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GAME
올봄에도 브랜드 파워와 로고의 힘은 강력합니다. 패션 하우스들이 과거 전성기 시절의 시그니처와 그들만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엔 로고가 늘 존재해왔죠. Y2K 패션에 열광하는 젠지 세대에게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이나 디올의 오블리크, 구찌의 GG 수프림 패턴 등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해 더욱 매력적입니다. 그중 프라다는 하우스의 상징인 기하학적 트라이앵글 로고를 엠보싱 매크로 디테일로 디자인한 삼각형 모양의 뉴 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죠.
DIOR MEN 하우스를 상징하는 오블리크 패턴 렌즈가 시선을 사로잡는 선글라스.
LET'S WORK OUT
바야흐로 바깥에서 운동하기 좋은 계절, 신상 스니커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답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우선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에 집중할 것. 대표적인 것으로 와이/프로젝트와 휠라, 카사블랑카와 뉴발란스의 협업 아이템이 있습니다. 인기 브랜드들이 손잡은 만큼 뛰어난 품질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자랑하죠. 포근한 봄 날씨에 어울리는 컬러 스니커즈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링에 포인트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운동복과 깔 맞춤해 올 컬러 룩으로 연출하는 재미도 있죠. 여기에 스포티 무드를 강조하는 더플 백과 로고 삭스, 고글 선글라스, 헤드밴드도 잊지 말 것.
DIOR MEN 그린 메시 소재와 화이트 테크니컬 패브릭이 어우러진 B30 스니커즈.
SLEEK SURVIVAL
팬데믹의 영향으로 야외 활동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일까? 컬렉션의 테마나 의상 스타일에 상관없이 이번 시즌 독보적으로 많이 등장한 액세서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웃도어’의 특징을 지닙니다. 캠핑과 하이킹에서 영감을 얻는 듯한 일종의 ‘생존’ 아이템을 실용적이고 패셔너블하게 재해석한 것. 슈즈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슬리퍼엔 유틸리티 룩에서 쉽게 눈에 띄는 버클이나 스트랩 장식을 가미했으며, 백팩의 경우엔 포켓의 수를 늘려 수납력을 강조했죠. 에트로와 르메르 컬렉션에선 휴대용 워터 보틀을 미니 백처럼 연출했으며, 에르메스 모델의 허리엔 로프 벨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캠퍼 스타일링이 고민이라면 이자벨마랑 옴므 컬렉션이 해답이 돼줄 것. 다양한 캠핑 아이템을 들고 날렵하게 점프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니까. 이외에도 햇빛을 가려주는 넉넉한 창의 버킷 해트,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히프 색과 메신저 백, 양말과 레이어드한 샌들 스타일링까지, 완연한 봄을 만끽하기 위한 외출템들이 그 어느 때보다 즐비하니 당신은 떠날 준비만 하면 됩니다.
BOTTEGA VENETA 두툼한 버클 스트랩 장식과 와일드한 아웃솔이 돋보이는 슬라이드.
BLACK LABLE
패션계는 맥시멀리스트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그 이면엔 블랙 컬러가 ‘클래식’과 ’미니멀’을 대변하며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라프 시몬스의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반영한 프라다 컬렉션의 액세서리들은 트라이앵글 로고를 제외하면 디테일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끈한 실루엣을 자랑하고, 소재 좋기로 소문난 더 로우와 르메르의 백과 슈즈는 모던한 디자인으로 심플함의 미학을 선사하죠. 만약 매 시즌 등장하는 블랙 컬러가 지루하다면 발렌시아가나 셀린느처럼 메탈 소재를 매치한 액세서리로 시크함을 더할 것
ALEXANDER McQUEEN 하네스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특징인 커브 백.
ARTISTIC WAY
런웨이를 감상하다 보면 가끔씩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디자이너의 아티스틱한 감성이 느껴지는 화려한 액세서리들이 시선을 압도하기 때문. 타이다이 패턴의 컬러 백을 선보인 오프화이트를 시작으로 물감을 마구 뿌린 듯한 슬리퍼와 신문 & 색종이를 오려 붙인 콜라주 효과의 액세서리를 쇼 전면에 내세운 돌체 앤 가바나, 클래식한 더비 슈즈에 섬세한 꽃 장식을 매치한 프라다, 사이키델릭 일러스트로 스트리트 무드를 담아낸 필립 플레인 등 이들의 액세서리를 보고 있노라면 ‘패션은 아트’라는 명제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죠.
DOLCE & GABBANA 불꽃놀이를 연상시키는 사이키델릭 프린트가 멋스러운 버킷 해트.
