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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의 선택 ‘발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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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져만 갑니다. 그러나 마지막 리스트엔 발뮤다만 남을 것 같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날들에 필요한 것은 쾌적한 공기와 산들바람, 빵 냄새 가득한 부엌일 테니까요.

 


발뮤다 더 토스터

스팀과 온도 제어 기술로 감동적인 빵 맛을 선사하는 더 토스터. 다양한 종류의 빵을 위한 5가지 모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시대에 필요한 물건이란?’ 귀에 딱지가 앉도록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어느 날, 이런 뜬금없으면서도 거창한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내게미래라는 단어는 곧서바이벌 스토리로 이어지죠. 잠재의식 속의 출발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1978 TV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SF물은 대체적으로 과학기술의 남용, 그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과 자연 파괴가 주된 설정이니까요.

 


 

발뮤다 그린팬 S’

‘발뮤다’라는 이름을 프리미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그린팬을 업그레이드한 그린팬 S. 배터리 & 독을 장착하면 무선 선풍기로 변모하며, 회전 각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모델 구성은 색감과 질감이 다른 4가지.

 

그렇다면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가 남겨둬야 할 사물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지인들과 미니멀 라이프 관련 서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서점가의 열풍은 잦아드는 추세지만, 앞으로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스트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게 될 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화제는최후의 물건으로 옮겨갔죠. 당장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이라 해도 극단적인 리스트를 짜보면 인생의 무게가 살짝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구차한 살림살이를 머릿속으로 더듬어보다 문득 한 가지 물건이 생각났습니다. ‘에어컨은 없애도 발뮤다 선풍기는 갖고 있어야겠어!’ 그렇습니다. 한번 만끽해본 그 자연스러운 바람의 맛은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성마저 지니고 있습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 어딘가에서 불어온 결 고운 미풍이 목덜미의 땀을 식혀주는 그 느낌 말이죠. 게다가 전력 소비량도 획기적으로 낮고, 간결한 아름다움이라는 디자인의 미덕까지 지니지 않았나요! 많은 이들이 발뮤다 마니아가 되어버린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발뮤다 에어 엔진

이중 팬으로 생성한 강력한 순환 기류로 안심할 수 있는 공기를 제공하는 에어엔진. 미세 먼지와 황사로 시달리던 한국인들이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던 제품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 최소 최대의 디자인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발뮤다의 역사는 짧지만 경이롭습니다. CEO 테라오 겐은 2003년에 발뮤다를 설립했습니다. 초기 제품은 노트북 받침대와 데스크 조명. 고가여도 꾸준히 팔려 순조로운 항해가 계속될 거라 예상했지만, 2008년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도산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때 테라오 겐은 큰 깨달음을 얻었죠.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는꼭 필요한 물건만 남게 될 것이다. 토요타와 소니는 전후 고도성장의 파도를, 애플과 구글은 인터넷 혁명의 파도를 타고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지금 우리가 탈 파도는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고갈에 대한 불안감인지도 모르겠다.”

 


발뮤다 가습기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발뮤다의 가습기는 자연 방식과 가장 비슷한 기화식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가습기 속에 효소 프리 필터가 탑재되어 가습기로 들어온 공기 속 먼지와 세균을 분해해 깨끗한 공기만 기화시킵니다.

 

모든 기계와 기술은 자연의 모방이라는 사실에 입각해 고심을 거듭했고, 공기 속도가 다른 이중 팬을 장착해 자연풍과 흡사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신개념의 선풍기 그린팬GreenFan을 탄생시켰습니다. 고가의 직류 모터를 사용해 전력 소비도 기존의 1/10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선풍기 한 대가 4만 엔대의 고가라니, 자본금 대출 은행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좋은 물건을 알아본 프리미엄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린팬은 회사를 단번에 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형 가전업계에서발뮤다라는 이름을 단번에 각인시켰죠. 이후 탄생한 공기청정기 에어엔진AirEngine과 가습기 레인Rain 역시 자연 본연의 깨끗함을 되찾아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발뮤다 더 팟

2017년 신작인 더 팟. 600ml의 실용적인 사이즈에 드립 시 좋은 느낌을 주는 노즐, 그립감이 좋은 손잡이 등 딱 갖출 것만 갖췄습니다.

 


미래에 필요한 건 본질적 행복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부엌 풍경.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발뮤다 토스터에 며칠 묵은 식빵 한 조각을 투입하면 갓 구운 듯 겉은 바삭하게, 속은 폭신하고 향기롭게 되살아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발뮤다의 2017년 신작인 더 팟The Pot으로 물을 끓여봅니다. 부엌이 커피와 토스트라는 단짝이 폴폴 풍기는 기분 좋은 냄새로 가득해져 오감 가득 단순한 행복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행복은 되레 점점 일상적이고 보다 구체화되어 갑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줄어들고 곳곳에 숨은 부비트랩들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오늘에 보다 충실해지자고 마음먹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코난의 시대에 정작 필요한 건 인더스트리아의 로봇이 아니라 자연의 산들바람을 전하거나 장인의 숨결이 살아 있는 빵을 대체해주는 기계 정도일 거라는. 언제나미래를 그려간다는 생각을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테라오 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덕분에 미래의 물건 리스트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되나요 말아야 되나요.

 


이 글을 쓴 트라 C.는 오랫동안 매거진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얼마 전에디톨 랩Editall Lab’을 열고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writer T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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