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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꼽은 2022 여행 위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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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FAR AWAY!

 

우리의 미래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길 염원하며,

<더갤러리아> 에디터들은 2022년의 시작과 함께 먼 곳으로의 여정을 꿈꾼다.

 

Life is Better in Mallorca
FEATURES DIRECTOR
CHUN HYE VIN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 일에는 약간의 과장과 상상력이 필요하죠. 지금부터 제가 적어 내려가는 말들은 바로 그렇게 탄생될 것. 시작은 ‘Life is Better in Bikini’라는 깃털처럼 가벼운 광고 문구에서였습니다. 수영복 브랜드 광고가 아니라, 비키니 아일랜드 앤 마운틴 호텔Bikini Island & Mountain Hotels이라는, 스페인 마요르카섬에 있는 작은 호텔의 광고였는데요. ‘마요르카… 마요르카… 마요르카…’ 우연히 호텔 광고를 클릭한 운명의 그날 이후 내 머릿속은 온통 마요르카의 쪽빛 바다색처럼 파랗게 물들어버렸죠. 그리하여 그동안 누가 물어본 적은 없지만, 포스트 코로나 데스티네이션은 마요르카가 될 거라 이 기회에 천명하는 바입니다. 닿을 수 없는 마요르카를 애달프게 짝사랑하도록 만든 문제의 비키니 아일랜드 앤 마운틴 호텔은 마요르카의 포트 데 소예르Port de Soller 앞에 자리하고 있는 자그마한 호텔. 적당히 분주한 해변, 어리바리한 외지인들의 밀집도마저 적당히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동네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으며, 소박한 크기와 사랑스러운 인테리어에 더욱 마음이 기우는 객실, 건강하고 감칠맛 나는 지중해 음식들을 내는 레스토랑과 풀 바(가 있다고 한다)까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사랑스러운 곳이랍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가봤지만 마요르카에 가본 적은 없는 내가 스페인에 가봤다고 할 수 있을까요? 1년 중 300일은 지중해의 햇살이 창연하게 빛난다는 곳, 마요르카에서 단 하루라도 보낼 수 있다면 코로나 시대의 이 지난함과 지리멸렬함도 모두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충전 좀 하고 올게요
FASHION DIRECTOR KIM MIN HEE

내년에는 하늘길이 열릴까요? 최근 ‘위드 코로나’와 함께 급증한 코로나 확진자 수치를 보니 그것마저 어려울 듯싶어 짐짓 속상합니다. 열리더라도 비행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을 테지. 그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이내 고통스럽네요. 그럼에도 물론 떠나고 싶어요. 어떻게든 바다 건너 목적지에 도착해 일상 스위치를 ‘Off’ 해둔 상태로 아무런 생각 없이 느릿하게 거닐고 싶습니다. 적당한 곳을 물색해놓았죠. 일본, 도쿄. 하지만 차분하고 아늑한 곳이어야 합니다. 신주쿠와 하라주쿠, 그리고 시부야로 이어지는 번화가가 아닌 도쿄역 인근에 위치해 긴자를 생활 범주에 둘 수 있는 장소. 김포-하네다 경로를 택해 숙소까지 이동이 용이한 곳. 도쿄 니혼바시 카부토쵸에 위치한 K5 호텔입니다. 도쿄타워와 롯폰기 힐스가 가깝지만, 크게 번잡하진 않죠. 한때 일본 금융 역사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증권 거래가 전산시스템으로 바뀐 이후 20여 년을 꾸준히 쇠퇴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지역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복합공간들이 탄생했는데, K5 호텔이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거점이랍니다. 1924년에 지은 금융 건물을 리모델링해 오래된 건물 특유의 질감을 살렸으며, 공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특징. 디자인 콘셉트 역시 '애매함'이라니, 그 의도를 몸소 체험하고 싶어집니다. 스웨덴 디자이너가 참여해 북유럽과 일본 디자인을 융합시켰다는 객실 인테리어, 높은 천장고의 침실에 설치된 캐노피 커튼, 디자이너 손길을 거친 가구와 전등의 조화, 객실에 놓인 LP 플레이어까지, 이미 흡족.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청춘보다 현실과 업무에 녹초가 되어 양질의 충전을 위해 찾은 나 같은 이들에게 맞춤인, 그런 안식처로 딱일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년에는 갈 수 있으려나? 충전 좀 하고 올게요!

