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팔라완으로의 여행
제대로 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팔라완 코론의 자연에 빠지다
에메랄드 그린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황홀한 풍경. 팔라완의 코론을 잊을 수 없게만드는 이미지다.
팔라완Palawan은 필리핀의 남서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는 다도 지역으로 필리핀의 7,700여 개 섬 가운데 1,780개가 이곳에 속해 있죠. 높게 뻗은 산맥과 울창한 열대우림을 자랑하며 여행자들에겐 ‘필리핀의 마지막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요. 깨끗한 자연환경과 함께 잘 보존된 생태계 등 휴양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코론Coron은 엘 니도El Nido,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와 더불어 이 지역의 대표 경관으로 꼽히는 곳. 아름답고 꿈결 같은 자연을 설명할 때 우리는 종종 ‘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이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죠. 코론을 다니다 보면 천국이라는 말에 ‘꼭’ 동의하게 됩니다. 특히 바다로 나가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좌) 트윈 라군을 탐험하고 있는 여행자들. 석회암 절벽의 틈으로 두 개의 라군을 오갈 수 있다.
(우) 트윈 라군 주위에 정박해 있는 방카들과 석회암 봉우리들의 조화가 묘하게 아름답다.
투명한 물빛을 가슴에 담다
코론의 바다는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빛깔은 물론 맑고 투명함에서도 최고. 세계 각지에서 숙련된 다이버들이 몰려드는 것도 그 이유. 바다를 벗 삼아 이루어지는 액티비티도 활발합니다. 그 가운데 방카나 스피드 보트를 타고 코론섬 주위를 유람하는 아일랜드 투어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른 아침 코론 타운을 출발해 반나절 동안 이루어지는 이 여행은 뱃길을 따라 황홀한 풍광이 숨 가쁘게 이어져 즐거움을 더합니다. 거인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 모습의 자이언트 록Giant Rock을 시작으로 짙고 푸른 석회암 덩어리들이 바다 위에 그려내는 풍경은 신비한 그림을 보는 듯하죠. 코론을 대표하는 투어 스폿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일랜드 투어의 묘미. 특히 카양안 호수(Kayangan Lake)와 트윈 라군Twin Lagoons 은 가슴 설레는 비경으로 몸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곱고 맑은 물빛을 자랑하는 카양한 호수. 신비한 매력을 지닌 코론 최고의 투어 스폿 중 하나다.
카양안 호수는 코론 아일랜드 투어의 백미로 꼽힙니다. 작은 선착장에서 내려 가파른 계단과 언덕을 10여 분 오르내리면 나타나는데요. 원시적인 자연에 둘러싸인 호수는 사방이 고요하죠. 거짓말처럼 잔잔한 수면은 수심에 따라 다양한 물색을 띠고 있어 한참을 둘러봐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바닥까지 훤히 모습을 드러낸 맑은 물속으로 바늘처럼 생긴 니들피시 떼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차라리 비현실적이죠. 여행자들이 이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어떤 이는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누군가는 구명조끼를 입고 호수 한쪽에 숨어 있는 동굴 탐사에 나섭니다. 그저 벤치에 앉아 주위의 풍광을 응시하기만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든 결과는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데요. 커다란 만족감과 높은 행복의 밀도, 그게 바로 카양안 호수의 매력입니다. 팁을 더하자면, 선착장에서 호수로 향하는 언덕의 정상 부근은 코론 최고의 뷰포인트이니 절대 놓치지 말 것. 이곳에서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석회암 봉우리들의 조화가 가슴 시리게 아름답습니다. 한때 아시아 10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유명한 바로 그 풍경이죠.
환상적인 주위 풍경과 바닷속 세계를 보여주는 시에테 페카도스. 팔라완 최고의 스노클링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트윈 라군은 아일랜드 투어를 떠난 여행자라면 잊지 못할 장소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비슷한 풍경을 품은 두 개의 호수가 거대한 기암절벽을 사이에 두고 장관을 연출하는데요. 바다의 거친 물결이 숨 고르듯 잔잔해지는 곳이 라군이라지만 이곳은 유독 젊잖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담 없이 스노클링이나 수영을 통해 두 라군 사이를 넘나들죠. 재미있는 것은 화산활동에 의해 높은 온도의 물이 올라오는 곳과 차디찬 바닷물이 고인 장소가 섞여 있어 이를 모르는 여행자들은 물속에서 깜짝 놀라기 일쑤. 마치 냉탕과 온탕을 한 번 오가는 기분인데, 두 호수의 청아하고 새파란 빛깔만큼 묘하고 이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시에테 페카도스Siete Pecados는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세븐 아일랜드라고도 불리는 곳인데요. 부드럽고 잔잔한 바다로 이름이 높은데 7개의 섬이 주변을 둘 러싸고 있어서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이죠. 수심 또한 얕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지닌 수중 환경의 아름다움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 스노클링포인트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열대어 니모는 물론 바라쿠, 트럼펫피시 등 수많은 바다 생물이 눈앞에서 빼곡하게 유영하는 모습은 감탄과 환호를 자아내죠.
