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슐랭 가이드]가 2017년 서울판을 내놓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 세계에 서울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가이드가 될 텐데, 미슐랭이 과연 한국의 음식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또한 다소 침체되어 있는 외식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거라는 기대의 시선도 있었죠.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는 가운데 과연 올해 첫선을 보일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당당히 별을 따낼 레스토랑은 어디가 될까요? 푸드 관련 에디터와 칼럼니스트 6인에게 물었습니다.
별 받을 확률 99% ‘밍글스’
장르 모던 한식
가격 런치 코스 5만5천원, 디너 코스 11만원
영업 시간 런치 정오~오후 3시, 디너 오후 6시~10시 30분 (토요일과 공휴일엔 오후 10시)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94-9
2014년에 오픈한 밍글스는 2015년 ‘코릿 톱 레스토랑 50’ 1위와 2016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5위를 낸 성과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미슐랭 스타를 받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죠. ‘한식을 기본으로 한 아시아 창작 요리’라는 독특한 스타일의 음식을 선보이는 강민구 오너 셰프는 이곳을 오픈하자마자 국내외 모든 이들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낸 주인공이에요. 국내외 업장을 두루 거친 그가 특히 레스토랑 ‘노부 바하마’ 지점에서 최연소 총괄 셰프를 지냈다는 사실도 가산점으로 작용할 만하죠. 오너 셰프의 화려한 경력과 함께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셰프와 전문가들의 수차례 방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밍글스. 특히 올해 이전을 통해 규모를 더욱 넓히고 서비스를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미슐랭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별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쿠켄> 에디터 오나래
2스타 오너 셰프의 저력 ‘정식당’
장르 모던 한식
가격 런치 코스 10만5천원부터, 디너 코스 13만5천원부터, 초이스 런치 5만원부터, 초이스 디너 9만원부터
영업 시간 런치 정오~라스트 오더 오후 2시, 디너 오후 5시 30분~라스트 오더 오후 9시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8길 11
먼저 <미슐랭 가이드> 뉴욕판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많은 레스토랑과 미식가들이 넘쳐나는 뉴욕에서도 3스타 레스토랑은 6곳, 2스타 레스토랑은 10곳에 불과합니다. 그런 뉴욕에서 ‘뉴 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2스타를 받은 저력을 가진 레스토랑이 바로 임정식 오너 셰프의 정식당이죠. 고로 이번 서울 편에 있어서도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 정식당이 최소 미슐랭 1스타를 받지 못한다면 <미슐랭 가이드> 평가단의 평가 기준을 의심할 정도의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요? 뉴욕과 서울의 정식당은 메뉴가 거의 동일합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의 여느 레스토랑보다 미슐랭 스타 획득이 거의 확실시 된다고 볼 수 있죠.
- <에쎈> 에디터 최안나
깐깐하게 고른 식재료의 풍부한 맛 ‘권숙수’
장르 모던 한식
가격 런치 코스 5만5천원, 디너 코스 9만원
영업 시간 런치 정오~3시, 디너 오후 6시~10시 30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70길 27
성격상 호기심이 많아 단골 레스토랑이 거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단골집이 바로 권숙수죠. 신상 레스토랑 하나를 포기해도 전혀 아쉬움이 들지 않게 근사한 요리를 내오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한식을 가장 모던하고 우아하게 풀어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코스 요리의 첫 스타트인 주안상부터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강렬하게 체험케 해주죠. 권우중 오너 셰프가 직접 디자인한 소반 위에 홍두깨육포, 문어우족편, 김포 특주 등이 한상 가득 차려져 나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들기름에 버무린 제철 나물 국수’죠. 최근 제철 나물로 하얀 민들레를 올린 국수를 먹었는데, 민들레 특유의 쌉싸래한 맛에 잣과 들기름의 고소한 맛, 막걸리 식초의 상큼한 맛, 매실청의 달콤한 맛의 밸런스가 상당했어요. 국수에 쓰인 카펠리니면의 식감은 (보통 한식 국수에 많이 쓰이는) 소면의 식감보다 좋았어요. 여기에 한욱태 소믈리에가 추천한 샤토 수셰리를 곁들이니 감칠맛이 더해졌죠. 권우중 오너 셰프는 깐깐하게 선택한 농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그리고 매일 아침 시장에서 그날 사용할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이 점이 미슐랭의 후한 점수를 받지 않을까요?
