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고, 때론 체념하기도 하며 결혼식을 준비해야만 했던 코로나 시대의 연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신혼여행을 보낸 네 커플의 특별한 허니문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황지현 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포토그래퍼, 현 프리랜스 포토그래퍼 ❤︎ 조문기 포토그래퍼, 렌털스튜디오 운영
QUESTIONNAIRE |
1. 2014년 초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다가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후로 약 6년 6개월 정도 연애하고, 2020년 12월 19일에 결혼했습니다.
2. 아무래도 매번 바뀌는 지침 때문에 하루하루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어요. 작년 12월은 일일 최대 감염자 수를 매일 경신하는 달이어서 결혼식을 미룰까 말까 하루에도 100번씩 고민했어요. 내 결혼식에서 혹시나 누군가 코로나에 감염될까 무서워서 식을 5일 정도 앞두고 증상은 없었지만 임시 선별소에서 검사도 받았습니다. 다행히 둘 다 음성! 그리고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어 홀 인원이 49명으로 제한되었는데, 저희는 의외로 그 인원도 괜찮았어요. 49명만 오셨는데도 정말 정신이 없었거든요.(웃음) 친척분들도 오히려 몇 백 명씩 오는 결혼식 보다 오붓해서 더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비록 마스크는 꼈지만, 다같이 사진도 여유롭게 찍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3. 제주도로 6박 7일간 다녀왔어요. 원래는 캠핑카를 빌려서 국내 여행을 다니려고 렌트를 알아보고 그랬는데, 겨울에 캠핑카 여행이 너무 춥고힘들 것 같아 결국 제주도로 갔어요.
4. 계획이 바뀌면서 숙소를 여행 직전에 알아보니 저희 신혼여행 일정에 크리스마스가 껴 있더라고요. 그래서 호텔이든 식당이든 예약이 풀로 차 있어서 난감했어요. 평소 제주도에 가면 묵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숙소들도 당연히 자리가 없었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콘셉트는 ‘Wild & Natural’이랄까요? 뭔가 제주스럽고, 특별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제주도에서도 코로나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던 시점이라 너무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그냥 드라이브 중에 괜찮다 싶은 곳에 멈춰서 잠깐 구경하는 식이었어요.
5. 신혼여행 때 재미있는 기념품 하나 만들어 오고 싶어서 에어비앤비 체험 중 도자기 클래스를 들었어요. 완성품은 배송 전이라 저희도 아직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서 너무 좋았어요. 그 외에는 거의 다 이름 모를 언덕, 길가, 바다를 본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저희가 다랑쉬오름에 가고 싶어서 그곳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막상 그 맞은편에 사람이 절대 다니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오름 하나가 있어서 거기에 간 것도 기억에 남고요. 그리고 제주도에 많이 가봤지만 한라산은 한 번도 안 가봤거든요? 둘 다 산을 좋아해서 마음먹고 다녀왔습니다. 우도에 한 번도
못 가본 신랑을 위해 날 잡아서 그곳에도 다녀왔어요.
6.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12월의 한라산이었어요. 우리가 본 설산 중 가장 아름다웠거든요. 동절기엔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전에 통과해야 백록담을 볼 수 있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부터 등반을 시작했죠.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당연히 힘들었지만 가는 길이 진짜 아름다웠어요. 해는 쨍한데, 나무에 눈은 쌓여 있고, 눈이 녹으면서 고드름이 달려 있는 등 진짜 장관이었죠. 신혼여행 중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산 초입에서 산 김밥은 재료가 얼마 안 들어 있었는데도 맛있고, 둘이 함께 고생하며 등산을 하니 더욱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7.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해외에 가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쉬울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보니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가족이 된 후 첫 여행이고, 처음 같이 하는 것도 많고, 여행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그리기도 하고. 아직 신혼이라 그런지 장소보다 지금 함께하는 순간이 다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나의 동반자와 함께라면 즐거울 테니!