동틀 무렵의 부수앙가 베이 로지의 모습. 이런 풍경 때문에 이른 아침의 산책을 마다할 수 없다.
천국을 더듬는 프라이빗 여행
필리핀이 자랑하는 수많은 휴양지 가운데서도 팔라완은 유독 ‘섬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리조트’가 많은 입니다다. 좀 더 프라이빗하고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한 여행지라는 말이죠. 이는 코론 앞바다를 즐기는 투어 방식에서도 마찬가지. 모든 이들이 찾는 보편적인 장소에 물린다면 좀 더 은밀하고 호젓한 장소를 택해 나만의 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한 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이런 여행을 통해 천국에 담긴 또 다른 의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수앙가 베이에서 보트를 타고 30분을 나아가면 만날 수 있는 무인도, 파말리칸Pamalican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지상낙원’. 아니, 어쩌면 파말리칸에 가장 가까운 곳이 천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파말리칸의 자태는 그림처럼 곱고, 하얀 백사장은 눈부시게 빛납니다. 무인도라지만 사람의 자취가 완벽하게 사라진 풍경에 누구라도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 정도. 쾌청하게 파란 하늘의 여백을 메우면서 흐르던 하얀 뭉게구름도 어느새 띄엄띄엄해지며 주위는 곧 하늘과 바다와 그리고 나와 이 섬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변합니다. 파말리칸에서 말타타약Maltatayoc으로 이동해서도 마찬가지. 완벽한 자유! 봉긋한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크고 작은 산호 조각들만이 이방인을 반길 따름이죠. 얌전한 파도는 살랑거리며 다가왔다가 거품을 남기고 떠나가고, 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뺨을 훔치고 가는 사이 뭉게구름이 다시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물감을 과하게 풀어놓은 듯 에메랄드빛으로 진하게 채색된 바다 앞에서는 천국이라는 표현조차 힘을 잃는데요. 부수앙가 베이 로지Busuanga Bay Lodge가 소유한 섬인 사우스 케이South Cay는 느긋한 프라이빗 여행의 화룡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걸어서 한 바퀴 금방 돌 수 있는 작은 모래섬이지만 매 순간은 꿈결처럼 아득하죠. 섬에서는 무제한 칵테일이 제공되는 바와 점심, 그리고 트로피컬 파라솔 아래서의 한가한 시간이 전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조건, 하지만이 섬을 둘러싼 영롱한 바다와 보석 같은 백사장을 곁에 두고 한없이 늘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생각이 풍성해지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좌) 느긋한 프라이빗 여행을 바라고 떠난 사우스 캐이섬에서 맛본 점심. 신선하면서도 푸짐한 해산물 바비큐가 오감을 만족시킨다
(우) 뒤는 산, 앞은 바다로 둘러싸인 부수앙가 베이 로지에서의 시간은 호젓하고 철저하게 프라이빗한 휴식의 연속이다.
완벽하게 고립된 경험, 그런 리조트에서 머물면 왠지 더 편안해집니다. 방해 받지 않을 거라는 기대, 나만 머물고 있는 듯한 착각에 기인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부수앙가 베이 로지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는 산, 앞은 바다로 둘러싸인 이 리조트는 외부의 방해 요소와 분명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데요. 늘 정적에 둘러싸여 있을 만큼 개인적이고 또 호젓하죠. 럭셔리한 41개의 객실과 3개의 별채는 넉넉한 크기를 뽐냅니다.
부수앙가 베이를 내려다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이 로비를 장식하고 있는 것도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 일출과 석양 무렵의 풍경도 황홀해 피곤한 몸을 끌고 나서는 산책도 즐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리조트가 인상적인 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닐라까지의 이동이죠. 체크아웃 후 리조트 앞바다에서 바로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수앙가 베이 로지가 항공사인 에어 후안Air Juan과 맺은 파트너십 덕분. 마닐라로 떠나는 투숙객은 약 500USD만 내면 에어후안의 시플레인SeaPlane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바다를 차고 오르는 수상비행기에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경험인데, 탑승에 필요한 절차와 과정을 단번에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 마닐라까지 비행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마닐라 국제공항 인근의 에어 후안 전용 바다 선착장에 착륙합니다. 부두에 짐을 내리면 바로 들고 마닐라 도로에 나설 수 있으니 이 또한 편리하죠.
writter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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