차 앞으로 손님이 집에 오면 선보일 수 있는 요리의 옵션이 늘어난 건 장점, 좋아하는 음식점을 더 그리워하게 된 건 단점이다.


6. 침대에서 책 읽는 즐거움. 7. 나도 식물과 잘 살 수 있을 거란 꿈을 꾸게 한 책, <식물과 함께 사는 집>과 남아공에서 사온 나무 소재 북마크. 8. 서점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읽는 책. 9. 매일 모닝 커피를 마시며 책을 뒤적인다. 오늘은 뭘 읽을까?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나날의 북 커버 챌린지 

여행작가 우지경 7일 동안 리뷰 없이 하루 한 권 좋아하는 책 표지를 올리는 북 커버 챌린지를 하게 됐다. 집콕하느라 책 읽을 시간도 늘었는데 잘됐다 싶어 책에 어울리는 북마크도 함께 소개했는데, 재미가 쏠쏠했다. 책을 읽기 전 북마크부터 고르는 편인 데다 여행지에서 꼭 사오는 아이템 중 하나이기도 해서 그 즐거움을 대놓고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는 그냥 책만 읽기 지루해서 거실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후배와 와인을 홀짝이며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홈 피크닉을 즐겼다. ‘북크닉Bookcnic’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찾아보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많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의 일상이니까.


10. 투명 유리병 속에 드라이플라워를 넣고 보존 용액을 채우는 하바리움은 꽃잎 하나하나, 줄기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 참 좋다. 유리병을 흔들면 안에서 찰랑찰랑 춤추는 듯 움직이는 모습도 낭만적이다. 11. 안료로 염색한 카네이션과 튤립. 자연소재에 인공 안료 컬러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줘서 요즘 즐겨 사용한다.


가버리는 봄을 고이 간직하기 위한 작업의 시간 

플로리스트 박미라 1년 중 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다채롭게 볼 수 있는 봄을 집에서 마냥 흘려 보내긴 싫었다. 다른 때보다 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기대어 작업실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 작업들을 진행했다. 또 꽃들을 직접 말려 드라이플라워를 만든 후 보존 용액에 담는 하바리움 작업과 납작하게 눌러 건조시키는 압화 작업에도 집중했다. 이들 작업은 생화 작업과 달리 꽃과 식물을 수집하고 잘 손질한 뒤 건조시켜 앞으로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아마 지금 이렇게 만들어놓은 하바리움과 압화 작업은 2020년의 봄을 기억하는 데도 한몫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강제로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찬찬히 들여다보는 꽃과 식물의 모습은 여전히 견고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적 혼란 속에서도 자연을 간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흘러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ditor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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