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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DEAWAY JEJU # 2 제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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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DEAWAY JEJU # 2 제주 바다

 

육지 사람은 모르는, 매일매일이 다른 제주 바다의 얼굴.

 

서귀포 위미항 근처에서 해녀가 물질하기 전 준비하는 모습. 입수할 모든 채비를 마치고 일어설 찰나였죠.

 

“제주도는 똑같은 길도 계절마다 모습이 다 다르니까 아무리 다녀도 지루할 틈이 없어.” 이건 제주도에 내려간 지 1년 남짓된 우리 포토그래퍼의 입에서 나온 말. 변화무쌍한 제주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듯 아련한 눈빛으로, 마치 꿈처럼 펼쳐진 유채꽃밭을 운전해 지날 때 였습니다. 몇 박 며칠의 촬영 기간 내내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렌터카만 보면 “아, 저 육지 사람들 진짜” 하고 클락숀을 눌러대는 게 영 밉상이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육지 사람과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그는 강남의 최전선에서 사진을 찍던 사진작가입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큰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몇 년 전엔 뉴욕에 혈혈단신으로 건너가 지구의 최전선에서도 사진을 찍었었죠.

지난달 제주의 들판과 숲을 찍으러 갔을 때 오랜만에 조우한 우리 포토그래퍼는 그동안 찍어둔 수많은 제주 사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젠가 “이제 사진에 미련 없다”고 말해 우리를 소스라치도록 놀라게 했지만, 제주 도민이 되어 매일 기록해둔 바다 사진을 보니 그래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 양반이 카메라를 놓을 일은 없겠다 싶었죠. 어떤 날의 바다는 보랏빛이고, 또 어떤 날의 바다는 무지갯빛이었습니다. 어떤 날의 바다에서는 해녀를 만나고, 또 어떤 날의 바다에서는 서퍼를 만났다고 합니다. 이런 만남은, 그리고 제주 바다의 얼굴이 매일 다른 빛깔로 물든다는 사실은 단지 며칠만 내려와 노는 육지 사람은 당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의 체증을 견뎌내며 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과를 보내는 육지 사람을 어여삐 여겨, 멀리 제주에서 포토 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제주 사람이 매일 포착한 제주 바다의 변화무쌍한 얼굴, 그리고 그날의 이야기가 이 여러 장의 엽서에 담겨있습니다.

 

1. 왼쪽 밑에 오리발만 보이는 해녀가 옆 사진의 해녀입니다. 갯바위에선 낚시를 하고, 바닷속에선 해산물을 채취하는 걸 보니, 이곳이 핫플임이 분명하네요. 2. 추운 겨울 곽지해변에서 서핑하는 서퍼. 사실 제주의 겨울은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어 그렇게 춥진 않습니다. 3.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섬과 바다에 비친 빛이 너무 예뻐 제주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목에 급하게 차를 세우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비상 깜빡이를 켰지만 뒤 차에게 클락숀 테러를 당했죠. “미안합니다.”

 

1. 해 지기 전이나 낮에도 저렇게 달이 떠 있을 때가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달. 2. 애월과 곽지해변 중간쯤 어느 중산간 동네의 하늘입니다. 일주서로로 운전하고 가는데 구름이 너무 예뻐서 차를 세우고 찍은 컷 입니다. 3. 동쪽에 있는 함덕해수욕장은 서쪽보다 예쁜 노을을 보기 어렵지만, 은은하게 퍼져 있는 색감은 서쪽보다 나은 것 같네요.

 

(위)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은 거의 붙어 있는데, 협재보다는 금능이 더 예쁩니다. 해가 진 직후 모래에 반사되는 색과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파도의 색감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죠. (아래)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빛이 너무 예뻐서 담았던 사진. 자세히 보면 노를 젓는 서퍼와 해변에 있는 커플이 보인답니다.

 

1.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웠던 날, 애월과 협재의 중간 어느 바다. 수평선 너머 붉은 노을이 지고 있네요. 저 기둥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요? 2. 해는 이미 바다 너머 뒤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구름과 노을이 예뻐서 촬영하려는 찰나 오른쪽 옆에서 새들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죠. 3. 해가 잠깐 비쳤던 어느 흐린 날. 지구 종말 또는 개기일식의 느낌.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고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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