REFINED GENDERLESS
패션계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기엔 이미 그 경계가 모호해진 지 오래. 젠더 플루이드의 기운이 더 강해진 이번 시즌엔 옷이나 스타일, 디자인뿐만 아니라 백과 슈즈, 사소한 액세서리까지 소위 말하는 ‘여성스러운’ 것들로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예는 진주 주얼리. 딥 네크라인을 따라 명치까지 내려온 생 로랑의 진주 펜던트 롱 네크리스, 체인과 진주를 믹스한 네크리스를 레이어드한 VTMNTS, 싱글 펄 이어링을 트렌디하게 연출한 필립 플레인 등 남자에게도 진주가 이렇게 잘 어울리나 싶을 만큼 완벽한 조화를 자랑합니다. GmbH도 눈여겨볼 컬렉션 중 하나. 미니 체인 백을 다소곳하게 어깨에 멘 모습이나 셔츠 밑단을 묶어 크롭트 톱으로 연출한 후 허리에 벨리 체인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수염 난 모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여성 컬렉션으로 오해했을지도 모를 지경. 그뿐만이 아니죠. 재킷이나 점퍼에 장식한 다양한 모티브의 브로치와 유려한 각선미를 강조하는 하이힐 부츠, 구찌와 버버리의 페이스 주얼리 등 멋 부릴 요소가 많아진 요즘 남자들이 괜스레 부러울 따름입니다.
VALENTINO GARAVANI ‘V’ 로고 펜던트를 장식한 유니섹스 진주 초커.
MADE BY HAND
빈티지 패션이 각광받는 요즘,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것 같은 핸드크래프트 아이템이야말로 꼭 장만해야 하는 1순위 아이템.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멋 부리기에 이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죠. 특히 눈에 띄는 아이템은 얇고 길게 뜬 머플러. 아크네 스튜디오와 디스퀘어드2, 팔로모 스페인 등에서 선보인 크로셰 머플러는 가느다란 목을 강조하는 동시에 목젖을 가려줘 중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름에 매치하기 좋은 에스파드리유나 라피아 백도 손맛이 느껴지는 액세서리 중 하나. 이와 더불어 작년에 유행했던 비즈 주얼리 또한 에스닉 무드를 강조하며 이번 시즌에도 그 인기가 식지 않을 전망입니다.
VALENTINO GARAVANI 견고한 짜임에서 장인의 핸드크래프트 기술을 엿볼 수 있는 토트백.
GOOD BOY
나름 꾸밀 줄 아는 트렌드세터 남학생들은 여기를 주목할 것. 올봄, 아이비리그 룩을 재현한 바시티 재킷의 유행과 함께 완벽한 프레피 룩을 완성해주는 액세서리들이 대거 등장했답니다. 정갈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클래식한 페니 로퍼는 기본, 남자들에게 ‘제2의 헤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이스볼 캡과 베레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죠. 또한 타이 스타일링도 주목할 만 한데요. 폭이 얇거나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간 타이를 셔츠에 느슨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 앞에서 언급한 액세서리 모두 실제 교복에 매치해도 이질감이 젼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유용하죠.
POLO RALPH LAUREN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착용할 법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타이.
OH, FUNNY DAY!
자고로 패션은 즐거워야 하죠. 위트 있는 액세서리는 웃을 일이 많지 않은 퍽퍽한 일상에 미소를 자아내는 힐링 아이템이 될 테니까. 코로나 이후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통해 꾸준히 상기시키는 낙관주의도 이와 같은 맥락. 로에베에서 선보인 바나나와 완두콩 네크리스, 마리아노 컬렉션의 빅 체리 이어 커프는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런웨이를 시크하게 걷는 발렌시아가 모델들 손에 들린 마켓 봉지와 바구니 모티브 가죽 백은 룩의 분위기와 상반되며 시선을 집중시켰죠. 견고한 가죽 백에 입체적인 탁구채 케이스를 부착한 펜디, 갓처럼 크라운이 높은 모자와 렌즈에 물음표 패턴이 가득한 선글라스를 매치한 루이 비통, 알록달록한 꽃이 핀 선인장 모양의 크리스털 펜던트 네크리스를 선보인 디올 등 디자이너들은 눈 깜박하면 놓칠 수도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놓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비록 쓸모 없을지라도 유니크하기에 더욱 손길이 가고, 소장욕도 자극하죠.
BALENCIAGA 장바구니를 연상시키는 위트 있는 디자인의 가죽 토트백.
editor 김서영
photographer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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