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1960년대를 풍미한 그의 그림이 반세기가 넘도록 사랑받는 것처럼.대중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보며 그가 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작가라 생각합니다. 호크니는 자신의 관점으로 모든 걸 명료하게 볼 줄 알며, 시대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아름답게 표현해내기 때문이죠. 나고 자란 영국을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이유도 당시 영국의 반동성애법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숨기지 않았으며,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따스한 색조로 화폭에 담는 데 열중했습니다. 동성애를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동성애는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릴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담담하게 전할 뿐. 이렇게 호크니의 그림은 늘 자신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또한 항상 동그란 뿔테 안경에 파스텔 색상의 상의와 폭이 넓은 팬츠만 고집하는데, 변치 않는 그의 옷차림처럼 작품 세계 역시 단 한 번도 시류에 흔들리지 않았죠.
David Hockney, A Bigger Splash, 1967, Acrylic on Canvas Tate, Purchased 1981 © David Hockney, Photo Credit: ©Tate, London 2017
(위) David Hockney,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1972, Acrylic on Canvas, The Lewis Collection © David Hockney, Photo Credit: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Jenni Carter
(아래) David Hockney, California Art Collector, 1964, Acrylic on Canvas Collection of Giancarlo Giammetti, New York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자유주의자의 담담한 내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1960년대 초 미국에선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했습니다. 대다수의 작가가 풍경을 그리는 것보다 그린다는 행위 자체를 주장하던 시기에 호크니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을 자세히 묘사했죠. 야자수와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까지 놓치지 않았답니다. 물론 당시 호크니가 주목한 건 사실적인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와 ‘시간’, 그리고 ‘감정’이 한 장면에 담긴 풍경. 그는 사실주의에 입각해 그림을 그렸지만 그 속엔 추상표현주의처럼 그리는 이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주의Naturalism에 더 가까이 접근하는 건 내 자유의지에서 비롯된다. 내가 초상화를 그리고 싶으면 언제든 초상화를 그릴 것이고, 이것 역시 내 자유의지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 말처럼 그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의 차림새를 통해 작품 속 인물을 떠올리는 건 그가 다름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기 때문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그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랍니다. 입체파의 영향을 받아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가 하면, 사진의 속성인 원근법의 법칙을 완전히 뒤엎어버림으로써 사진이 갖고 있는 재현이라는 체계를 완벽하게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죠.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또한 그가 움켜쥐면 그림의 좋은 도구가 되곤 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을 조명하는 그의 작업 방식 덕분에 대중은 그를 팝 아티스트로 기억하지만, 정작 자신은 팝 아티스트라 불리는 걸 경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를 팝아트라는 특정 유파에 종속시키는 덴 무리가 따르기도 하죠. 오히려 더 넓은 의미인 ‘현대주의 작가’로 정의하는 게 좀 더 온당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크니의 그림은 단 한 번도 시대의 흐름에 종속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특정 유파가 아닌 자신만의 색채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겠죠. 이런 면에서 볼 때 데이비드 호크니는 늘 새로운 성취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David Hockney, Celia in a Black Dress with White Flowers, 1972, Crayon on Paper, Collection of Victor Constantiner, New York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아래) David Hockney, A Closer Winter Tunnel, February~March, 2006, Oil on Canvas,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Sydney. Purchased with Funds Provided by Geoff and Vicki Ainsworth, the Florence and William Crosby Bequest and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Foundation, 2007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당신이 몰랐던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60년이 흘렀습니다. 80세 생일을 맞이한 그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것이죠.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회고전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2018년 2월 25일까지 열리기 때문. 이번 전시는 80번째 생일을 맞은 예술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리로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거의 모든 작품을 망라했으며, 표현주의자로서의 호크니와 실험주의자로서의 호크니를 입체적으로 다룬 구성으로 전개합니다.
전시의 흐름을 살펴보면, 캘리포니아의 풍경을 담은 잡지와 자신이 찍은 사진 이미지를 차용한 회화 작업, 호크니의 뮤즈와 그 주변인을 그린 초상화,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영장 연작 등 호크니의 예술에 있어 가장 풍요로웠던 60년대 중반의 작업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감정 표출에 가까운 것들로 볼 수 있습니다. 8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에선 좀 더 실험주의자에 가깝게 변모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요. 폴라로이드, 팩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대형 페인팅, 사진, 판화, 무대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전시는 ‘호크니 추종자들도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호크니와 마주할 수 있는 회고전’이라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동시에 팔순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그의 새로움과 마주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기 때문. 여전히 20대 때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밝은 스웨터를 즐겨 입는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그의 작품도 늘 청춘의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 David Hockney, Christopher Isherwood and Don Bachardy, 1968, Acrylic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David Hockney
(아래) David Hockney, Mr. and Mrs. Clark and Percy, 1970~1971, Acrylic on Canvas, Tate, Presented by the Friends of the Tate Gallery 1971, © David Hockney,
Photo Credit: ©Tate, London 2017
editor 서재우(<Magazine B>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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