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입기에도 편안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번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짚어봤다.
Lingeries : 잠옷, 어디까지 나가봤니?
브라렛, 캐미솔, 슬립 드레스, 실크 로브와 레이스 드레스… 란제리 부티크의 진열 상품 같은 이 리스트는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파자마 스타일의 키 아이템들입니다. 이제는 입고 밖에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파자마 룩들이 란제리 아이템에서 영감을 얻어 한층 과감하고 관능적인 발전을 꾀한 것. 브라톱에 배기 팬츠를 매치한 자크뮈스, 슬립 드레스를 스포티하게 소화한 미우 미우 등 런웨이 스타일을 참고해 시원한 여름 룩을 완성해보세요. 집 안 곳곳에서 찾아낸 근사한 란제리에 일상복을 믹스 매치하면 쇼핑도 필요치 않죠.
Sweatsuit : 팬데믹 슈트
직장과 집의 경계를 허문 재택근무의 일상화와 함께 옷차림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재킷과 팬츠, 혹은 스커트로 대변되는 슈트 영역에 ‘한 벌 추리닝’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특히 후디와 스웨트셔츠, 조거 팬츠의 유행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간 이번 시즌엔 스포티브 상하의를 쌍으로 맞추는 게 그리 어렵지 않죠. 같은 컬러, 소재, 무드로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인 한 벌 추리닝은 어쩐지 갖춰 입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니, 모니터 너머의 직장 상사도, 입는 본인도 만족스런 팬데믹 슈트의 탄생.
Hairacc : 얼굴 말고 머리
공들인 메이크업이 되레 어색하게 느껴지는 팬데믹 2년 차. 서로의 민낯도 충분히 익숙해진 이때, 마스크를 벗지 않고도 얼굴에 화사함을 더하는 방법은 각종 헤어피스를 활용하는 것. 특히 1990년대 트렌드가 대세인 이번 시즌에는 그때 그 시절 프레피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액세서리가 럭셔리 부티크를 가득 채웠습니다. 시그너처인 실크 프린트로 단장한 에르메스의 스크런치, 베일을 가미해 로맨틱한 무드를 배가시킨 디올의 헤드밴드 등이 좋은 예죠.
(왼쪽부터) GUCCI 알록달록한 스톤을 장식한 구찌의 헤어핀.
CHANEL 리본으로 연출할 수 있는 스트랩이 달린 샤넬의 스크런치.
HERMÈS 화사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에르메스의 스크런치.
DIOR 베일 장식이 독특한 디올의 헤드밴드.
PRADA 두툼한 두께가 인상적인 프라다의 헤드밴드.
Hobo : 착붙가방
수시로 ‘QR 코드’를 준비하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챙겨야 하는 요즘 같은 때엔 두 손은 필히 자유로워야 하죠. 달리 말해 톱 핸들 백이나 클러치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수십 종의 가방 중 이번 시즌 주인공 자리를 꿰찬 건 옆구리에 착 감기는 호보 백. 때마침 1990년대 트렌드의 영향력이 거센 이번 시즌, 디올과 프라다가 잇따라 하우스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호보 백을 출시해 흥행 반열에 올렸답니다.
(왼쪽부터) DIOR 클래식한 오블리크 패턴을 가미한 디올의 새들백.
PRADA 부드러운 가죽 소재에 톤다운 민트 컬러가 돋보이는 프라다의 클레오 백.
MIU MIU 컬러 스톤으로 장식한 패턴이 사랑스러운 미우 미우의 호보 백.
Party dress : 매일이 파티
마땅히 ‘입고 갈 데가 없다’는 이유로 파티 드레스를 멀리하기엔 코로나19와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했죠. 이 사실을 깊이 인지한 셀린느는 시퀸 드레스, 미니 오간자 드레스 등 당장 시상식에 참석해도 어색하지 않을 드레스의 새로운 연출법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푹 눌러쓴 볼 캡과 말간 맨 얼굴, 헐렁한 셔츠와 운동화 등 화려한 드레스의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을 무심하게 매치한 것. 그 결과 묵혀둔 반짝이 원피스는 동네 마트를 오가도 과하지 않은 ‘꾸안꾸’의 상징으로 올여름 소생의 기회를 얻었답니다.
Beads : 홈메이드 주얼리
홈메이드 주얼리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선 우리는 긴 시간 동안 ‘달고나 라테’를 만들며 뜨개질과 그림 그리기 등 새로운 취미에 푹 빠졌습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필요한 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찰나, 손재주가 탁월한 장인들은 비즈 주얼리에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것 같네요. 펜디, 루이 비통, 디올 등 수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구슬을 한 알 한 알 엮은 주얼리를 선보였는데요. 더하면 더할수록 알록달록한, 정성이 가득 담긴 주얼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자아냅니다.
(왼쪽부터) BOTTEGA VENETA 꽃 모양 비즈 배열이 유쾌한 보테가 베네타의 브레이슬릿.
DIOR 하트 펜던트를 매치한 디올의 비즈 네크리스.
FENDI 알파벳 로고 비즈를 포인트로 가미한 펜디의 브레이슬릿.
LOUIS VUITTON 베이식한 티셔츠에 매치하기 좋은 루이 비통의 네크리스.
Vacance : 항해를 꿈꾸며
따사로운 해변에 누워 비키니 위에 걸치던 카디건, 휴양지 호텔을 누비며 기분 내기 좋았던 니트 팬츠 등 해외여행길이 막히며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리조트 룩이 이번 시즌 부활을 알렸습니다. 구김이 가지 않고 부피가 적어 공항부터 여행지까지 두루두루 편하게 입기 좋은 여름용 니트웨어가 곳곳에서 포착된 것. 멀리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듯 무지갯빛 컬러와 타이다이 패턴 등 보다 화사해진 모습으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머잖아 공항으로 향할 그날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래보길.
(왼쪽부터) AKRIS 화사한 컬러가 얼굴빛을 밝혀주는 아크리스의 니트 카디건.
SANDRO 타이다이 기법으로 트로피컬 무드를 더한 산드로의 니트 톱과 팬츠.
Slippers : '3초' 신발
편안한 옷차림엔 그에 맞는 신발이 필수적. 추세에 걸맞게 (약간의 과장을 더해) 신고 벗는 데 3초면 충분한 슈즈 디자인이 런웨이 전반을 장악했습니다. 복슬복슬한 테리 소재를 매치한 발렌시아가의 슬리퍼, 아쿠아 슈즈의 모습을 본뜬 보테가 베네타의 샌들, 스터드로 장식성을 배가시킨 발렌티노의 뮬 등 복잡한 클로저를 배제한 슈즈들이 단순한 슬리퍼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아이덴티티를 더해 진화를 거듭했죠. 뒤축을 꺾어 신거나, 독특한 양말을 매치하면 더 재미나게 연출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editor 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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