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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매혹시킨 단 하나의 인생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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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액세서리 중에서도 시계는 특별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요. 무엇보다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액세서리로 그 차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 자신만의 특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마치 인생의 보물 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 시계는 무엇인가요? 생애 첫 시계 혹은 예물 시계로 패피들의 인생에 선물처럼 찾아온 시계. 그들을 매혹시킨 인생 시계와 그 사연에 대해 소개할게요




1. 예물로 받은 오메가 레일마스터 3세대.
2. 오메가의 역사에서 레일마스터는 씨마스터나 스피드마스터 같은 인기 컬렉션이 아니었습니다. 철도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개발한 크로노미터 워치였기 때문에 기차가 더 이상 고급 운송 수단이 아니게 된 시점부터 외면받았죠. 1963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2012년부터 2017년까지도 새로운 모델이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시계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됐던 3세대 레일마스터인데요. 2017년 레일마스터 컬렉션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모델을 완벽하게 재현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델로 꼽히는 아이템입니다. 2010년 봄, 결혼을 준비하며 구입할 당시 더 이상 오메가에서 레일마스터 시계를 발표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죠. 훗날 ‘오메가에 이런 모델이 있었답니다’ 하며 희소성을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 그러나 2017년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고, 레일마스터가 부활했습니다. 그래서 최신 버전의 레일마스터를 보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데요. 솔직히 내 시계보다 좀 더 멋져 보이기 때문이죠.
3. 시계에 맞는 가죽 스트랩을 20개 정도 모았습니다. 그걸 구두와 벨트 컬러에 맞춰 매일 교체합니다. 같은 구두를 이틀 연속 신지 않는 것처럼 시계 역시 같은 스트랩을 차는 경우가 드물죠. 한마디로 하루도 똑같은 적이 없는 시계라는 뜻.
4. 그야말로 전천후입니다. 남성용 시계의 표준 사이즈인 데다 디자인도 단순해 드레스 워치와 스포츠 워치 사이를 쉽게 오가죠.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라는 장르에 속하는 시계들이 공통적으로 디자인의 개성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야광 핸즈와 인덱스, 150m 방수 사양은 착용하기 부담스럽지 않게 해줍니다.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단순한 구조의 무브먼트를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매우 정확하죠.
5. 오메가가 만든 데일리 워치의 모범.


1. 일하다 만난 바쉐론 콘스탄틴 말테 스몰.
2. 어렸을 때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시계를 차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또래 여자애들이 팔
찌를 사 모을 때 나는 묵직한 느낌이 좋아 시계를 샀죠. 다이얼에서 시침과 분침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각도의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패션을 전공한 후 패션 브랜드 홍보 팀에서 일하면서도 여전히 시계는 내게 주얼리나 가방보다 중요한 데일리 아이템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미팅이 많아 시계를 보는 일이 잦은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대신 시계를 흘겨보는 매너가 몸에 익었습니다. 시계 사랑은 결혼 예물로도 이어졌죠. 그 어떤 예물보다 공들여 여러 브랜드를 돌아다니며 내게 꼭 맞는 시계를 찾으려 했고, 요란하지 않고 간결하면서 언제 봐도 좋은 클래식한 디자인이 내 취향임을 알게 됐습니다. 작년 가을 나의 DNA가 담긴 패션을 잠시 내려두고 시계 브랜드 홍보 팀으로 이직했는데, 시계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수록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됐습니다. 사람의 일생처럼 탄생 시기와 비화가 있고, 세심하게 다른 디자인적 묘미와 함께 워치메이킹의 메커니즘을 결합해 하나의 우주를 담고 있는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다른 일을 하다 이직 후에야 만난, 취향에 꼭 맞는 이 시계는 한평생 서로를 찾아 헤매다 결국엔 하나가 된 운명의 짝 같은 존재.
3. 모셔두지 않고 몸과 하나인 듯 항상, 하지만 아주 소중하게 착용합니다. 지난가을에 장만해 지금까지 매일 다른 룩에 매치하는 묘미가 특징.
4.
란하지 않습니다. 간결하고 모던한 우아함이 찰수록 빛을 발하죠. 절제된 감각의 다이얼과 로마숫자 인덱스, 유연한 육각 커브 케이스는 매일 봐도 새롭고 매력적이죠. 
5. 곡선으로 이뤄진 토노형 디자인과 컨템퍼러리 클래식의 아름다움이 주는 우아함.


