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SHOPPING LIST
2018년의 마지막 책을 펴내며 에디터들을 스쳐간 많은 것들
2018 BEST SHOPPING ITEM & 2019 FIRST WISH LIST by EDITOR 김민희
나의 단짝, 발렌시아가의 에브리데이 카메라 백
올 한 해 동안 학창 시절의
교복처럼 내 몸에 딱 붙어 있었던 백. 주변 지인들의 눈에도 익숙할 만큼 자주 들었던 발렌시아가의
에브리데이 카메라 백이 바로 그것. 평소 음식 먹다가 잘 흘리기도 하고, 아무 데서나 백을 바닥에 내려놓는 무심한 성격 탓에 순백의 화이트 백을 사는 건 엄두도 못 냈는데, 갤러리아명품관 발렌시아가 매장에서 보고 첫눈에 반한 이 백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용카드를 꺼내는 신공을 발휘하게 만들었죠. 깔끔한 스퀘어 프레임에 가운데 위치한 블랙
로고가 주는 시크함은 그 어떤 화려한 백에서도 느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으니! 또 미니 백치곤 수납공간이
넉넉해 휴대전화, 파우치, 노트 등 많은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캐주얼한 데님 룩부터 포멀한 슈트까지 어디에나 잘 어울려 그날 의상에 맞춰 백을 바꿔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덜어줬답니다. 에브리데이 백이라는 이름처럼 매일 들고 다니며, 마감 중인 지금도 내 옆에 단짝처럼 함께하는 이 백이야말로 나의 2018 베스트
쇼핑 아이템!
발렌티노의 락스터드 아모르 스니커즈
고백하건대, 10년 넘게 패션 에디터로 일하면서도 막상 스니커즈를 쇼핑할 땐 패션 브랜드가 아닌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들 위주로 사곤했어요. 뭐니 뭐니 해도 발이 편하기 위해 신는 슈즈인데, 스포츠 전문 브랜드에서 나온 스니커즈를 신는 게 옳다는 1차원적인 발상 때문이었죠. 그러나 2019년 발렌티노의 스프링 컬렉션에 등장한 락스터드 아모르 스니커즈를 본 순간 마음이 확 바뀌었죠. 부드러운 나파 가죽을 사용해 착화감이 뛰어나며, 박음질이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마무리해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 여기에 스터드가 박힌 가느다란 스트랩이 슈즈를 감싸고 있어 아찔한 하이힐만큼이나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풍기니, 그 매력에 빠지는 건 당연지사!
2018 BEST SHOPPING ITEM 2 by EDITOR 김서영
파리 여행의 추억, 샤넬의 가브리엘 백팩
사실 샤넬에서 가브리엘 백을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살까 말까 계속 망설였어요. 이미 클래식한 블랙 플랩 백은 있으니 새로운 디자인을 갖고 싶었고, 이왕이면 화이트나 컬러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가브리엘 백팩이 출시되었답니다. 기존의 호보 백보다 샤넬 하우스의 레트로한 느낌이 짙게 배어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배우 김고은의 공항 패션 착샷을 보자마자 결심했어요.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지만 예쁜 걸 보는 눈은 다 똑같은지 국내에선 이미 구하기 어려운 상황. 결국 파리 여행 중 캉봉 매장에서 구입하고야 말았답니다. 이 가방 때문에 파리에 간 건 아니지만, 사실상 파리 여행의 결말이 가브리엘 백팩이었기에 유독 기억에 남네요.
파나쉬 차선영의 이어링 & 이어 커프
시장 조사차 갤러리아명품관 WEST에 간 어느 날, 파나쉬 차선영의 후프 이어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크리스털 장식 하나 없는 심플한 디자인과 유려한 곡선이 꽤나 매력적이었죠. 작은 내 귀에 맞춘 듯 사이즈도 적당했고, 함께 매치한 싱글 이어 커프는 피어싱 시술에 대한 고민을 사라지게 만들었어요. 더 좋았던 건 지인들의 반응! 패션 감각이 남다른 어머니를 비롯해 친구들까지 착용할 때마다 어디 거냐 물어보는 통에 어깨가 으쓱해졌답니다. 어쩌면 갤러리아명품관뿐 아니라 바니스 뉴욕 등 세계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국내 주얼리 디자이너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브랜드라 더 뿌듯했을지도.
