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달력을 보자마자 ‘빨간 날’부터 찾은 건, 에디터뿐만이 아니겠죠? 작년, 긴 황금연휴가 있었던 탓인지 왠지 적어 보이지만 올해의 법정공휴일은 총 69일이라고 합니다. 공휴일과 주말 사이를 잘 활용하면 가까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데요. 쇼핑과 유흥을 반복했던 홍콩 여행의 패턴에서 벗어나 호시절의 홍콩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 어떨까요? 누아르 무비 속의 한 장면 같은 레트로 스타일의 핫 스폿을 찾아 떠난 이색 홍콩 여행을 소개합니다.
1. 더 플레밍 호텔의 전경. 최근 리노베이션을 통해 레트로 스타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2. 객실 출입 카드를 넣는 슬롯의 빈티지한 디자인. 3. 객실 내의 고풍스러운 책상. 신문 걸이처럼 예스러운 디테일이 눈에 띕니다.
1960년대 홍콩의 향수, 더 플레밍 호텔
1960년대 중반의 홍콩 모습을 콘셉트로 최근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더 플레밍 호텔The Fleming Hotel. 이곳은 1888년부터 매일 항구를 오가며 항해해온 스타 페리Star Ferry호를 모티브로 삼아 호시절을 추억하는 홍콩인들을 향수에 젖게 합니다. 66개의 객실은 모두 선실의 내부처럼 나무와 가죽, 황동 소재를 포인트로 꾸몄고, 조종실에 있는 계기판 디테일을 내부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등 재치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죠.
1. 더 플레밍 호텔의 시그너처 레스토랑인 오스테리아 마르지아의 입구. 2. 더 플레밍 호텔의 리셉션. 낮은 조도와 한약방 같은 인테리어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3. 객실 내의 복고풍 워시룸.
오픈 후 가장 화제가 된 건 바닥을 전부 50센트(홍콩 달러)짜리 동전으로 채운 1층의 여자 화장실입니다. 총 6만5천 개의 동전이 사용된 이곳은 다 합치면 약 3만2천5백 달러(미화 약 4만2천 달러)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비싼 화장실 바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웹사이트 thefleming.com
주소 41 Fleming Rd, Wan Chai, Hong Kong
가격 1박에 약 20만원대부터
1. 오래전 도장 가게처럼 꾸민 미세스 파운드의 외관. 2. 분장실 조명과 거울 등 마치 벌레스크 댄서의 대기실 같은 분위기를 곳곳에 차용한 미세스 파운드의 내부.
미스터리한 그녀의 과거, 미세스 파운드
홍콩의 셩완이라는 동네에 가게 된다면 눈에 불을 켜고 이곳을 찾아 나설 것. 미세스 파운드Mrs. Pound는 옛날 도장 가게처럼 위장한 이색적인 레스토랑입니다. 이 곳엔 풍문으로 들려오는 파운드 여사의 과거사가 숨어 있습니다. 오래 전 유명한 벌레스크 댄서였던 미세스 파운드가 부유한 사업가이자 도장 수집가인 미스터 밍Mr.Ming을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가짜 도장 가게를 만들어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사랑을 나누었다고. 이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레스토랑에서 지어낸 귀여운 허구 스토리지만, 레스토랑 내부에 들어서면 정말 미세스 파운드와 미스터 밍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던 예전의 홍콩으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핫 핑크와 초록색 벽을 따라 진열된 파운드 여사의 유품들을 구경하며 아시아 각국의 요리를 혼합한 퓨전 요리를 맛볼 것. 불고기 삼겹살 꼬치, 락사 비빔밥 등 우리 나라 전통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크리에이티브한 메뉴들이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웹사이트 mrspound.com
주소 6 Pound Ln, Sheung Wan, Hong Kong
인기 메뉴 말레이시아의 락사와 한국의 비빔밥을 접목시킨 락사 비빔밥, 타이 바질로 만든 페스토 소스를 곁들인 링귀니 파스타 등
1. 병원의 대기실과 진료실처럼 디자인한 닥터 펀스 진 팔러의 입구. 2. 낮은 조도로 신비롭게 꾸민 바 공간.