1. 커리어를 함께해온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2. 행사와 촬영, 관계자 미팅, 직원들과의 일정 등 수많은 스케줄을 체크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발에 
땀나게 움직이는 생활이 당연하게 여겨질 무렵, 손목엔 늘 가벼운 스와치 시계가 채워져 있었는데, 우연히 매장에서 본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가 자연스럽게 로망이 됐습니다. 태엽을 감아 직접 시간을 맞추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내겐 꿈 같은 일로 여겨졌기 때문. 특히 루이까르띠에가 직접 착용하기도 했던 이 시계는 모든 탱크 라인의 기준이 되는 모델입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과감히 뻗은 사각 셰이프와 대조를 이루는 러그의 둥근 각, 18K 옐로 골드 케이스.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시계는 시간이 흘러도 영원할 거라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탱크는 론칭 후 100년이 지난지금도 클래식 워치의 정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소장 가치가 충분한 시계임을 진즉 알아차렸던 당시의 나는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던 십수 년 전, 열심히달려온 스스로를 위한 응원과 격려의 의미를 담아 첫 럭셔리 시계를 선물했죠.
3.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착용합니다. 빳빳한 화이
트 셔츠에 베스트를 입고, 뿔테 안경과 스카프, 마지막으로 시계를 손목에 채우죠. 트렌드를 좇다가도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이 시계로 완성한 시그너처룩을 보며 마음속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4. 흔한 말로 디지털 시대지만 직접 태엽을 감아 시간을 맞추고 확인해야 하는 아날로그 시계라 좋습니다. 오랫동안 
한결 부드러워진 스트랩, 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분침. 이 둘을 보면 내 일상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고 지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어울리고 적응한 나와 내 시계를 발견할 때면 묘한 전우애를 느끼곤 하죠. 긴 시간을 함께해왔기에 알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요.
5. 영원한 클래식.


1. 약혼자의 깜짝 선물,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클래식 스몰.
2. 홍콩 여행 중 약혼자가 갑자기 선물한 시계. 심플하되 너무 투박하지 않은 디자인,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엔트리 라인, 스토리를 지닌 워치 하우스의 제품 등 그는 내 직업과 취향을 고려해 한 달간의 고민 끝에 이 시계를 골랐다고 했죠. 앞·뒷면의 케이스를 뒤집어 연출할 수 있는 특징답게 다양한 라인을 갖춘 리베르소 워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장에서 직접 결정했습니다. 매니저의 추천 제품은 두 케이스가 다른 컬러로 이뤄진 제품이었지만 내겐 쇼케이스 가장 구석에 있던, 뒷면이 비어 있는 제품이 제일 예뻐 보였습니다. 그렇게 내것이 된 첫 시계이자, 약혼자의 선물이기에 소중히 보관하고 싶었던 나는 트렁크에 케이스를 고이 넣어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으나, 세관에 신고하지 않아 반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시계를 지키기 위해 두 가지 중 선택을 해야 했죠. 고액의 벌금을 지불하거나, 공항에 맡긴 뒤 출국할 때 수령하는것. 뉴욕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할 거라 후자를 택했고, 지난 여름에 구입한 시계는 공항에서 수개월간 잠들어 있다 가을이 되어서야 내 품에 왔습니다. 어리숙한 첫 시계 구입의 ‘웃픈’ 사연이 더해졌으니, 더욱 특별할 수밖에.
3. 휴대전화를 켤 수 없는 공연장에 가거나 원고 마감 직전처럼 긴장감을 주고 싶을 때 
착용합니다. 또 타지에서 이따금씩 외로움과 울적함을 느낄 때 착용하면 드레스업한 느낌이 들어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4. 다이얼이 없는 뒷면. 원하면 언제든 
뒷면에 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어떤 각인을 새길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스케줄에 쫓겨 시간을 확인하기 싫을 때나 원고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케이스를 뒤집어놓는다. 스스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 착용할수록 마음에 드는 부분이죠.
5.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시계.



editor 서지현

photographer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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