성보람 전 매거진 패션 & 뷰티 에디터, 현 콘텐츠 크리에이터 ❤︎ 이영균 전 매거진 피처 에디터, 현 부동산 뉴스레터 서비스 부딩(booding.co)의 운영자
QUESTIONNAIRE |
1. 6년 전 회사에서 만나 친구로 가깝게 지내다 5년 정도 연애를 했고, 2020년 11월 29일, 우면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2. 원래 9월 19일에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의뢰했던 청첩장을 납품받은 8월 말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어요. 50명 이상 집합 금지가 시행되면 양가 친지도 모시지 못할 것 같아 식을 미루기로 결정했죠. 문제는 혼배 성사를 진행하는 성당 예약이 꽤 어려운데 다행히 성당 측 배려로 11월로 연기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늦여름에 예식을 올릴 줄 알고 웨딩드레스와 가족들 의상을 전부 시원한 소재로 맞추는 바람에 곤란을 겪고, 뷔페 예약과 취소, 답례품 준비에 이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 경주로 6박 7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제주도와 경주를 놓고 고민할 즈음에 지인들이 너나없이 다 제주도에 가는 거예요. 저희 둘 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스타일이라 제주도는 포기했습니다. 경주는 연애 초에 몇 번 다녀오기도 했고, 또 저희가 아끼는 도시예요. 오래 지켜져 온 것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저희 커플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죠. 주변에선 경주에 6박 7일이나 가냐며 놀랐지만, 저희는 매일 요람처럼 포근하고 고요한 경주의 정취에 둘러싸여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7일간 있었는데도 돌아오기 아쉬웠어요.
4. 콘셉트를 ‘호텔 놀이’ 반, 관광지 산책 반으로 정했어요. 결혼 직전 저는 퇴사와 결혼 준비로 바빴고, 남편은 사업 리뉴얼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둘 다 충분하게 휴식을 취해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여행 기간을 여유롭게 잡았으니 바쁘게 다니지 말고 그때그때 끌리는 곳에 천천히 다니기로 했죠.
5. 둘 다 남의 집에 가보는 걸 좋아해 여행지 숙소는 늘 에어비앤비였는데, 이번에는 완벽한 휴식을 위해 경주 힐튼에서 묵었어요. 도착 후 다음 날까지 하루 종일 호텔에서 잠만 잤습니다.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부터 불국사를 시작으로 대릉원, 첨성대, 석굴암, 감포항, 삼릉숲, 양동마을, 국립경주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6.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경상북도 내에서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다 보니 동해와 접해 있는데, 사람들은 경주가 해안 도시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문화유적이 많은 관광도시라는 인상이 강해서인 것 같아요. 호기심에 들른 작은 바다 마을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회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새벽에 갔던 삼릉숲이 기억에 남는다고 해요. 새벽 숲에 고인 빛과 그림자에서 영험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면서요. 저는 평화롭고 귀여운 양동마을이 가장 좋았습니다. 연출된 민속 마을, 전통 마을이 아니라 경상도 명문인 경주 손씨와 여주 이씨가 실제로 세거하는 곳이에요. 이곳 사람들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짚단을 엮어 초가지붕에 촘촘히 올리는 광경을 한참 지켜봤어요.
7.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분은 당연히 초대해야겠지?”라며 청첩장을 드렸지만, 그러면서도 죄인이 된 것마냥 주눅들었어요.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얻은 교훈도 분명히 있어요.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와주신 분들께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고요. 또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축하해주셨어요. 예비부부들이 ‘결국 무사히 끝나게 돼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서 최대한 긍정 회로를 가동시키려고 노력하길 바라요. ‘나중에 우리가 얼마나 잘 살려고 이러나’ 하면서요. 고생 끝에 마주한 결혼식은 아주 남다르거든요. 결혼식 때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리고 결혼식에 못 온다고 말한 이들 때문에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들의 마음도 모두 식장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요.
이은경 대학교 연구원 휴직 중 ❤︎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QUESTIONNAIRE |
1. 2019년 4월 4일에 만나 2020년 11월 21일에 결혼했어요. 취향을 나누는 소셜 클럽에서 만나면서 가까워졌답니다.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2020년 1월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코로나19가 그래도 괜찮았던 것도 같네요.
2. 코로나 시대라고 해서 그렇게 큰 스트레스는 없었는데요. 일단 하기로 했으니 저희 입장은 그냥 하자는 거였어요. 코로나 영향도 분명 있었죠. 저희가 계약할 때는 식장도 많이 비워져 있었고, 황금 시간대라고 특별히 비싸지도 않았다는 점? 당시 호텔 개업 50주년이기도 해서 할인 폭이 꽤 컸는데, 한 40%는 저렴하게 한 것 같아요.
3. 제주도로 3박 4일간 다녀왔어요. 코로나로 인해 국내 여행지가 유일한 대안이었는데요. 그래도 신혼여행이니 비행기는 타야 할 것 같아서 제주도를 택했어요.
4.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요. 그냥 ‘힐링’. 둘 다 제주도는 익숙해서였죠.
