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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 EARTH PROJECT with 길종상가

 

과연 기술의 진보를 예술이 앞당길 수 있을까? 적어도 길종상가가 갤러리아에 구현할 ‘라잇!어스’ 프로젝트를 마주한다면, 이것이 그저 허황된 소리가 아니란 걸 체감할지도. 

 

길종상가는 독특한 상점입니다. 의뢰인이 필요한 물건, 인력, 그 외에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하죠. 영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러한 콘셉트는 ‘박가공’이라 불리는 박길종을 주축으로 각 프로젝트마다 유연하게 헤쳐 모이는 재능도, 개성도 짙은 상점들(다있다, 영이네 등)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지난 2010년부터 부단하게 활동한 길종상가는 2015년부터 진행된 에르메스와의 협업으로 그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그런 길종상가의 다음 행보에 모두의 관심이 쏠릴 즈음, 그들이 갤러리아의 친환경 프로젝트인 ‘라잇!어스 Right!EARTH’를 택했습니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 존중의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갤러리아가 매년 진행하는 ‘라잇!갤러리아Right!Galleria’ 캠페인의 일환인 라잇!어스는 지구를 위해 더욱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순환 체계를 마련해 고객들이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을 다각도로 제안하는 캠페인입니다. 길종상가의 멤버인 박길종과 송대영은 이번 라잇!어스 캠페인을 통해 백화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지구를 위한 창작물을 기획해 설치·전시하고 거기에 모두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스토리를 입혀 선보입니다. 설치 작업을 하는 창작자로서 사용 후 버려지는 자재에 대한 고민과 죄책감을 늘 갖고 있었던 길종상가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층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디딘 셈. 그리고 이것은 그 새로운 전환점에 선 길종상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갤러리아와 함께 라잇!어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 중 한 팀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소감이 어떠한지?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에도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오고 있지만, 팝업이나 전시 등 기간 이 한정된 공간 작업을 하게 될 때면 ‘만들고 폐기하는’ 일이 거듭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죠. 단순히 개인 차원의 실천을 넘어 설치미술 팀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라잇!어스’라는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참여 요청이 왔을 때 흔쾌히 기쁜 마음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래의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공공 프로젝트 등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친환경적 주제로 작업하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설치 작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용 후 버려지는 자재들에 대한 고민과 죄책감이 늘 마음 한편에 존재했습니다. 종이, 지관 등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지만, 설치물 주제 자체를 자연과 환경, 지구를 지키는 행동과 실천에 집중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그저 친환경적 소재나 재활용 형태가 아닌 결과물과 거기에 담긴 스토리를 보고 누군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흥미 있는 놀이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하죠.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유통 공간에 익숙할 것 같은데요.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쇼윈도가 아닌 백화점의 중심부에 전시하는 일이죠. 기존 작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쇼윈도 내부를 꾸미는 작업의 경우, 유리 막이 존재하고 그 후면에 설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곳 이외의 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번 작업은 사방이 전부 뚫려 있는, 완벽하게 입체적인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당연히 모든 면을 꼼꼼하게 신경 쓰고 체크해야 하죠. 더욱이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또 체험하게 하는 만큼 고민의 영역이 상당했습니다.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디자인·구조적 특성이 전혀 다른 광교와 타임월드, 두 지점에 전시를 하는데요. 각각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백화점은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와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복합 공간입니다. 그러한 부분에 착안해 사람들이 실제 생활하는 장소를 주요 배경으로 설정했습니다. 전시장이 실내에 위치한 광교의 경우엔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 안 공간을 차용해 실내 운동기구, 가전제품 등 모두의 집에 있을 법한 기구들을 응용한 게 많죠. 반면 타임월드 같은 경우에는 컨테이너 박스 안이라고 해도 야외에 위치하기에 텐트 등을 활용해 캠핑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이 개발하고 있는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입니다. 태양광 로봇 청소기와 파라솔 등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구성한 점도 돋보이는데요. 실제로 그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더라구요.(웃음)

로봇 청소기는 태양광을 저장하기 위해 일조량을 계산해 집 안 곳곳을 누비고, 사이클 페달을 통한 운동에너지로 조명을 밝힙니다. 또한 태양광 패널로 만들어져 저녁이 되면 테라스를 밝히는 파라솔이 있죠. 이것은 어릴 적 과학 상상화 그리기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죠?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처럼 꾸며 그 안에서 대체에너지를 직접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에너지 순환 과정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토대로 구축한 설치물인데, 그런 생각을 벌써 했다고 하니… 일단 성공입니다.(웃음) 광교 메인의 경우는 ‘자급자족을 위한 키트’에 가까운데요. 스스로 에너지를 발생시켜 식물이 자라나고, 그 식물에서 열매가 열려 그걸 또 사람이 먹고 생활하죠. 해당 구성품만을 가지고 별다른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 게끔 하는 셈이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제품을 어떻게 작품으로 구현했고,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진행시키는 과정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예술을 넘어서 과학의 영역에 근접하는 순간도 있었을 테고.

기성 제품을 활용해 조형물을 만들었습니다. 태양열이나 페달로 전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시각화하려고 노력했고요.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비주얼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한 것이죠. 태양광을 받아서 그 에너지가 순환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게 하고자, 이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짰습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이 모든 것을 실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노벨상을 노리는 과학자가 아니라,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학적 검증보다 중요하죠. 그러한 제한이 없는 상상 속이기에 이번 작업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이제껏 과학적인 발전도 문학이나 예술에서 시작된 상상력이 싹을 틔우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영역으로 봐주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두 지점 내 굉장히 많은 스폿에 작품들이 설치됩니다. 기획 단계를 넘어서 실제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상상을 실물로 구현하기 위해 실제 사이즈를 설계하고 구조를 만듭니다. 작동이 필요 한 것이 있으면 그걸 어떻게 움직일지, 전기 라인은 어떻게 설치하고, 하중은 어떻게 할지를 계속 고민하죠. 스폿이 많다 보니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전체를 이루고 상호작용할지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코로나, 이상 기후 등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징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잦은 요즘입니다. 작가로서, 또한 지구를 공유 하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라잇!어스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를 마음속에 품고 가길 바라나요?

우리만의 상상력과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설치물이 관객들에게도 흥미롭게 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환경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어떠한 고민이라도 일단 해봤으면 합니다. ‘우리 집에도 태양광을 설치해야겠다’ ‘우리 집에도 저런 순환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혹시 이러한 제품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등 실생활에서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writer 박현민(freelancer)

photographer 고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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