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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지금 주목 받는 글로벌 미술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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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떠나보는 아트 로드

팬데믹에 작별을 고하는 2023년, 이동에 제약이 없어진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할 갤러리와 뮤지엄들이 넘쳐나고 있다. 아트 저널리스트의 큐레이션을 통해 엄선한, 예술 애호가라면 주목해야 할 글로벌 미술관 6곳.

Writer 이정현
Editor  천혜빈

 

 

세 가지 얼굴, 쿤스트뮤제움 바젤 (@kunstmuseumbasel)

오는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쿤스트뮤제움 바젤Kunstmuseum Basel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곳은 총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본관 하나와 두 개의 신관. 바젤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에 건물이 띄엄띄엄 있는 게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 건물마다 선보이는 전시가 구분되어 오히려 취향에 따라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다가온다.

1963년 스위스 최초의 공립 미술관으로 개관한 쿤스트뮤제움 바젤은 처음엔 본관을 중심으로 한 1관 체제였지만, 1980년과 2016년에 현대미술을 선보이기 위해 각각 신관을 추가로 건립해 현재는 3관 체제로 운영 중이다. 

각 관에서 선보이는 특별전과 상설전을 즐기는 것 외에도 포스터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숍 방문도 놓치지 말 것. 비록 아트 바젤로 알려졌지만,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도시가 바로 바젤이다. 그만큼 미술관 전시 포스터 디자인의 수준도 상당하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포스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파리 방돔 광장에서 만나는, 국제갤러리 파리 (@kukjegallery)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성공적 데뷔로 아시아의 미술 중심지로 부상한 서울. 최근 서울로 진출하는 해외 유명 갤러리 소식에 괜스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국내 갤러리가 해외로 진출하는 일은 왜 없는지 의문이 들었던 찰나, 국제갤러리가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부산에 이은 세 번째 거점이자 첫 해외 지사를 오픈했다. 과거 유럽의 예술 수도로 꼽히기도 했지만 그 명성이 빛바랜 지 오래인 파리를 왜 하필 선택했을까 싶겠지만, 파리 최근 분위기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제1회 아트 바젤 파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슈퍼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가 ‘피노 컬렉션’을 개관하는 등 다시금 예술 수도로 재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제갤러리의 파리 진출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미술 시장의 외연 확장뿐 아니라 보다 직접적으로 유럽 현장에 국내 작가를 소개하는 공격적인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사뭇 기대된다.

 

고전과 현대의 조화, 제임스 시몬 갤러리 (@staatlichemuseenzuberlin)

지난 2019년에 개관한 베를린의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 Simon Galerie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미술관임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박물관 섬(Museum Insel)의 입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쪽으론 페르가몬 박물관과 보데 박물관, 서쪽으론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그리고 남쪽으론 베를린 신 박물관과 구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건물 내부에 페르가몬 박물관과 신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 관람객의 입장에선 이동도 수월하다. 

물론 전 세계에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지닌 미술관이 또 없겠느냐마는 지금 제임스 시몬 갤러리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프로젝트에 착수해 완공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고전과 현대의 대립이 아닌 조화를 강조하고, 과거로부터 배움을 추구하는 그의 건축 철학이 잘 녹아 있다. 이는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베를린의 성격과도 닮았다.

제임스 시몬 갤러리에 자리한 카페테리아에 앉아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물과 베를린 슈프레강의 풍경을 만끽하길 바란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곳에서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미술과 디자인의 만남, 오드럽가드 (@ordrupgaard)

덴마크 코펜하겐엔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하는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이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오드럽가드Ordrupgaard 미술관은 상대적으로 관광 포인트로는 덜 유명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특히 미술과 디자인 애호가라면 말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 컬렉터 빌헬름 한센Wilhelm Hansen의 컬렉션을 담은 대저택과 지난 2016년에 작고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신관으로 구성한 오드럽가드, 그 옆에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핀 율Finn Juhl이 디자인한 ‘핀율 하우스Finn Juhl House’가 있기 때문이다.

핀율 하우스엔 그가 디자인한 가구는 물론, 그 옆에 직접 선별한 빌헬름 룬스트룀, 아스게르 요른, 에릭 토메센 등 덴마크 작가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한 곳에서 덴마크 미술과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핀율 하우스는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한다. 혹여 주중에 방문했다가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아시아 시각문화의 중심, 홍콩 M+ (@mplusmuseum)

홍콩 서구룡 문화 지구에 자리한 엠플러스M+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미술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지난 2021년 11월, 공식 개관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만큼 건물도, 전시도, 컬렉션 모두 방대하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술관 건축가’라는 수식이 붙는 스위스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건축을 담당했다. 알파벳 ‘T’를 거꾸로 뒤집은 형태에 전시 공간이 자리한 포디움과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타워 파사드로 구성돼 있다. 건축물 자체가 랜드마크가 된 M+는 시각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여타 미술관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시각예술이 아닌 시각문화를 소개하기 때문이다. 미술, 디자인, 건축, 영상, 영화 등 시각문화 전반에 걸친 장르를 아우르는 것. 따라서 공식적으론 미술관(Gallery)이라 부르지 않고 박물관(Museu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엔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자리한다. 

한편, 최근 송은문화재단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한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의 컬렉션도 M+에서 만날 수 있다. 공식 개관에 앞서 그는 자신이 소유한 약 1,500여 점의 방대한 작품을 M+에 기증했다. 중국 현대미술의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오는 5월 14일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개인전 <쿠사마 야요이 : 1945년부터 지금까지>를, 4월 30일까지는 NFT 아트 열풍을 일으킨 작가 비플Beeple의 개인전도 만날 수 있다.

 

냉전의 흔적에서 피어난 예술, 인젤 홈브로이히 & 랑겐 재단 (@inselhombroich @langenfoundation)

독일 현대미술의 중심지 중 하나인 뒤셀도르프의 근교, 노이스Neuss. 이곳엔 과거 냉전시대 나토의 미사일 발사 기지(Raketenstation)에서 예술 지구로 탈바꿈한 인젤 홈브로이히Insel Hombroich, 그리고 랑겐 재단(Langen Foundation)이 있다. 

이 두 곳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만약 이곳에 첫발을 들였다면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녕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이 맞다. 그러니 걱정은 접어두고 주변에 펼쳐진 목가적 풍경을 즐기며 가길 바란다. 

인젤 홈브로이히에선 부동산업자이자 컬렉터인 칼 하인리히 뮐러Karl Heinrich Muller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랑겐 재단에선 랑겐 부부가 모은 일본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은 노이스 안에 자리하지만 서로 다른 컬렉션 작품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특히 랑겐 재단은 일본의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콘크리트, 유리, 강철을 활용해 완성했는데, 그의 상징적 건축물을 보기 위해 부러 찾아오는 건축가와 건축학도들도 많다.

<더 갤러리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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