5. 간 곳이 너무 없었어요. 우선 1박을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인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설인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서 했는데, 그날은 정말 그곳과 아라리오제주가 방문한 곳의 전부예요. 나머지 2박은 CS호텔에서 했고요. 이동한 곳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주상절리가 다예요. 해 질 녘에 가서 석양을 딱 한 번 봤고, 그 외엔 호텔에만 있었어요.
6.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조금은 따뜻하고 이국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 제주도에서 보낸 게 조금 아쉬웠죠. 하지만 불편한 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던 것 말고는 별로 없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CS호텔이 제주도 전통가옥인데, 문을 열고 나오면 작은 마루가 있거든요. 그곳에 앉아서 테이크아웃한 방어회를 먹은 일과 호텔 서비스 중 하나인 프라이빗 온천을 한 것. 뭐 그냥 신혼이니 둘이 함께 앉아서 밥 먹고 걷고 하는 게 다 좋았죠.
7. 어차피 코로나는 어쩔 수 없는 사건이라 그냥 원하는 시기에 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예진 <W KOREA> 패션 에디터❤︎ 신기오 스튜디오 KIO 대표
QUESTIONNAIRE 1.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 얼마 동안 연애하고, 언제 결혼했나요? 2. 코로나 시대에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3. 신혼여행은 어디로, 며칠 동안 다녀왔나요? 4. 신혼여행의 콘셉트. 5. 신혼여행 때 간 곳과 한 일들. 6. 신혼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7. 코로나 시대에 신혼여행을 가야 하는 미래의 커플들에게 해주는 조언. |
1.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겹치는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만날 자리가 자주 생겼고, 주변에서 한번 만나보라며 제대로 밀어준 사람도 많아서 사귀게 되었어요. 연애 후 3년 만인 2020년 6월 20일, 용산 가족공원에서 결혼했습니다.
2. 저희는 야외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하객들의 식사가 가장 문제였어요. 코로나로 인해 케이터링 방식이나 메뉴에도 제한이 많아 불편함을 감수하고, 규모를 축소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 그런데 한 가지 좋았던 건 코로나 때문에 한가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이 많아 애프터 파티 장소를 하루 전날에도 어렵지 않게 구했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식을 올린 6월만 해도 국내 확진자가 50명대 아래였고, 가장 안정기였던 때라 소규모라도 애프터 파티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3. 코로나 시대의 신혼여행지는 아무래도 제주도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곳으로 7박 8일간 다녀왔어요.
4.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아 모여라!’ 어쩌다 보니 이런 뽀로로 콘셉트가 돼버렸어요.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아는 지인들이 많아 항상 그들과 함께 노는 게 일상이랍니다. 마침 저희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가 휴가철인 데다, 어디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기동력 좋은 지인들에게 저희 신혼여행은 다 함께 놀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였죠. 그러다 보니 신혼여행이 친한 선배 부부와 커플, 직장 후배들과 시끌벅적하게 보낸 기억으로 점철됐네요.
5. 일정의 반은 둘이 오붓하게 보내고, 반은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지역과 숙소, 콘셉트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먼저, 둘만의 일정은 ‘휴식’이 테마였어요. 조천읍의 제주식 돌담집에 머물며 오래된 노포와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가며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친구들이 온 후엔 중문으로 내려가 연애 시절 놀러 갔던 에어비앤비에 다같이 베이스 캠프를 치고, 낮에는 바다에 놀러 가고, 밤에는 귀여운 바로 향하며 활동적인 나날을 보냈답니다.
6. 신혼여행을 국내로 가야 한다는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내려놓으니 평화가 찾아왔어요. 국내 여행의 장점을 찾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결혼식과 신혼집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계획해야 할 뭔가가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익숙한 환경에서 관광의 의무감이나 비용 부담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지내다 오면 되니까. 게다가 노는 코드가 잘 맞는 친구들까지 함께했기에 매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죠.
7. 국내 여행도 장점이 많아요. 해외로 가지 않아 절약한 비용으로 신혼집 살림살이를 더 좋은 것으로 구입할 수 있잖아요. 매일 함께 쓰는 살림들이니 여행의 추억 이상으로 만족감도 크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된 마당에 국내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잖아요. 물론 일정의 반만 함께하는 것으로요.
editor 천혜빈
색과 선이 만들어낸 율동, 앙리 마티스 (0) | 2021.03.17 |
---|---|
눈으로 떠나는 경주 여행 (0) | 2021.03.17 |
다양하게 선별한 답례품 추천 리스트 (0) | 2021.02.22 |
신혼부부들에게 인기있는 10가지 소형 가전제품들 (0) | 2021.02.17 |
2021 신축년, <갤러리아>가 추천하는 설 선물세트! (0) | 2021.01.2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