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크가 한창이던 지난봄, 패피들의 차림새로 알아본 2023 S/S 시즌 키 트렌드의 리얼웨이 연출법.
Editor 서지현
Photographer 김사윤
LADY LIKE DENIM
Y2K 광풍과 함께 돌아온 1990년대 스타일,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데님의 인기는 두말하면 입 아플 수준이다. 캘빈 클라인, 리바이스, 디젤 등 시대를 주름잡은 브랜드들 역시 데님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 한 부활을 알렸다. 이번 시즌의 흥미로운 점은 디스트로이드, 워싱 등 젠지를 대표하는 그런지 무드의 데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평행우주 속 또 다른 세계처럼 ‘참한’ 데님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잘록한 허리선의 재킷과 토트백으로 우아함을 강조하고, 여기에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데님을 매치해 디올의 뉴 룩 부럽지 않은 정숙함을 갖춘 이 연출법처럼 말이다.
1. SOEUR 곡선형 실루엣이 인상적인 재킷. 2. DIOR 촘촘한 비즈 장식이 아름다운 선글라스. 3. AMI 어떤 룩에 매치해도 잘 어울리는 데님 팬츠. 4. HERMÈS 독특한 위빙 핸들을 가미한 켈리백. 5. VIVIENNE WESTWOOD 두 줄 진주와 중앙의 모티브가 아이코닉한 네크리스. 6. JIL SANDER 골드 메탈 장식이 우아한 펌프스.
7.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데님과 쿨한 합을 자랑하는 후프 이어링. 8. N˚ 21 러플 장식의 실크 소재 블라우스.
NEON BLOCKING
SNS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막강한 요즘, 누구보다 튀고 싶은 패피들이 가득한 탓 일까? 베르사체, 지방시, 알렉산더 맥퀸 등 2023 S/S 런웨이에서 영감을 얻은 네온 컬러 스타일링이 그야말로 스트리트를 점령했다. 컬러풀한 앙상블에 더욱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해 몸에 걸친 색의 가짓수를 늘리는 이 컬러 스타일링은 언제 어디서 카메라에 포착돼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성공 100%의 선택지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스타일링 팁은 모던한 디자인과 심플한 실루엣에 있다. 간결한 디자인의 슈트나 별다른 장식 없이 컬러만을 강조한 액세서리가 좋은 예다.
1. HERMÈS 나무 소재에 래커를 칠한 컬러 뱅글. 2·3. GANNI 메탈 클로저 포인트가 쨍한 블루 컬러와 어우러진 스커트 슈트. 4. Alexander McQUEEN 레드 프레임이 시선을 사로잡는 캐츠 아이 선글라스. 5. CHRISTIAN LOUBOUTIN 볼드한 체인 스트랩 장식의 숄더백. 6. MANOLO BLAHNIK 커다란 버클 장식의 뮬. 7. SANDRO 몸에 타이트하게 피트되는 리브드 카디건. 8. MAISON MARGIELA 뽀얀 컬러가 돋보이는 롱 글러브.
POWERPUFF GIRL
시몬 로샤, 세실리에 반센, 미우미우 등 로맨티시즘의 계보를 잇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최근 몇 년간 각종 협업 이슈를 이어오며 쇼퍼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접점은 H&M, 아식스, 뉴발란스 등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와 손잡고 마니아의 영역을 넘어선 ‘공주님’ 스타일의 대세를 방증했다는 점이다. 패션 위크에 참석한 패피들의 착장엔 적정선을 지킨 로맨틱 룩의 규칙이 존재한다. 파워 퍼프 숄더로 실루엣을 한껏 과장했다면 베이식한 액세서리로 완충하고, 되레 내추럴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한 번 더 힘을 빼 담백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식이다.
1. JIL SANDER 조형적인 오브제가 달린 후프 이어링. 2·3. GANNI 셔링 디테일의 퍼프 소매 톱과 깅엄체크 패턴의 팬츠. 4. AMI 데일리 아이템으로 연출하기 좋은 버킷 해트. 5. ROGER VIVIER 커다란 리본이 사랑스러운 헤어 액세서리. 6. CHANEL 깅엄과 트위드를 믹스한 베니티 케이스. 7. SERGIO ROSSI 라벤더 컬러의 메리 제인 슈즈. 8. HERMÈS 컬러풀한 프린트가 매력적인 캐시미어 스카프.
ON THE ROAD
할리 데이비슨을 타지 않는다 해도 바이커 룩은 즐길 수 있다.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패션의 묘미이자 럭셔리 하우스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루이 비통부터 마린 세르에 이르는, 시대와 세대의 대척점에 선 하우스들이 이번 시즌 바이커 룩이라는 접점을 스치며 많은 스트리트 패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얻었다. 오버사이즈 재킷, 극단적인 미니스커트, 빠질 수 없는 웨스턴 부츠와 고글 선글라스까지. 그저 정석대로 갖춰 입기만 해도 뻥 뚫린 도로를 내달리는 바이커의 스피릿을 경험할 수 있을 듯.
1. LOUIS VUITTON 스터드 장식이 와일드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바이커 재킷. 2. Alexander McQUEEN 시원해 보이는 블루 렌즈 선글라스. 3. GANNI 바이커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주는 부츠. 4. ISABEL MARANT 에스닉한 패턴에 스터드를 매치한 미니스커트. 5. TIFFANY & CO. 레이어링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락 컬렉션 뱅글. 6. DIOR 포멀한 블랙 글러브. 7. MIU MIU 빈티지한 텍스처가 돋보이는 숄더백. 8. ALAIA 슬림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벨트.
LIGHT AND SHADOW
스트리트 패션을 논할 때 ‘올 블랙’만큼 지루한 스타일도 없다. 하지만 알투자라, 가브리엘라 허스트, 로에베와 알렉산더 맥퀸 등 수많은 브랜드의 2023 S/S 컬렉션을 장악한 메탈 장식을 온몸에 갑옷처럼 장착한 블랙 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 속 패피는 데일리로 입기 좋은 평범한 블랙 니트 톱과 레깅스, 그리고 부츠에 시퀸 백과 진주 시스루 스커트, 실버 스카프 등 반짝이는 요소를 더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짝이는 요소만 걷어내면 언제든지 일상적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남다른 혜안이 아닐 수 없다. 두께나 질감이 서로 다른 아이템들로 단조로움을 탈피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1. OFF-WHITETM 어깨 라인에 타이포를 매치한 리브트 니트 톱. 2. HERMÈS 브레이슬릿과 락 모티브가 매끈한 켈리 워치. 3. GIANVITO ROSSI 무채색 룩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격인 메탈릭 부츠. 4. CHANEL 화려한 샹들리에를 보는 듯한 이어링. 5. Alexander McQUEEN 우주선처럼 독특한 디자인의 링. 6. VALENTINO GARAVANI 얼음 조각처럼 투명한 장식이 인상적인 백. 7. DIOR 스톤 장식이 화사한 선글라스. 8. FABIANA FILIPPI 두 겹을 덧대 패널처럼 연출한 튤 스커트.
<더 갤러리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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