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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타이거와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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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MA PLANET

 

비건타이거는 갤러리아와 함께한 ‘라잇!어스’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을 일깨운다. 바로 지구상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비건타이거는 패션계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를 종식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 비건 소재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동물에게 착취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대체하는 비동물성 소재를 발굴해내기도 하죠.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비건타이거는 수익금의 5%를 모피 반대를 위한 캠페인 기금으 로 기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윤리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비건타이거는 올해 갤러리아에서 펼쳐지는 친환경 캠페인인 ‘라잇!어스 Right!Earth’를 위해 생명 존중과 동물권, 공존의 가치를 담은 패션 아이템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는 내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이를 시작으로 길 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들과 더 나아가서는 이름 모를 야생동물의 안녕을 기원 하는 메시지를 담아 가장 패셔너블하고 위트 있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만납니다. 라잇!어스를 위해 만든 패턴 속에는 갤러리아의 동물보호 봉사 활동인 ‘파란 Paran’ 프로젝트를 통해 구조되어 해외 입양을 간 강아지 이야기, 호주 산불로 고통받는 코알라 이야기와 로드킬로 희생되는 길고양이 이야기 등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모든 생명체의 보금자리인 지구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라 공존해야 함을,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생명권에는 경중의 차이를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비건타이거의 메시지는 당연하고 명료하지만, 이 시대 지구인은 매순간 그 사실을 인지하기 요원한 삶을 살고 있죠. 그러나 나와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간과한다면 때는 이미 늦을지도 모르죠. 

비건타이거는 어떤 브랜드인지 대표 겸 디자이너인 양윤아님이 직접 소개해주세요.

비건타이거는 2015년에 론칭한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에요. 최근 몇 년간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이슈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그전에 패션계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스스로 NGO에서 활동하며 모피나 울 생산 시 동반되는 잔혹함에 대해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대체재가 없으면 이러한 것들이 아무 효과가 없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패션 디자이너나 소비자로서는 특히 겨울에 옷을 사려고 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가죽이나 털 소재 옷을 피하기 위해 살피다 보면 인조가죽 등 저렴한 소재로 만든 옷들밖에 선택지가 없었어요. 내가 비용을 지불해 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비건 패션 아이템들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물 학대가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사고 싶을 만큼 멋진 비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해서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비건타이거 제품들에 비건 소재를 쓰는 건 너무 당연하고, 좀 더 지속 가능한 비동물성 소재를 꾸준히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면 티셔츠는 아무 브랜드에서나 살 수 있는 비건 소재 아이템인데 우리는 모피 대체재인 비건 퍼로 만든 아우터, 비건 가죽으로 만든 라이더 재킷, (누에에서 뽑는 실크가 아닌) 실크 대체재로 만든 새틴 소재 블라우스나 셔츠 같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비건 소재의 중요성에 더해 동물과 인간,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관계에 대한 스토리를 디자인적인 요소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갤러리아와 함께 라잇!어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 중 한 팀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소감은 어떠한가요?

라잇!어스 프로젝트 자체가 굉장히 진정성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패션계는 지속 가능성이나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겉으로는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하는 회사들이 많아요. 그러나 갤러리아는 유기견 문제나 개농장 철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라잇!어스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선뜻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갤러리아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캠페인인 ‘라잇!갤러리아’를 지켜봐왔고, 해양오염을 주제로 한 작년의 ‘라잇!오션’을 특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 브랜드에서 지속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이번 라잇!어스 캠페인에서 ‘휴머니멀’ 즉, 인간과 동물이 다르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감정을 교류하는 생명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생명 존중을 주제로 반려동물을 비롯해 지구의 모든 생명들과의 공존을 상징하는 패턴을 모델 신현지와 함께 개발했죠.