2018 BEST SHOPPING ITEM & 2019 FIRST WISH LIST by EDITOR 서지현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들어준 프루타의 핑크 폼폰 이어링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그날. 장소는 공교롭게도 갤러리아명품관 앞. 지독히 뜨거웠던 여름 볕을 피한다는, 또 시장 조사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WEST관에 들어섰습니다. 발길이 멈춘 곳은 주얼리
브랜드 프루타Fruta의 팝업 스토어. 알록달록한 컬러며
반질반질한 촉감이 꼭 사탕 같은 귀고리가 가득한 테이블에서 이리저리 고르기를 수십 분째, 그제서야 내가
귀를 뚫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죠.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도착한
친구가 어디냐며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약속 장소가 원래부터 이곳인 양 올라오라 재촉했고, 직업의식을 발휘해 친구 것을 고르며 대리 만족을 하던 중 매장 직원이 은혜로운 말을 건네더라구요. 제가 골랐던 귀고리의 클립 버전 재고를 찾아보니 매장에 딱 하나가 남아 있다는 것. 폭죽처럼 퍼지는 모양의 비즈가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기다랗게 이어진 분홍색 귀고리는 그렇게 내 품에 들어왔어요. 태어나서 처음 해본 귀고리가 주는 기분 좋은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죠. 하필
그날 입은 꽃무늬 원피스와 너무 잘 어울렸고, 엉겁결에 쇼핑을 당해(?)
커다란 귀고리를 걸고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또 웃음이 나왔답니다.
양쪽 귀에 주렁주렁 뭔가를
매단 우리는 그날 못할 게 없었어요. 귀고리도 기분 내키는 대로 샀으니, 오늘 하루는 하고 싶은 것만 하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클럽은 몇 곳이나 들렀는지, 또 숙취는 어찌나
심했던지…. 5만원을
내고 만원쯤 돌려받은 이 귀고리가 만들어준 추억의 가치는 50만원은 족히 넘을 듯하네요.
코드·팬더 주세요
올해 쇼핑 계획은 딱 하나, 시계였습니다. 애석하게도 그 계획은 지키지 못했죠. 원래부터 텅텅 비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통장 잔고야 다시 채우면 그만이지만, 두 가지 시계 중 결정을 내리지 못한 까닭이죠. 주변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위시 리스트가 내년으로 유예됐죠. 하나는 퀼팅 패턴에 잠금장치가 2.55 백을 꼭 닮은, 주얼리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샤넬의 코드 코코 워치. 나머지 하나는 자그마한 정방형 케이스가 유연한 링크 브레이슬릿과 만나 얇은 손목에 깜찍하게 밀착되는 까르띠에의 팬더 워치인데요. 내년을 위한 위시 리스트로 다시금 고민해봐야겠네요.
2018 BEST SHOPPING ITEM & 2019 FIRST WISH LIST by EDITOR 김윤화
스트라이프 마니아니까, 이로의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올봄과 여름 내내 한 몸처럼 지낸 셔츠가 있어요. 바로 이로Iro의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올봄 갤러리아명품관 WEST에서 발견하곤 망설임 없이 구입했죠. 평소에도 같은 디자인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컬러별로 구입할 만큼 마니아인 데다, 지갑을 열게 하는 마성의 단어인 ‘세일’이 적혀 있었던 것.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쉽게 집어 들게 되는 편안함이 좋았답니다. 화이트 베이스에 블루 스트라이프 패턴이다 보니 즐겨 입는 진이나 화이트 팬츠에 매치하기 편하고, 오버사이즈 디자인이라 올여름 그렇게 더웠는데도 소매만 쓱쓱 걷어 올려 잘 입었어요. 세탁은 또 어찌나 쉬운지. 소재가 튼튼한 편이라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안심. 아마 내년 한 시즌 정도는 더 유용하게 잘 입을 듯합니다. 아,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갤러리아명품관 WEST에도 메인 시즌이 아닐 때 세일하는 품목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 여느 백화점처럼 번잡하지 않을 뿐. 덕분에 에디터도 득템한 경험이 꽤 있으니, 이참에 매장 구석구석 나들이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루이 비통의 캔들 컬렉션
제품을 보는 순간, 2019년의 위시 리스트가 자연스럽게 결정됐죠. 루이 비통에서 최초 출시한 캔들 컬렉션인데요. 사계절을 의미하는 4가지 향초를 선보였는데, 향을 맡는 순간 각 계절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놀라울 따름이더라구요. 장미를 수확하는 봄의 이미지를 담은 ‘레르 뒤 자르댕’, 마테차와 오렌지가 여름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일 블랑쉬’, 파촐리와 시 더 향이 가을 무드를 완성해주는 ‘푀이유 도르’, 스타 아니스와 계피 향이 따뜻한 겨울과 잘 어울리는 ‘드오르 일 네쥬’가 그것.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보틀 역시 이번 캔들 컬렉 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세라믹 용기, 천연 가죽 손잡이, 컬러를 입힌 심지까지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완성한 제품. 이만하면 고급스러움의 결정체 아닐까요? 내년엔 사계절 내내 루이 비통의 향과 함께할 것 같아요. 물론 그중 하나라도 먼저 내 품에 들어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좋겠죠.
