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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넷플릭스를 본다. 옷을 잘 입기 위해.
1980년대 미국 하이틴 패션이 매력적인 ‘기묘한 이야기’
지난 1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Ricky Gervais가 오프닝에 서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죠. “이제 아무도 영화엔 관심이 없어요. 영화관에도 안 가고, TV도 안 보죠. 모두 넷플릭스만 본다고요. 내가 여기 와서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잘했어, 넷플릭스! 네가 이겼어, 굿나이트!’” 그는 이 멘트에 덧붙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자신이 제작하고 출연한 드라마 ‘애프터 라이프 앵그 리 맨After Life Angry Man’을 홍보하는 역설적인 유머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지금 그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충분합니다.
가깝게는 작년 11월, 나우앤서베이의 설문조사에서 저녁 7시 이후 가장 많이 시청하는 ‘매체’ 4위로 넷플릭스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물론 1위는 유튜브, 2, 3위는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이 뒤를 이었죠. 하지만 유튜브는 무료 플랫폼의 성격이 강하고, TV 시청률은 나이가 어릴수록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들 사이에서 넷플릭스의 선전은 꽤 눈여겨볼 만한 수치입니다. 더불어 2019년 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유료 동영상 앱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실질적으로 트렌드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요즘 세대에게 넷플릭스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쉽게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좌) 발렌시아가 2018F/W 오버사이즈 파카
(우) 프렌즈’ 방영 25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랄프 로렌×프렌즈 컬렉션과 바이 퍼By Far 백.
(좌)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서 화제가 된 스웨터 스타일.
(우) 루이 비통이 선보인 '기묘한 이야기 티셔츠'
‘프렌즈’가 밀레니얼 세대의 90 년대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면, Z세대의 뉴트로 스타일 중심에는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가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 가장 흐뭇한 성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는 1980년대 미국 청소년 성장기를 기반으로 하는데요. 밀리 바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이 연기한 캐릭터 일레븐Eleven을 예로 들어 볼게요. 시즌 1, 2에서는 자신을 키워주는 호퍼Hopper 가 준 커다란 남자 셔츠를 주로 입었죠. 하지만 시즌 3 에서 독립적인 캐릭터로 성장한 그녀는 모든 사춘기 소녀가 그러하듯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 당시에 유행한 화려한 프린트의 드레스와 와이드 벨트, 알록달록한 스크런치를 매치하기도 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신드롬은 H&M과 나이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어졌고,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2018 S/S 컬렉션에서 ‘기묘한 이야기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좌)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우) 하우스 오브 홀랜드ב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컬레버레이션 티셔츠.
앞서 밀리 바비 브라운을 보면 알 수 있듯, 이제 넷플릭스는 동시대의 패션 아이콘을 탄생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검색 엔진인 리스트Lyst와 이미지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Pinterest가 선정한 패셔너블한 캐릭터에는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Chilling Adventures of Sabrina)’에 등장하는 사브리나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의 에 릭 에피옹Eric Effiong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브리나의 프레피 룩은 그녀가 입었던 스웨터에 대한 온라인 검색이 49%나 증가해 그 인기를 증명했으며, 에릭은 80년대 글램 스타일을 상기시키는 화려한 프린트 믹스 매치 룩으로 보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그가 입 었던 운동복에 대한 검색은 22% 증가했죠). 그의 스타일은 하우스 오브 홀랜드House of Holland의 런웨이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팀과 ‘It’s My Vagina’라고 프린트된 컬래버레이션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70% 이상이 혼자 노는 걸 제일 좋 아하는 홈루덴스족(영어 ‘홈Home’과 라틴어 ‘루덴스 Ludens’의 합성어)임을 자처합니다. 그들에게 넷플릭스는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무수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이 잠재적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넷플릭스 캐릭터 들에게 옷을 입히는 걸 마다하지 않죠. 런던의 패션 편집숍 브라운스Browns의 바이어인 헤더 그램스톤 Heather Gramston은 “스타일리스트는 더 이상 특정 역할을 위한 옷을 만들지 않아요. 대신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입히죠. 이 말인즉,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극중 캐릭터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라며 스트리밍 플랫폼이 쇼핑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더이상 컬렉션을 찾아보거나 패션 전문 서적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죠.
영국 왕실 패션이 궁금할 땐 ‘더 크라운The Crown’을, 1960년대 오피스 룩을 보고 싶다면 ‘매드 맨Mad Men’을, 미국 상류층의 하이틴 패션을 동경한다면 ‘더 폴리티션The Politician’을, 맨즈 패션을 익힐 땐 ‘아이리시 맨The Irishman’을 정주행하면 될 일입니다. 넷플릭스의 시청자이자 패션계에 영감을 주는 트렌드의 주체로서 우리는 딱 이거 하나만 정하면 됩니다. ‘나는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고 싶은가?’
editor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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