이 패턴은 이번 라잇!어스 캠페인을 위한 의류와 스카프에 적용되는데, 이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모델 신현지도, 그리고 저도 우연한 계기로 입양하게 된 첫 번째 반려동물과의 만남과 교감을 시작으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어요. 반려동물을 돌봄으로써 그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의 생명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패턴에 담긴 스토리는 갤러리아가 진행하는 동물보호 봉사 활 동인 ‘파란’ 프로젝트를 통해 구조되어 해외 입양을 간 강아지를 사람이 안고 있는 그림에서 시작됩니다. 어깨에는 검은 고양이가 있는데, 저의 첫 번째 반려동물이었던 ‘앙꼬’라는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어요. 재작년에 급성 심장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인간이 이렇게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이처럼 생명에 대한 관심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집 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고,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먹을 게 없어 도심을 배회하던 멧돼지가 사살되었다는 뉴스에도 마음 아파지는 시기가 오더라구요. 지구가 온전히 인간만의 것이 아닌데, 거의 모든 걸 인간이 다 차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멧돼지가 사람 사는 곳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또 사무실이 경기도 양주에 있어 교외로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안타깝게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이 길고양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패턴에 날개 달린 고양이를 그려 넣었어요. 그리고 밀림의 숲을 가로질러 건설된 고압 전깃줄에 감전사 당하는 흰손긴팔원숭이, 산불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남의 불행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호주의 산불로 고통받았던 동물들의 모습과 비를 내려 그 산불을 꺼주는 호랑이의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과격한 동물보호 캠페인도 있겠지만, 패턴 속에 이 런 스토리를 담아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파란 프로젝트를 통해 구조되어 해외로 입양간 강아지 이야기를 패턴 중심에 그려 넣었죠. 동물권 향상에 힘쓰는 갤러리아의 기존 활동도 협업을 결정한 데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국내 최초의 비건 브랜드로서 방향성이 명확하다 보니 기업이나 다른 브랜드들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많이 해와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신중하고 까다로운 편인데, 갤러리아가 파란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게 협업에 응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개 식용 이슈를 건드리는 건 굉장히 민감한 일인데 한 기업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건 커다란 용기 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사실 봉사 활동이라는 게 진심이 아니면 선뜻 하기 힘든 일인데, 봉사자들이 쉬는 날에도 꾸준히 이러한 활동을 하는 걸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웃음)

라잇!어스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들이 갤러리아 광교와 타임 월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더갤러리아> 10월호에선 화보로도 이 제품들이 소개되는데, 제작 과정 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비건타이거가 평소에 강조하던 메시지가 라잇!어스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스토리를 담아 디자인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해양오염의 주범인 폐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던 라잇!오션에 이어 우리도 패션을 통해 자원의 재순환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로 결정하고, 라잇!어스를 위해 만드는 모든 아이템의 소재를 페트병을 재사용한 폴리 소재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리사이클 소재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이번 협업에 쓰인 소재에 대해 소개부탁드려요.

정식 명칭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인데 페트병을 깨끗하게 세척, 분쇄해서 다시 페트 실로 뽑아내는 과정을 통해 탄생합니다. 이때 탄소 발생율이 30%나 낮죠. 중국 같은 데서 리사이클 소재를 만들기 위해 또다시 페트병을 제작하고 재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우리는 반드시 글로벌 인증을 받은 리사이클 소재만 사용합니다. 식물성 소재도 좋지만 그럴 경우 옷의 생명주기가 짧아져 또 다른 소비를 유발하기에 오히려 비환경적이라고 생각하고,  사이클 소재가 바다에 떠다니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니 자원 순환의 가치가 높다고 여겨집니다.

거의 비건 패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웃음) 물론 요즘엔 팬데믹의 영향으로 비건 패션이나 지속 가능한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든 점은 없나요?

최근 1~2년 사이엔 비건 소재를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워낙 이런 소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커졌고, 대형 패션 브랜드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대규모 섬유 회사도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었죠. 그러나 처음 브랜드를 론칭했을 당시엔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같은 원사를 구하려고 해도 컨테이너 하나를 다 채울 만큼 사야 하거나, 인조가죽도 퀄리티가 떨어져 사용하기 힘들었죠. 저는 재화를 주고 뭔가를 구매할 때 무엇보다 상품 가치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환경이나 동물에 대한 관심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비건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고민하게 되겠죠. 그래서 그런 분들도 고민 없이 비건 소재 옷들을 구매할 수 있게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게 저 같은 생산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라잇!어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공개하는 제품들은 주로 입기 편한 원마일웨어가 대부분이네요.

일단 나와 반려동물이 같이 있을 때 입을 수 있는 옷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판매 제품은 아니지만 화보엔 쇼 피스적인 옷도 보여 드렸으나 실은 스웨 트셔츠나 후디처럼 강아지랑 산책할 때 입기 좋은 편한 옷, 그리고 파자마 룩 처럼 보이지만 아우터만 걸치면 외출복으로도 연출할 수 있는 휴머니멀 패턴의 셔츠와 플루이드 팬츠, ‘휴머니멀Humanimal’을 자수로 수놓은 스웨트셔츠와 조거 팬츠가 메인 아이템입니다. 자수를 놓은 ‘휴머니멀’ 글자는 신현지 씨와 제가 함께 디자인해 한 글자 한 글자에 환경 혹은 동물에 대한 그림을 그려 넣었어요. 단지 알파벳을 쓴 게 아니라 자세히 보면 나무도 있고, 인간도 있고, 가축과 산, 곤충도 들어 있죠.

이번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이 라잇!어스 프로젝트의 어떤 점에 주목하길 바라나요?

‘공존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래요. 라잇!어스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템들을 만들면서 저 스스로도 이 이슈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죠. 지구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동물권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해주셨으 면 좋겠고, 옷도 많이 사주셨으면 합니다.(웃음) 이를 계기로 공감대가 많이 형성 되어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한 파티’를 하고 싶어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같은 가치관과 라이프스타 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요.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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