2018 BEST SHOPPING ITEM & 2019 FIRST WISH LIST by EDITOR 천혜빈
약은 약사에게, 우유 거품은 구름치노에게
나선형을 그려가며 조심스레 뜨거운 물을 부어요. 한 방울 한 방울 내린 드립 커피 한 잔을 건네니,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며 칭찬 일색이죠(유튜브에서 배웠어요). 내가 내린
커피를 내가 마시면 맛이 그저 그런데, 남들은 맛있다고 하니 영문을 모르겠어요. 그래, 역시 라면과 커피는 남이 끓여줘야 제맛이죠. ‘100세 인생에 기술이 있어야 안 굶어 죽는다’는 명목과 누군가의 커피 타임을 즐겁게 해줄 요량으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에 도전 중이랍니다. 지난여름에는 주경야독 해가며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실기시험에 합격하는 게 새해의 목표. 그 리하여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종종 실습을 하고 있는데, 커피 추 출보다 더 어려운 게 바로 우유를 넣어 만드는 수많은
베리에이션 커피 메뉴랍니다. 우유를 데우거나 거품을 만들어 적절한 비율로 담아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남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실 땐 절대 몰랐던 사실이죠. 이대로도 실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필기시험 응시료로 낸 3만 원과 예상 문제집을 사느라 쓴 돈 1만 7천원은 대한민국 커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커피협회에
기부한 셈 칠까? 바리스타를 향한 길이 요원하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롱기Delonghi의 우유 거품기인 구름치노를 구입했답니다. 추천해준 친구 는 다름 아닌 카페 사장. “기냥 홈 카페나 해. 요걸로 다 돼”라는 추천사를 남겼죠.
구름치노는 버튼만 누르면 차가운 우유 거품, 뜨거운 우유 거품, 마일드한 라테용 거품을 만들 수 있는 신박한
기계. 덕분에 신나게 우유 거품을 내려서 카푸치노와 라테를 만들어댔죠.
내 드립 커피를 칭찬하던 지인들도 이제 구름치노를 꺼내지 않으면 사뭇 실망하는 눈치. 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저렇게들 좋아하는데.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장에서도 구름치노를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리스타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지만, 몽글 몽글한 우유 거품을 덮은 카푸치노 한 잔에 시름도 함께 둥실둥실
떠내려가네요.
남다른 여행기, <Travellers’ Tales>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어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멀리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행복일 거라고. 여행은 마감의 한복판에서 12시간째 워드와
씨름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욕구불만을 결국 내가 아닌 남의
여행기, <트래블러즈 테일즈>를 새해 위시 리스트에
담으며 달래보곤 하죠. 루이 비통의 신간인 이 책에는 마돈나를 비롯해 헬무트 뉴튼, 칼 라거펠트, 앙리 마티스 등 루이 비통 트렁크를 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루이 비통 트렁크와 함께한 이 유명 인사들의 숨겨진 여행 편력(?)도 흥미진진하지만, <뉴요커The New Yorker>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피에르 르 탕Pierre
Le-Tan의 아름다운 삽화로 재현한 이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죠.
피에르 르 탕의 서명과 1부터 50까지 넘버링된 원본 그림이 포함된 50권의 한정판 중 딱 한 권(100만원대), 8번째 에디션이 국내에, 그것도 갤러리아명품관 WEST 루이 비통 매장에만 입고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붓고 있던 적금 통장이 내년 1월에 만기던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모바일 뱅킹 앱을 열어봐야겠습니다.
editor 김윤화, 김민희, 김서영, 서지현, 천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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