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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류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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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식탁


식재료에 대한 더욱 진중한 고민, 열린 마음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굳은 의지와 함께 돌아온 셰프 류태환. 



혼밥’의 미학을 예찬하는 바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습니다. 미식의 기쁨 역시 여럿이 나눌 때 배가된다는 주의이고, 여기엔 ‘공유’와 ‘공감’의 가치가 내재돼 있죠. 셰프 류태환의 요리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거나 모두가 공감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파인다이닝 ‘류니끄Ryunique’를 통해 컨템퍼러리, 하이브리드 퀴진 장르를 선보이며 혁신적이고 놀라운 창작 요리들을 선보여왔으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선정되어 미식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스트로 형식의 세컨드 브랜드인 ‘노멀 바이 류니끄Normal by Ryunique’의 오픈을 계기로 좀 더 다가가기 쉬운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의 요리는 ‘우리 모두’에게 친근한 요리라기보다 ‘다른 누군가’가 먹는 요리인 게 사실이었습니다.

지난봄, 그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갤러리아명품관 WEST 5층에 세 번째 브랜드인 ‘루프톱 바이 류니끄Rooftop by Ryunique’를 오픈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류태환은 친근한 레시피와 알기 쉬운 산지 제철 식재료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일상의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고찰, 대중과의 소통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두문불출했던 그의 지난 2년여의 고민과 해답이 모두 여기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맛있는 음식을 공유하며 생기는 끈끈한 유대는 한솥밥을 나눠 먹는 식구의 그것과 다름없습니다. 음식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셰프 류태환이 이제 음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마치 한 식구가 된 것처럼, 류태환이 내어준 한 끼 식사에서 비로소 따스한 마음을 느끼는 거죠.


올봄 갤러리아명품관 WEST 5층에 루프톱 바이 류니끄를 오픈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류니끄의 세 번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입니다. 좀 더 대중적인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하나 있어야 류니끄의 미래가 밝을 거라 생각했고,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게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이제 오픈한 지 4개월 남짓 지났는데, 반응은 어떠한가요?

파인다이닝인 신사동의 류니끄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기에 류니끄를 알고 찾아오시는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메뉴는 알라카르테À la Carte가 있었던 류니끄의 초창기 메뉴를 업그레이드해 개발했는데, 현재 루프톱 바이 류니끄의 베스트셀러인 토마토 샐러드나 치킨 메뉴들이 바로 그것이죠. 류니끄와는 달리 힘을 많이 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메뉴들이 탄생했습니다. ‘달다, 짜다’는 기호의 차이가 조금 있을 수 있지만 웬만하면 다들 맛있게 드셔서 기쁩니다.


나름대로 잘 먹고 다니는 축에 속하는 에디터조차 류니끄의 요리는 다가가기 어려웠던 게 사실. 파이오니아와도 같은 류태환 셰프의 혁신적인 요리도 좋지만, 루프톱 바이 류니끄에서 맛본 힘을 뺀 요리들도 무척 반가웠답니다.

사람들에게 ‘류니끄의 요리는 어렵고 대중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작위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이기적인 요리이기도 하죠. 내가 하고 싶은 실험적인 요리만 하고, 심지어 가격도 비싸니까.(웃음) 지난 2~3년은 ‘조금이라도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내 요리법을 한 번 더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생산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나만의 맛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입 장벽을 더 낮추고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낼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다 루프톱 바이 류니끄가 탄생한 것이죠.


류니끄라는 브랜드에게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에서 거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많은 식객들이 류태환의 행보를 더욱 궁금해했던 것 같고.

그 사이 잡지나 방송 등 미디어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지 못하니 내가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 나 역시 대중과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많이 고민한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요리법과 마음가짐으로 루프톱 바이 류니끄를 오픈하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어디에서든 제철 식재료에 대해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은 ‘움직임’입니다. ‘좋은 식재료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재료 백과’라는 주제 아래 쿠킹 클래스를 열고, 미디어에 제철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노출시키고 있죠.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리복을 벗어던지고 다 함께 시골로 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한 1,500km를 운전해 한 달에 다섯 번씩 기자들과 식재료 리서치를 가기도 하죠. 결국 대중이 봐야 하는 건 셰프들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자기가 먹는 음식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그리고 그 재료를 셰프들이 어떻게 구해오는지. 이런 조그만 움직임들이 쌓이다 보면 식재료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결국엔 파인다이닝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게 되겠죠. 


사실 초여름부터는 더워지니까 좋은 식재료가 많이 나는 계절은 아닌데, 이런 한정적인 상황에서 루프톱은 어떤 식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기운을 북돋워주는 보양식을 만들 생각입니다. 오골계를 이용한 새로운 메뉴를 구상 중인데, 굽거나 국물을 진하게 내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장어 요리도 빠질 수 없고, 더운 기운을 식히기 위한 소바 요리도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개인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요즘엔 국물 요리가 참 좋더라구요. 젊을 땐 많은 걸 치장하고, 또 많은 걸 얘기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패션도 주렁주렁 자꾸 뭘 걸치려 하고. 아직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취향도 심플해지더라구요. 음식도 마찬가지. 돼지국밥처럼 심플한 요리가 좋아집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지만 계절 감각을 잘 살리고 기본에 충실한 요리들, 점점 그런 게 좋아지네요.


나이를 먹으니 입맛도 변하더라구요.(웃음) 이것저것 먹어보고 나면 결국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그런 음식들에 끌리게 되나 봅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잔소리하면 ‘꼰대처럼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젠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이제 나이가 드니 조금 먹더라도 좋은 걸 먹으려 하고, 잡다한 것보다는 좋은 것 하나를 제대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입맛이 심플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셰프 류태환이 요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꿈이라면 역시 은퇴하는 것.(웃음) 요리가 재미있긴 하지만 워낙 사생활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 가끔 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그 전에 내 목표들을 다 달성해야 하죠. 이름이 더 알려지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류니끄의 브랜드들이 더 공고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떠나고 싶기 때문. 결코 쉽지 않은 내 요리를 배우며 따라오는 제자들이 앞으로 멋진 셰프가 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몇 년 이상 열심히 사사한 친구들에겐 레스토랑을 차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복지 혜택도 늘려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셰프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런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게 나의 꿈입니다.



photographer 고용훈

editor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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