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LIFE /

INSTERVIEW : 유쾌한 정찬, 오세득

본문

셰프 오세득


스타 셰프 오세득은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이다



오세득은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셰프 중 하나일 것. 친근한 인상에 길 가다 그와 마주친다면 누구라도 먼저 아는 체하며 인사를 건네게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아마 오세득은 그게 누구든 마치 오랜 지인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그 인사를 받아줄 것 같습니다. 오세득은 종종 요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퀴즈 쇼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요리사가 왜 요리와 상관없는 방송에 나오냐?’까는건 말이 안됩니다. 개그맨이 개그 프로그램에만 나오라는 법은 없고, 배우가 드라마에만 출연하라는 법도 없으며, 요리사 또한 요리 프로그램에만 나오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죠. ‘요리사가 왜 방송에 나오냐?’로 깐다면 글쎄? 요리사는 요리로 까야지,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로 깔 수만은 없는 세상이기 때문. 그의 요리를작정으로 간 건 아니지만, 에디터는 오세득의 밥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요리로 깔 자격을 갖춘 셈이다). 식재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탐구,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진 빛나는 창의력, 거기다 요리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스태프들과의 팀워크까지, 에디터와 지인은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정찬을 즐겼더랬죠. 직접 만나본 오세득은 그가 만드는 요리만큼이나 유쾌한 사람이었습니다. 막연하게 그려왔던 인상과 다를 바 없는,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 웃음 가득한 얼굴, 농담 한마디로 녹록지 않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여유, 세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 이런 안온함은 꾸며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식사 시간을 유쾌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실력 있는 요리사를 다른 무엇으로 깔 수 있을까요? 만약 오세득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가 해준 밥 한 끼를 먹어보길 권합니다. 기억에 남는 따뜻한 식사를, 그리고 보이는 그대로의 오세득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Q 거의 매일 레스토랑에 출근한다고 들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없으면 항상 출근합니다. 일정이 있어도 가기 전까지 요리하다 나가고, 끝나자마자 달려오죠. 설령 해외 스케줄이어도 마찬가지. 업장에서 공항으로 가고, 공항에서 바로 업장으로 돌아옵니다. (웃음) 내 얼굴과 이름이 걸린 곳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예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죠.

 

Q 방송 섭외가 많이 들어올 텐데, 어떤 기준으로 출연을 결심하나요?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요리사니까 기본적으로 요리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출연한 모든 프로그램이 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초창기에 출연했던올리브 쇼는 스포츠에 비유하면 골프처럼 정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여러 셰프들이 주제와 룰을 정해 한 사람 한 사람 요리를 보여주고, 마지막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며 끝내죠. 반면냉장고를 부탁해는 정해진 시간, 경쟁할 상대, 게스트가 원하는 음식은 있지만 그 외에는 15분 동안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하고 모든 스킬을 다 써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격투기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가장 즐거웠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최현석 셰프 등 친한 사람 몇 명과 다른 나라로 여행 가서 그 나라의 미식 체험을 하는셰프끼리라는 프로그램을 제일 즐겁게 촬영했어요. 요즘 여행의 트렌드가힐링이라는데, 요리사는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걸 먹어보고 색다른 식재료를 접해보는 게 결국 다 힐링이죠. 이국의 시장, 식당에 가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 이런 여행을 하면 답답함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신동엽, 성시경 씨가 진행했던오늘 뭐 먹지?’에도 여러 번 출연했는데, 그 또한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내가 요리를 가르쳐주면 두 사람이 옆에서 따라 하는 건데, 신기한 건 똑같은 재료에 동일한 레시피여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는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 방송을 통해 레시피를 주고 똑같은 재료를 구해다 써도 내 입맛에 맞게 다듬어가려면 결국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내 입맛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네요. 남들이 좋은 레시피라 평가하고, 아무리 좋은 평점을 받은 곳이라 해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허사 아닌가요. 입맛처럼 주관적인 게 어디 있을까 싶어요.

요리사들에게 있어 요리는 예술입니다. 예술에 점수나 어떤 기준이 있나요? <미쉐린 가이드> <자갓 서베이> 등은 모두 남의 입맛 점수 혹은 회사의 입맛을 매긴 건데, 사람들이 이 점수만 보고 , 여기서 몇 점을 줬으니 맛이 없겠구나라고 속단하게 되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식의 경우 아무리 잘하는 곳이라도 우리 엄마 요리보다 낫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엄마 요리가 각자의 입맛을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남의 입맛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Q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요?