- <로피시엘 옴므> 에디터 이응경
컨템포러리 차이니즈 다이닝의 최고봉 ‘도원’
장르 중식
가격 런치 코스 8만원부터, 디너 코스 9만5천원부터, 광동식 돼지고기 탕수육 6만9천원, 삼선 짜장면 1만8천원
영업 시간 런치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디너 오후 6시~10시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더 플라자 3F
기존의 <미슐랭 가이드>를 보면 유독 호텔 레스토랑엔 점수가 박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훌륭한 로드숍을 갖춘 대도시라 그럴 수 있지만 호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선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글로벌화되면서 중식과 일식에 대한 평가 기준과 스펙트럼이 훨씬 다양해졌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서울판에서도 한식은 기본, 중식과 일식도 프렌치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로드숍과 역사적인 궤를 달리한 호텔의 중식당도 살짝 기대하는 눈치죠. 더 플라자의 도원은 플라자 호텔이 개관한 1976년부터 지금까지 그 역사를 함께했어요. 2000년부터 함께한 츄성뤄 수석 셰프는 한국식 중식당의 노하우에 기름기가 덜한 ‘건강한 중식’을 표방하며 현대적 조리법과 서양식 프레젠테이션을 가미했죠. ‘컨템포러리 차이니즈 다이닝’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도 좋은 평가를 받을 듯해요. 1스타 이상의 평가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분위기, 서비스도 반영되기에 호텔 레스토랑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거라 생각합니다.
- <호텔아비아> 에디터 최종인
누구나 사랑하는 뜨거운 육수의 진미 ‘하동관’
장르 한식
가격 곰탕 보통 1만2천원, 특 1만5천원, 20공 2만원, 25공 2만5천원, 수육 5만원
영업 시간 오전 7시~오후 4시 30분(재료 소진 시 조기 종료)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9길 12
<미슐랭 가이드>가 프랑스를 넘어 유럽판과 글로벌판을 출간하더니 이제는 서울편도 나온다네요. 미국이나 홍콩, 일본 등의 전례로 미루어볼 때,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웨스턴 퀴진 외에 호텔 레스토랑과 로컬 식당들에게 좀 더 쉽게 별을 내줄 것으로 보입니다. 갈비집이나 국밥집이라고 해서 안 될 이유는 없죠. 필동면옥 등의 평양냉면은 차가운 육수로 미슐랭 인스펙터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겠지만 하동관 등의 뜨거운 탕류는 의외로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프랑스 요리에도 다양한 육수가 존재하니, 별 하나 정도라면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푸드 칼럼니스트 박준우
한국인 보편의 입맛 ‘영동설렁탕’
장르 한식
가격 설렁탕 9천원, 수육 3만5천원
영업 시간 24시간
주소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101안길 24
홍콩의 팀호완과 막스누들은 대표적인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에요. 팀호완에선 다양한 홍콩식 딤섬을, 막스누들에서는 육즙이 가득한 꼬들꼬들한 새우 완탕면을 단돈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죠. 이곳에선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요,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는 합석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대중적이고 저렴한 1스타 식당이 나온다면 냉면집이나 설렁탕집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중 1년 내내 솥에 불이 꺼지지 않는 깊고 시원한(소뼈와 양지로 우려낸) 국물 맛의 서울식 설렁탕을 선보이는 영동설렁탕이 유력한 후보가 될 듯합니다. 우선 국민 미식 대표 선수인 택시 기사들이 언제나 가득, 이 집의 위엄을 증명하죠.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연 미슐랭 심사위원들이 한국 요리의 깊은 맛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냉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 같아 조심스런 부분이 없지 않지만, 깍두기까지 맛있어 국물을 부어 먹기도 하는 영동 설렁탕의 시원한 맛엔 쉽사리 반대 의견을 내놓긴 힘들 듯해요.
- <무브> 매거진 편집장 겸 여행 작가 조은영
Writer 최종인(푸드 칼럼니스트)
Illustrator 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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