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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평화로운 여름 '호주 케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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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스Cairns라는 곳 아세요?” 하고 물으면 "어디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고 하면 몇몇 고개를 끄덕입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곳’에 속하는 거대한 산호초. 길이가 무려 2,000km, 면적은 여의도(8.4㎢)의 240배에 달한다는, 그래서 위성에서도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 유일의 자연물이라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바로 이곳 케언스에 있습니다. 뉴기니 남부의 플라이 강에서 퀸즐랜드 레이디 엘리엇까지 뻗어 있는 이 어마어마한 산호초 군락을 BBC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2위로 꼽기도 했으니, 기대감이 커지지 않나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보기 위해 호주 북동부에 자리한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 케언스에 연간 200만 명의 여행자들이 몰려듭니다. 이들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래프팅과 열기구 투어, 정글 탐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곤 합니다. 우리야 한창 겨울이지만 케언스는 지금 늦여름입니다. 놀기 좋고 여행하기 딱 좋은 때죠.



(왼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스쿠버다이빙에서 만난 아름다운 수중 세계.

(오른쪽)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환경 중 하나로, 그 길이가 무려 2,000km에 달합니다.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쿠버다이빙이 필수입니다. 광활한 크기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400여 종의 산호와 1,500여 종의 어류, 4,000여 종의 연체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투명한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면 각양각색 산호초는 물론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클라운피시를 비롯해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교육을 받은 후 전문 다이버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죠. 다이버와 함께 산호초 군락 사이를 헤엄치다 보면 툭 튀어나온 이마를 가진 나폴레옹 피시가 슬금슬금 다가와 옆에 섭니다. 사실 이 물고기들은 크루즈 회사에서 기념 사진을 위해 미리 ‘섭외’해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물고기와 나란히 서면 어느새 커다란 수중카메라를 든 다이버가 다가와 프레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왼쪽) 데인트리 숲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글 서핑. 외줄에 의지해 커다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는 것이죠.

(오른쪽 위) 데인트리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열대우림으로 1억4천만 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 길이 7.5km의 이 케이블카는 쿠란다 숲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 탐방객들은 오직 이 케이블카만을 이용해 쿠란다 숲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숲

케언스는 신비로운 숲을 간직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북쪽에 위치한 데인트리 국립공원Daintree National Park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이죠. 약 1억4천만 년 전에 존재했던 양치식물인 소철류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 정도! 198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988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그 결과 케언스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데인트리라는, 세계 최초로 두 곳의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됐습니다.

데인트리 열대우림은 ‘정글 서핑’이라는 신나는 방법을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나무 사이사이를 줄 하나에 의지해 타잔처럼 옮겨 다니는데,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거대한 나무 위를 외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경험은 오직 케언스에서만 가능하죠.

쿠란다Kuranda 숲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0만 년의 시간을 온전히 간직한 숲으로, 숲을 걷기 위해서는 7.5km의 케이블카인 스카이레일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숲에 케이블카를 놓다니, 하고 투덜댈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스카이레일은 주민들이 숲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방편입니다. 숲에 길을 내면 숲이 망가진다는 판단 덕분이죠. 인부들은 다른 작물의 씨앗이 묻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철저히 방역하고, 관광객은 모두 스카이레일을 이용해야 합니다. 숲에는 허가를 받은 안내자들만 출입할 수 있죠.



Hot Spot : 에스플러네이드 거리

케언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에스플러네이드 거리. 다양한 노천 카페를 비롯해 바와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몰려 있습니다. 거리 끝에는 에스플러네이드 라군이라는 인공 수영장이 있는데, 라군이 있는 앞바다에 악어가 살고 있어 관광객들의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만든 것이죠.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아침마다 요가, 아쿠아로빅, 워터 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영장 옆 잔디밭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하답니다.


Hot Spot : 털리 강 래프팅과 아미 덕 레인포레스트 투어

케언스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래프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총 시간은 2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 하지만 급류가 센 편이라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점은 한국인 강사도 일하고 있다는 점. 아미덕 레인포레스트 투어는 실제로 2차 세계대전에 이용했던 수륙양용 장갑차인 아미덕을 타고 열대우림을 체험할 수 있는 투어입니다. 굉장한 소리를 내며 열대우림으로 들어가며, 여러 식물과 동물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주니 인기가 좋겠죠?



(왼쪽) 새벽녘, 뜨거운 공기를 가득 담은 열기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열기구 투어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스쿠버다이빙과 함께 케언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일상에서 벗어난 무중력 공간, 케언스

케언스는 한마디로 ‘무중력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광대한 자연과 한없이 자유로운 시간 앞에서 육체적·정신적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기 때문이죠.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없이 여유로운 상태를 느낀다는 뜻입니다.

새벽에 벌룬을 타고 케언스의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면 케언스가 얼마나 드넓고 자유로운 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새벽 5시, 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1시간여를 달려 졸린 눈을 비비는 여행자들을 마리바라는 평야 지대에 내려놓았습니다. 눈앞엔 열기구의 커다란 풍선이 서서히 부풀고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풍선을 채울수록 풍선에 그려진 코알라 그림이 제 모습을 갖춰갔습니다. 여행자들의 몸무게를 눈으로 가늠한 열기구 조종사가 바구니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정해주자, 모두들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바구니 속으로 조심스럽게 올라탔답니다.

어느 순간 바구니가 허공을 향해 솟아오르고 조종사가 바구니에 달린 버너의 밸브를 열어 불꽃을 더 크게 일으키면 벌룬은 푸른 새벽빛이 가득한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죠. 열기구 비행은 비행기를 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마치 공기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안개가 물러가자,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하늘을 물들이며 해가 떠올랐습니다. 지상엔 싱그러운 열대우림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고, 왈라비들이 떼를 지어 들판을 내달리는 모습을 볼 우 있었죠.



(왼쪽) 열기구 투어를 마친 후 기구를 정리하는 스탭들의 모습.

(오른쪽) 레스토랑과 바, 카페가 밀집돼 있는 에스플러네이드 거리.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드라이브

케언스에서의 마지막 날,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까지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몇몇 여행자들과 함께 초록색 폭스바겐 콤비를 빌려 바닷가 옆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포트 더글러스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멈춰섰고, 가는 내내 오른쪽 차창 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졌죠.

그렇게 도착한 작은 항구 도시 포트 더글러스. 골드 러시 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생성된 이 마을은 지금은 부호들의 별장촌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군요. 바닷가에 자리한 식당에서는 고소한 새우 요리 냄새가 풍겨져 나왔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케언스에서 보냈던 무중력 상태의 7박 8일.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케언스에서 보낸 이 여름을 사는 내내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writer 최갑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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