줄라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초창기엔 그런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별을 받아도 그만, 못 받아도 그만인 것 같아요. 별을 받기 위한 기준에 맞추려고 거기에 자신의 방식을 맞추는 사람들도 있죠. 또한 나 잘하는데 왜 별 안 줘? 하고 심통 난 사람들도 많아요. 이유가 뭐가 있나요? 뭔가 부족하니까 안 줬겠지요.(웃음) 왜 남한테 평가받으려고 그동안 해왔던 모든 걸 버리나 싶어요. 여태 살아온 걸 점수로 평가받길 바라는 걸까요? 내가 해왔던 요리가 우연히 그 기준에 맞으면 별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별을 받으려고 줏대를 버리면서까지 그 기준에 맞춰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SNS에서의 평가도 마찬가지죠. 간혹 우리 음식에 대한 혹평이 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모두의 입맛은 다 다르니까. 나는 오직 SNS에 올라온 우리 업장의 음식 사진만 관찰합니다. 뭐가 빠졌나, 소스가 묽게 됐나, 음식이 제대로 나갔나, 그런 점들만 유심히 살펴보죠. 아까 말했듯이 입맛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모든 사람의 입맛을 다 맞출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Q 미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파인다이닝에 대한 경험, 이해, 존중,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박한 것이 사실이죠. 파인다이닝 신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아요.

비싼 만큼 퀄리티가 뛰어난 물건은 크게 로고를 박지 않잖아요.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결국 그 물건의 가치가 보이게 돼 있으니까. 아무 장식 없는 질 좋은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는 사람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해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개의치 않죠. 우리나라의 다이닝 신은 아직 그렇게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무형의 가치에는 투자하지 않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고가의 백과 자동차는 갖고 다니지만, 뭘 먹고 다니는지는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니까 미식 경험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고려직업전문학교에서 특임교수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죠. 요리할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을 많이 느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기보다 현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 속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많더라구요. 어딜 가든, 뭘 하든 많이 배우고 느껴야 할 시기인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나는 저 레스토랑 아니면 안 갈 거야!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다 갖춰진 곳에 들어가려고 하니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정작 일손은 항상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죠. 처음부터 큰 회사에 가라고 하지, 작은 곳도 큰 곳으로 키우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부모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어른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 갖춰진 데 들어가기 위해 그 스펙에 맞춰 공부를 시키잖아요. 큰 곳을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야 하는데 다 만들어진 데 들어갈 애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결국 아이들을 매력도 없고 경쟁력도 없는 사람으로 키워지죠. 이건 사회 전반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Q 얼마 전 레스토랑 오세득에서 밥을 먹고 왔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음식 맛이 나무랄 데가 없었어요. (웃음) 그런데 사실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서버들의 애티튜트였죠. 요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전달, 자신 있는 화법, 세심한 관찰력 등 경쟁력 있는 서버로 잘 트레이닝한 것 같더라구요. 레스토랑 홈페이지를 보면 주방 팀, 서빙 팀 사진이 올라와 있어 스태프들에 대한 큰 애정이 느껴졌어요.

요리사의 입장에서 서버 친구들이 음식을 들고 나갔을 때 손님에게 떳떳하게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리도 중요하지만, 그 요리를 손님에게 전달하는 서버들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1g에 원가 1만원인 캐비아를 3만원에 판다고 치면, 3만원짜리 캐비아를 시켰는데 달랑 1g이 나온다면 손님들이 실망하겠죠. 그럼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서버 친구가 떳떳할까요? 음식의 양도 그렇지만 담음새, 가격만큼의 가치까지, 서버 친구들이 손님에게 전달할 때 충분히 떳떳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해요. 그 친구들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인데 손님한테 죄송한 마음을 안고 일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Q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오세득을 오픈한 지 이제 9개월 남짓 이죠. 이곳을 통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함께 일한 친구들이 후에 어디서 일했다는 걸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해요.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해서 레스토랑 오세득 출신이야라고 말했을 때 그게 자랑스러울 만큼.
<!--[if !supportLineBreakNewLine]-->
<!--[endif]-->

Q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오세득에게 딱 한 달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여행을 갈 것 같아요. 유럽은 많이 가봤고, 미국에서는 살기도 했으니까 서양 요리의 기본과 향신료, 요리법에 대해서는 많이 알기 때문에 이젠 라오스나 캄보디아처럼 동남아의 익숙지 않은 곳으로 떠나고 싶더라구요. 실론 티의 고장인 스리랑카, 태국과 인접한 나라들에 가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요리법과 향신료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어요. , 그렇게 되면 쉬러 간다기보다 공부하러 가는 건가? , 어쨌든 그런 여행이 나한테는 결국 힐링이니까요.(웃음)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안형준



 

RELATED CONTENTS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