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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송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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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인의 숲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올림픽 무대의상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송자인과의 인터뷰.

 


제인송Jain Song의 시그너처 아이템은 재킷이다. 디자이너 송자인은 아마 우리가 아는 가장 멋진 재킷을 만드는 디자이너 중 하나일 것이다. 주변에는 송자인의 재킷을 철철이 장만하는 일군의 집단도 있다. 남들 눈에는 다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엄연히 다른 재킷이다.

 

모든 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된 디자인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림픽 개·폐막식의 현대 의상 감독으로 선정되어 전통 한복을 제외한 공연단의 모든 의상을 책임지고 디렉팅한 것이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 나온 듯한 여인들, 미디어 퍼포머들, 불춤을 추는 도깨비들과 폐회식에등장한 색색의 꼭두들이 입은 의상 모두 송자인의 작품이다. 지난 3월에 열린 서울 컬렉션도 이를 위해 한 차례 쉬었다. 그래도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 공력을 들인 만큼 결과는 놀라웠다. 올림픽에서 선보인 작품들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녀 자신에겐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Q. 아직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합니다. 계·폐막식 현대 의상 감독으로서 이번 올림픽이 더 큰 잔상을 남겼을 것 같은데, 후폭풍이 크지 않나요?

오랜 기간을 온전히 올림픽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다른 일과 병행하기엔 역부족이라 부득이하게 지난 시즌 서울컬렉션도 처음으로 결석했죠. 원래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편이에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올림픽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는 거라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무엇보다 밀린 일 폭풍이 큽니다.(웃음)

 

Q. 평창 동계올림픽의 현대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착복 리허설 때가 기억납니다. 한파가 너무 심해 원래 계획했던 것의 반도 못했지만 첫 리허설 때는 정말 울컥하더라구요. 사실 나는 가장 나중에 합류한 케이스이고, 3~4년간 준비하신 감독님들은 개막식이 끝나고 많이들 우셨어요.

  

Q. 가장 힘든 과정은 무엇이었나요?

의견을 모으는 일. 올림픽은 너무 국제적인 행사라 참여하는 이들도 많고, 결재 절차도 복잡해 계속 회의해도 다음 번에 바뀌고 또 바뀌고를 반복했습니다. 정말 1년 내내 회의만 한 것 같아요.(웃음)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도 동아리 활동 한번 안 했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내 아이덴티티를 공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반면 그전엔 해보지 못했던 이런 경험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Q.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단독 쇼를 준비 중입니다. 올림픽 경험이 새로운 디자인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요즘 쇼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거의 회사에 감금된 수준이에요.(웃음) 워낙 운동을 좋아해 컬렉션 때마다 스포티한 아이템들을 조금씩 선보이곤 했는데, 올림픽 의상 제작하더니 스포츠웨어만 하는 거 아니냐고 할까봐 조금은 의식되더군요. 여담인데 평창 다녀와서는 패딩을 한 번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럴 정도로 지난 겨울 내내 지긋지긋하게 입었습니다.(웃음) 그래도 늘 그렇듯 패딩 같은 실용적인 아이템이 이번 쇼의 많은 비중을 차지할 거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나이키로부터 슈즈 협찬을 받아 그것을 오브제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메이저 브랜드이면서 한편으로는 언더적 감성을 지닌 나이키만의 특성이 제인송 컬렉션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어떻게 보여질지 굉장히 기대됩니다.

 

Q. 제인송의 미덕은를 위한 아이템보다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역시 제인송의 스테디셀러인재킷입니다. 송자인에게 재킷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 의미인가요?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는 음식도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이, 넓게는 젠더의 경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 세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남성적 취향과 여성적 취향을 구분 지으려 하지 않기에 심지어 내 별명이암수한몸이에요.(웃음) 운동을 즐기거나 짧은 머리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오빠나 아빠 옷을 잘 입고 다녔습니다. 어머니가 디자이너(디자이너 김동순)여서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재킷을 접한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재킷은 항상 스스로 집착하는 아이템입니다. 디자이너가 된 후 내가 원하는 재킷을 만들어보려 했더니 재킷이란 게 굉장히 내공이 필요한 아이템이더라구요. 정말 좋은 재킷을 만드는 게 숙원이라 재킷이라는 범주 속에서 캐주얼부터 테일러링까지 모든 걸 다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유럽의 패션하우스에서 진행하는 테일러링 클래스도 들어보고 싶구요.

  

Q. 송자인의 마음이 가장 평화로울 땐 언제인가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따라 해볼 수 있게 알려주세요.

약간 뜬금없는 얘기인데, 내 나이 또래는 산울림을 좋아해요. 나는 산울림의 노래중빨간 풍선이라는 곡을 진짜 좋아합니다. 가사 중에조용히 숲속 길을 마냥 걷고 싶어’라는 부분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그 말이 너무 확 와 닿더군요. 일도 많고 사람에 치이고 책임져야 할 게 많은 삶에서 온전히 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게 얼마나 힘든가요? 생각해보면 그렇게조용히 숲속 길을 마냥 걷는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photographer 고용훈

editor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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