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면 20년 전,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3시간의 체류가 인생을 통틀어 전부 인 나. 기억나는 건 식장의 이름이 ‘인터불고 호텔’이었다는 것, 그리고 ‘인터불고’라는 말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를 두고동행과함께여러가지추측을하다보니어느새대구 역에 도착했더라는 기억뿐이다(한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 측했지만 결국 스페인어로 판명).
대구에 관해 아는 거라곤 납작만두와 20년 전의 인터불고 호텔이 전부인 서울인에게 대구 출장을 다녀온 친구의 SNS 사진은 큰 충격이었다. 요즘 대구 젊은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핫한 동네에 있는 어떤 내추럴 와인 바의 외관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마스킹 테이프를 쭉쭉 찢어붙인 것 같은 감각적인 간판과 가게 앞에 무심히 서 있는, 스치면 베일 것 같은 올드카의 자태는 출장을 핑계 삼아 나를 대구로 향하게 만든 단초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업계의 감각 있는 실력자들 중엔 유독 대구인들이 많은 것 같아 고향이 대구인 지인들에게 차례 차례 전화를 돌려 요즘 대구에서 가장 핫한 곳이 어딘지 탐문하기 시작했다. “자, 이 세 동네를 꼭 기억하세요. 삼덕동, 교동, 대봉동”. 공간 디자인을 하는 한 후배에게서 얻은 고급 정보를 토대로 네이버 지도에 대구 핫플을 빼곡히 북마크한 후 백팩 하나 달랑 멘 채 나는 초행이나 마찬가지인 미지의 세계, 대구로 향했다.
삼.교.대
동대구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던져두고 삼덕동, 교동, 대봉동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과연 듣던대로 대구의 젊은 깔롱쟁이들은 여기 다 모인 것 같았다. 나의 등장이 이 지역의 평균 연령을 확 올려버린 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마스크로 하관이라도 가릴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지역의 평균 연령에 속하는 우리의 포토그래퍼 뒤에 숨어 거리 풍경을 열심히 관찰하고, 포토그래퍼는 지금 가장 핫한 대구 풍경을 뷰파인더에 고스란히 담았다. 관광객 모드로 관찰한 대구는 간판과 바이크, 밤 풍경으로 고찰되며, 우리는 이것을 사진으로 기록한 뒤 분류해봤다.
밤 풍경
왁자지껄 붐비는 가운데 놀랄 만큼 차분한 골목들이 있어 그 찰나들을 모아봤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발 견한 ‘Just Night’라는 바는 정말 조 용한 골목 끝자락에 뚝 떨어져 있어 서 더욱 비현실적이었다. 너무 깜깜 해서 밤눈이 어두우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처럼 밤에만 나타나고, 낮엔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간판 구경
대구를 돌아다니며 가장 눈에 띈 간 판과 외관 사진을 넣어봤다. 사진만 보면 여기가 어느 나라의 어떤 동네 인지 전혀 추측하지 못할 만큼 이국 적이다. 이 가게들이 자리한 동네에 는서울에선잘볼수없는독특한구 조의 작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예쁜 폰트와 외관 특색을 잘 살린 익스테리어가 조화를 이뤄 가게를 더욱 멋지게 완성해주는 것 같다.
이륜차들
대구의 힙한 가게 앞엔 꼭 바이크나 자전거가 서 있다. 하다 못해 카카오 T 바이크라도 서 있었다. 대구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인 걸까? 현지인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그냥 올라왔는데, 내게 삼.교.대를 일러준 후배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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