 

출장 말고 여행으로, 제발!
FASHION EDITOR KIM SEO YOUNG

팬데믹 시대가 오기 전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 계획은 2020년 뉴욕이었습니다. 이전에 패션 위크 출장으로 이미 뉴욕의 봄과 겨울을 겪어본 바 있기에 뉴욕의 봄 햇살이, 특히 5월의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었죠. 단순히 계획만 세운 게 아니라 모든 걸 준비한 상황. 일찌감치 비행기 티켓도 사고,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꽤 근사한 집을 저렴하게 빌리기로 구두 계약(?)까지 마쳤었죠. 숙소를 결정한 후엔 뉴욕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그 어렵다는 BTS 스타디움 투어 티켓팅에 성공해 콘서트도 같이 가기로 했기에(심지어 자리도 좋았다는 후문), 이번 여행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린다며 좋아했었죠. 하지만 코로나가 창궐한 후 비행길이 좁아지고 뉴욕의 미술관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모든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의 여행 1순위는 뉴욕이랍니다. 그때는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지인의 집을 빌리기로 했지만, 상황이 나아져 다시 가게 된다면 숙박비 그까짓 거? 아낄 생각 전혀 없습니다. 이미 호텔도 정해놨죠. 소호에 있는 크로스비 스트리트 호텔Crosby Street Hotel. 디자인 호텔 체인 펌데일Firmdale의 오너이자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킷 켐프Kit Kemp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곳이랍니다. 특히 프라이빗 테라스와 벽난로가 있는 메도우 스위트룸은 내 마음속 원픽. 예전처럼 소호를 돌아다니며 쇼핑하고 양손 가득 무겁게 돌아와 호텔 1층 크로스비 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술 한잔 기울일 수 있길 고대해봅니다. 

 

내 발리 내놔
FASHION EDITOR SEO JI HYUN

이렇게나 길어질 줄 몰랐던 팬데믹 이전과 이후 계획들은 완전히 달라진 듯하나 결국엔 같은 줄기로, 정확히는 ‘발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그곳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겠다는 다짐이었죠. 그러나 하늘길이 막히며 성수동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번 마감과 맞물려 결국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계획은 매년 발리에 머물겠다는 것. 떠나지 못한 2년치 아쉬움과 사진첩에 남은 추억들은 타투에 담아 등에 새겼습니다. 그렇기에 ‘팬데믹이 끝나면 가고 싶은 여행지는?’과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해야 할 일이 한참 남은 발리’라 답할 수밖에. 여권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조차 어색한 지금은 무엇보다 익숙한 곳에 머물고 싶기도 합니다. 다녀온 도시 중 발리와는 각별한 연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요.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옛 연인과의 첫 여행지이자 서른을 맞이하며 홀로 떠난 여행지였던 발리는 때마다 다른 인상으로 나를 성장시켰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를 정했기 때문이죠. 정확히는 2019년 10월 알릴라 리조트에서 놀멍쉬멍 떠올렸던 생각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나’라는 나무가 팬데믹의 풍파를 견디게 해줬습니다. 특출나고 기발한 비치 리조트야 셀 수 없지만, 알릴라에 가고픈 이유는 익숙함 때문. 인적이 드문 서브 수영장에 자리 잡고 지켜보는 발리 선셋, 빈백에 누워 일기를 끄적일 때 온몸에 스며든 한낮의 해와 맥주, 요가 매트를 깔고 낮잠에 빠졌던 너른 발코니 등 구석구석 알기에 더 간절한 알릴라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게 발리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돌아가지 못한 (마음의) 고향이자, 알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친정집이죠.

 

editor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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