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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성형외과 의사로 돌아올 배우 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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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변신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배우 윤박. 그는 맡은 역할마다 신선한 느낌을 주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editor 조진혁
photogrpher 채대한

그레이 니트 풀오버와 실크 톱, 와이드 팬츠, 브라운 앵클부츠는 모두디올맨,블랙타이 네크리스와 펜던트 네크리스는 부쉐론 제품.

윤박은 성실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매년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려면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기회를 잘 포착하는 집념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테고.
사실 다작하면서 굉장히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배우라는직업은꾸준히연기해야하기때문이다. 때론 한 캐릭터에 몰입했다가 금세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힘들 수는 있다. 그런데 난 비교적 빨리 이전 역할의  여운을 털어내는 편이라 연속적으로 다른 작품에 참여하는 게 그리 부담되진 않는다. 한 가지 힘든 점을 꼽자면, 모든 일이 완벽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니 작품과 캐릭터 모두 내게 맞는 걸 찾기 보다 캐릭터가 좋거나 작품이 좋으면 선택하는 편이다.

올해는 영화 <제비>와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 출연했다. 두 작품 모두 새로운 윤박을 발견했다는 점에서의미가있는것같다.
<제비>는 올해 개봉한 작품이지만 촬영은 이미 4년 전에 마쳤다. 영화를 보며 내 연기에서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지금의 나라면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 당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대본을 더 깊게 파고들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제한된 분량 안에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짧게 등장하지만 캐릭터에 관심을 일으키는 말투나 의상 같은 외적인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내 캐릭터를 좋아해줘서 뜻깊었다.

내년에 공개될 ‘닥터 슬럼프’라는 드라마에서 빈대영 역할을 맡았다.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하다.
성형외과 의사이다. 중학생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 대디이기도 하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제대로 이뤄내지는 못하는 인물이다. 처음엔 굉장히 허세 가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반감을 주지 않는 묘한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사람들이 귀엽게 보고, 나 또한 매우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싱글 롱 코트와 재킷, 화이트 셔츠, 버뮤다 쇼츠, 블랙 타이와 벨트, 롱부츠는 모두 페라가모, 블랙 링과 실버 이어클립은 부쉐론 제품.

‘기상청 사람들 : 사내 연애 잔혹사 편’의 한기준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빈대영과 한기준의 차이는 뭘까?
한기준은 목표를 위해 치사한 방법도 무릅쓰는 악의적인 면이 있다면, 빈대영은 수가 얕고 악의가 적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되레 자신이 피해를 받을 때가 많다. 빈대영이 좀 더 순수하다고 볼 수 있다.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2018년에 방영된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를 촬영하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강’이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상당히 자유로웠다. 특정 표현이나 행동을 선택하는 데 크게 제한받지 않아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과하지 않게 딱 그 캐릭터에 맞는 행동이라고 봐주신 것 같다. 자유로운 연기 경험을 통해 더 과감한 시도를 해도 사람들이 잘 받아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연기를 하다 보면 자신감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지만,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자신감은 여전한가?
사실 지금도 연기할 어떤 행동이나 표정을 보여야 할지 계속 고민한다. 대신 이전보다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드라마 전체 메시지나 내용을 고려해 어떤 선택이 적합할지 판단하는 쉽지 않거든. 지금은 과거보다 선택에 확신을 두고 행동할 수있다. 그리고 감독님에게 선택이 틀렸다면 지적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자신감이 쌓여가고 있다.

 

블랙 하이넥 스웨터는 페라가모 제품.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데, 윤박에게도 그런 캐릭터가 있나?
모든 캐릭터가 소중하지만, 2014년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강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겐 아주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신인 시절이었고,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하고 싶었지만 능력의 한계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차강재는 지금도 마음 한편에 아프게 남아 있지만, 동시에 가장 애착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가 그 역할을 더 잘해냈다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도 궁금하다. 특별히 끌리는 이야기나 인물이 있나?
순수 장르물에 도전하고 싶다. 많은 작품이 러브라인을 주요 테마로 사용하는데, 내가 해보고 싶은 건 야간 장면이 많은 어두운 분위기에, 관계보다는 사건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인물을 생생하고 원시적으로 묘사한 작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주인공을 선하게만 묘사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본능이 잘 드러나는, 악한 모습도 가진 인간적인 캐릭터에 관심이 있다. 더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현실적 고민과 갈등을 겪는 인물에 끌리는 것 같다.

사람은 항상 착하지만은 않으니까.
맞다.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면 관객들이 더 공감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린 더블 피코트와 셔츠, 블랙 팬츠, 타이, 락스터드 앵클부츠, 실버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 모두 발렌티노 제품.

10년 동안 드라마 산업이 급변했다. 그리고 윤박 배우는 그 중심에서 그러한 변화를 체감했을 텐데, 어떤 걸 느꼈나?
10년 전에 비하면 드라마 산업이 더욱 다양해진 건 맞다. 장르도 변했고, 신선한 주제가 등장하고, 새로운 플랫폼도 출현했으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내게 의미 있는 건 신인 시절 만났던 스태프나 배우들과 몇 년 후 다시 만나 작업할 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다. 최근 11년 전에 만났던 동시 녹음 기사님을 다시 만났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함께 일하는 그 순간이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다. 11년 동안 이 세계에서 함께 생존하고 발전해 온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가움만큼이나 시너지 효과도 크겠지?
많은 배우와 제작진이 새롭게 등장하는 가운데 오랜 시간 일해 온 사람들과 재회하면 더 깊은 이해와 소통이 가능하다. 이전에 함께 일한 덕분에 대화가 더욱 더 원활하고, 더 많은 토론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80세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려면 건강한 몸과 마음이 필요하고, 연기력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도 중요하다. 80세까지 연기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산업에서 주인공의 위치는 아니더라도 어느 역할에서나 빛나려면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배우 윤박의 무기는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에 느낀건데, 맡은 캐릭터에 따라 내외형이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80세까지 연기하려면 이런 능력이 도움될 거라고 본다.

 

더블 브레스티드 체크 롱 코트와 아이보리 실크 모헤어 스웨터, 라이트 블루 데님 팬츠는 모두 구찌, 실버 네크리스는 불가리 제품.

11년차 배우로서 느끼는 압박감이 있다면?
첫째는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캐스팅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있다. 둘째로는 이전에 했던 연기와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런 고민들이 항상 마음 속에 있다.

고민들 때문에 지칠 때는 없었나?
오히려 일을 안 할 때 지치는 것 같다. 일을 안 하면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라고 하는데, 나는 일하다가 하루 쉴 때 술 한잔하는 게 훨씬 즐겁다.

최근에 결혼도 했다. 인생의 목적이나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아버지가 가정을 위해 크게 희생하며 사시는 걸 보고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행복하고 안정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지.

이제 곧 2024년이다. 내년엔 배우 윤박의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될까?
새로운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닥터 슬럼프’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내가 맡은 역할도.(웃음) 또 하나, 대중에게 식상하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윤박은 카멜레온 같아. 맡은 역할마다 다르게 보여”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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