진의 성지, 닥터 펀스 진 팔러
센트럴 홍콩의 핫 스폿으로 알려진 닥터 펀스 진 팔러Dr. Fern’s Gin Parlour. 무려 250여 종의 진Gin을 보유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입니다. 병원의 오래된 약 조제실처럼 꾸미고 의사 선생님(바텐더)이 그날그날 환자(손님)의 컨디션에 따라 여러 가지 약초(술)를 조합해 약을 처방해준다는 콘셉트가 재치 넘치죠. 은은한 조명과 재즈 음악,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특별 처방약이 있으니, 닥터 펀스 진 팔러에선 스트레스성 질환 따위는 금세 사라질 듯합니다. 도대체 닥터 펀이 누구냐고? 그는 다름 아닌 미스터 밍의 내연녀, 미세스 파운드의 또 다른 정인(두 가게는 같은 회사에서 브랜딩을 담당)입니다. 이들의 흥미진진한 사연은 언제든 바텐더에게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펀 박사가 기가 막힌 처방약을 만드는 데 집착한 괴짜였을 거라는 사실이죠.
웹사이트 drfernshk.com
주소 Shop B31A, First Basement Floor, Landmark Atrium, 15 Queen’s Road, Central, Hong Kong
인기 메뉴 딸기와 꽃으로 장식한 블룸진 앤 펜티만스 토닉, 블라인드 타이거 진에 피버 트리 토닉을 혼합하고 라임과 로즈메리를 섞은 진앤토닉 등
1. 다양한 술을 보유한 리 로 메이의 바. 해피 아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2. 오래전 홍콩의 길거리 음식점을 그대로 재현한 2층.
홍콩식 노포의 추억, 리 로 메이
넉넉지 않아도 마음만은 늘 풍요로웠던 그 시절, 리 로 메이Lee Lo Mei는 촌스럽고 투박해도 푸짐하고 맛난 음식을 내오던 오래전 차찬텡(차, 음식 등을 파는 홍콩식 분식집)을 그리워하는 홍콩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곳이었습니다. 리 로 메이는 젓가락과 식기, 음식 메뉴와 인테리어 등을 옛날 차찬텡의 모습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벽을 따라 늘어선 새장, 빔 프로젝터로 쉴 새 없이 틀어대는 옛날 영화들, 옛 홍콩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재치 넘치는 벽화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영화 <첨밀밀> 속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죠. 감자칩을 곁들인 닭다리 튀김, 홍콩 스타일의 밀크 티를 함께 내오는 카야 토스트 세트. 그리고 정통 스타일의 아침 메뉴 등 가벼운 스낵류를 칵테일, 그리고 맥주와 함께 맛볼 수 있는 해피 아워가 가장 인기 있는 시간대입니다. 정통 스타일로 재현한 홍콩식 집밥과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홍콩의 옛 모습을 그려보길 원한다면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3~7시까지만 즐길 수 있는 해피 아워에 리 로 메이로 걸음을 옮겨볼 것.
웹사이트 leelomei.hk
주소 8 Lyndhurst Terrace, Central, Hong Kong
인기 메뉴 감자칩을 곁들인 닭다리 튀김, 해산물, 오리 콩피로 속을 채운 덤플링, 치킨과 소고기 요리에 수프와 바오바오, 디저트를 함께 내오는 런치 세트 등
작년 한해 인천공항의 이용자 수는 6천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 중 홍콩은 일본, 베트남, 미국 등에 이어 많이 떠난 나라 7위로 뽑혔는데요. 남들이 안 가본 장소를 가보고 싶다면, 홍콩의 진짜 느와르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위의 4가지 유니크한 스폿을 눈여겨 보는 것 어떨까요?
editor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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