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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관계자가 추천한 연말 모임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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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 want to drink on XMAS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오현상

 

 

● 타이 레스토랑 영동포차나 대표 김은지 @yd.pochana

1. Hip Hip J
프랑스 쥐라 지역의 와이너리인 록타방L’Octavin의 ‘난쟁이 시리즈’ 와인은 수확한 포도가 양조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만드는 방식을 결정하는 아주 ‘충동적인’ 라인이다. 그중에서도 힙힙 제이는 사바냥 포도를 껍질과 함께 침용해 화려하면서도 따뜻하고, 단단함 속에서도 아삭한 산미가 있어 마시는 재미를 더해주는 술이다. 새해가 다가오니 갖가지 트렌드 전망과 불확실한 경기에 대한 예측이 넘치도록 쏟아지는 요즘이다.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는 연말, 차라리 충동적이고 유연한 마음으로 눈앞의 과제들을 정리하며 ‘힘 내보자!’고 서로 다독일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올해의 마지막 날에 마시고 싶다.

2. Gewurztraminer Bildstoeckle 2018
오랫동안 서구인들은 매운 아시아 음식엔 단맛의 알자스 와인이 완벽한 페어링이라며 홍보해왔다. ‘엽떡과 쿨피스’를 매치하는 민족으로서 그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한편, 어른스러운 식사엔 좀 더 복잡한 맛을 원하게 되고, 결정적으로 아시안 음식에 매운맛만 있는 것도 아니라 별로 귀 기울여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알자스의 와이너리인 제라르 슐러Gerard Schueller의 게부르츠트라미너를 단맛, 신맛, 매운맛 가득한 태국 요리와 함께 마셔보고 알자스 와인 수집을 시작했다. 리치, 복숭아, 망고 등 열대 과일 향이 가득하면서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산미와 짭짤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미네랄이 개성 넘치는 태국 음식과 잘 어울리며, ‘그래, 와인도 음식이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술. 아주 독하게 추운 겨울날, 유리창에 하얗게 김이 서린 따뜻한 곳에서 매콤새콤한 얌운센과 먹어야지!

● 모엣헤네시 마케팅 디렉터 이미령 @iimymeemine

3. Côtes du Jura 2016
프랑스 쥐라 지역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도멘 마클Domaine Macle에서 사바냥 품종으로 만드는 코트 뒤 쥐라 2016. 이 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급기야는 ‘마클 언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고소한 견과류 뉘앙스에 마치 셰리 같은 스타일을 보여줘 마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굳이 나누자면 나는 ‘극호’!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에 곁들이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술이다.

4. Morgon 2018
1960년대부터 프랑스 보졸레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로 명성을 얻어온 조셉 샤모나Joseph Chamonard의 모르공 2018은 쌀쌀한 겨울에 아주 잘 어울리는 포근한 레드와인이다. 60년 이상 된 올드바인을 사용하고, 직접 손으로 건강한 포도만을 수확하는 등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만드는 모르공은 하늘하늘하지만 힘있는 스타일로, 크리스마스 날 밤 맛있는 파스타 한 그릇 뚝딱 만들어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를 보면서 호로록 마시고 싶은 술이다.

 

 

●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 대표 이승용 @mysterlee_brewing_company

1. Funky Blender Preserves Red Currant, Blackberry & Raspberry
시큼한 맛의 사워 에일을 양조하며 요즘 가장 핫한 브루어리로 손꼽히는 케이시 브루잉 앤 블렌딩Casey Brewing & Blending의 펑키 블렌더 프리저브스 레드 커런트, 블랙베리 앤 라즈베리. 다양한 맥주를 마셔본 헤비 드링커들은 맥주 제조에 들어간 원료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음식과의 페어링보다 맥주 자체에 집중하며 서로 나눠 마시는 편이다. 특히 이들의 연말 모임엔 그동안 아껴왔던 레어템(병당 400달러 내외로 거래되는 맥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런 맥주들은 고가의 위스키 배럴에서 장기간 숙성한 고도수(알코올 15%)의 흑맥주나 와인 배럴에서 자연 발효한 와일드 에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 종류의 다양한 베리를 리터당 400g이나 넣어 아주 진한 레드 컬러를 띠는 이 술은 크리스마스 시즌, 맥주를 사랑하는 헤비 드링커들과 나눠 마시고 싶은 술이다.

2. Black N Black
직접 생산하는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의 맥주라서가 아니라,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고도수 흑맥주라서 소개하는 블랙 앤 블랙. 맥주 애호가들은 한 해 동안 가벼운 라거 맥주를 마신 것을 참회라도 하듯 겨울에는 흑맥주를 즐겨 마신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페이스트리 스타우트Pastry Stout(몰트를 일반 맥주보다 10배 더 오랜 시간 끓여 만든 맥주)는 마치 디저트를 마시는 것 같은 꾸덕한 질감의 흑맥주로 연말 모임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달콤한 케이크와 페어링하면 마치 아이스 초콜릿 라테를 마시는 듯한 느낌마저 주며, 알코올 도수 12%의 고도수로 기분 좋은 알딸딸함을 선사한다. 연말 파티 때 케이크가 있는 자리에서 이 캔맥주를 쓱 꺼낸다면 최고의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 내추럴 와인 수입사 윈비노 대표 석진영 @winvino.korea

3. Créme #5
와인을 업으로 삼다 보니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맛있는 맛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다. 5년 전 영국의 한 와인 숍에서 처음 마셔본 크렘이 그랬다. 솔방울, 이탤리언 허브, 달콤한 바닐라빈, 유자와 오렌지, 요거트, 약간의 휘발성 뉘앙스까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와인 맛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잊지 못할 와인이었다. 크렘은 만드는 방법도 독특하다. 슬로바키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인 스트레코브에서 빈티지가 아닌 넘버로 표기하는 와인들은 모두 멀티 빈티지 와인으로, 크렘은 2017년과 2018년의 데빈 품종을 블렌딩한 후 4년을 기다려 2022년에야 출시된 술이다. 1,800병만 생산된 데다 국내 수입된 수량도 100병 미만이기에 정말 소중한 친구, 특히 인생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친구와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와인 변방의 동유럽 국가에서 생소한 품종으로 이렇게 놀라운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는 2024년을 기대하며 사랑하는 친구들과 마셔야겠다.

4. L’oeuf Ou La Poule
연말에는 유독 중식당에서 모임이 많은 편이다. 특히 식도락을 즐기는 친구들과는 벌써 십 몇 년째 연말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각자 들고 오는 와인을 자랑하는 일명 ‘BYOB 모임’을 주로 하다 보니 콜키지가 가능한 중식당에 자주 가는 편이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르끌로리에보Le Clos Liebau라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게부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드는 뢰프우라뿔은 기름지고 새콤달콤한 맛이 많은 중식에 아주 잘 어울린다. 일주일 정도 스킨 콘택트 후 양조한 덕에 화이트와인인데도 탄닌감이 꽤 느껴지는 편이고 산도도 높다. 모과와 열대 과일, 스파이스, 장미, 꿀의 아로마가 그대로 느껴져 특히 꿔바로우나 칠리새우 요리와 페어링해보길 권한다.

 

 

<더 갤러리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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