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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에서 찰떡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 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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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사람

 

기다리는 것과 도망치지 않는 것,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며 긴 시간을 준비해온 강윤.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우상희

 

와플 스웨터와 울 블렌드 팬츠, 벨트는 모두 제냐, 로퍼는 돌체 앤 가바나 제품. 실버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3>의 ‘히로시’ 역으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본인에게 잘 맞는 옷 같은 느낌이었는데,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워낙 탄탄한 팬층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그저 ‘작품에 피해만 주지 말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고충이라면, 겨울에 촬영하는데 ‘히로시’라는 캐릭터가 옷을 많이 안 입고 있는 장면이 많아 힘들었던 것, 그리고 역할을 위해 16kg 정도 감량하고 체지방률도 3%까지 빼야 했던 것 정도다. 그래도 대중이 나를 이렇게까지 기억해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팀 사람들이 “그렇게 잠깐 나왔는데 너가 어떻게?” 하고 농담 삼아 얘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Q: <범죄도시> 시리즈가 워낙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는 작품이라 빌런 캐릭터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도 관건이었겠다.

예를 들어 마동석 선배님은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악역들을 동물에 비유하시더라. 나도 ‘히로시’는 어떤 동물과 비슷할까 나름대로 상상했는데, 뱀과 비슷한 것 같아 그 서늘한 느낌을 참고해 캐릭터를 잡아보기도 했다. 역할들 간 조화를 이루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로 다짐한 게 ‘욕심 부리지 말자’, 그 다음은 ‘잘하자’였다. 또한 20대 초반부터 많은 경험을 하며 내 감정에 휩쓸리다 보면 공동체 작업의 합이 깨진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던 것 같다. 스태프, 동료 배우, 감독님까지 모두가 조화를 이룰 때 하나의 작품이 무사히 완성되기에 언제나 기준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브라운 셔츠는 페라가모 제품.

 

Q: 이미 새해에 방영될 OTT 작품을 촬영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제 강윤의 내면에서 히로시를 보내줬나? 작년 한 해를 잊지 못하게 해준 캐릭터이다 보니 작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영원히, 완벽히 보내주진 못할 것 같다. 그건 비단 히로시뿐 아니라 이전에 맡았던 모든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은 나의 내면에서 출발한다 생각하기에 그 잔재들은 조금씩 다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잔재들이 조금씩 섞여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태어나겠지.

Q: 필모그래피를 따라가기 벅찰 만큼 다작을 했더라. 이유가 있나?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그런 가르침을 받기도 했고, 타고난 성향도 없지 않다. 국악예고 음악연극과를 나왔는데, 약 50여 명이 졸업해서 현재 4명 정도만 활동한다. 강하늘, 신혜선, 김권이 동기들이다. 스타성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주어진 건 다 해보자’는 마인드가 있다. 그게 연극이 됐든,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 추후에 이미지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고른다기보다 작업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바이커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팬츠, 그리고 가죽 로퍼는 모두 돌체 앤 가바나 제품.

 

Q: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반대로 아쉬웠던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단연 <범죄도시3>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작품 역시 <범죄도시3>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더 해볼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좀 더 밀어붙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Q: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고, 지금도 그렇다고 들었다. 오디션을 보는 직업은 거절당하는 데에도 익숙해져야 하지 않나. 물론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거절당하며 살지만.(웃음) 상처를 극복하는 강윤만의 방법이 있을까?

경험치가 늘어남에 따라 맷집도 늘어난다.(웃음) 물론 엄청나게 좌절할 때도 있고, 지금도 그런 일들은 계속되지만 결국엔 이것 또한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웃음) 물론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체감하는 건 다르지만,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이 들수록 굳은살이 생기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참, 요즘 새삼 절실히 느끼는 게 하나 있는데, 결국 그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게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사람은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그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친분을 떠나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가까이 두고, 그렇지 않다면 멀리 두는 것, 그리고 상처받고 힘들 때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주는 게 필요하다.

 

벨벳 소재 스트라이프 블루종과 슬리브리스 톱, 울 코튼 와이드 팬츠는 모두 렉토 제품.

 

Q: 배우 강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경험’이다.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단역들을 아주 많이 해봤고, 일일드라마, 크고 작은 영화 등 가리지 않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는 게 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예를 들면 번듯하고 그럴듯한 작품만 배우 오디션을 실시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어떤 영화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장소가 동호대교 밑 굴다리 앞에 어르신들 쉼터가 있고, 야외 무대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그게 무슨 작품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어떤 오디션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 당시엔 되게 서럽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런 경험도 해봤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 앞으로 못할 게 없다’는 마음가짐이다.(웃음)

Q: 두드리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그 보답이 밀려오는 것 같다. 최근엔 곧 방영될 OTT 작품을 촬영 중이지 않나? 정말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데, 그래도 스케줄이 없는 날엔 뭘 하면서 쉬는지 궁금하다.

오전에 일어나서 뼈마디가 쑤시지 않으면 바로 운동하러 간다. 시끄러운 장소를 좋아하지 않아서 오후엔 집에서 암막 커튼을 쳐놓고 책을 읽거나 OTT에 올라온 다른 작품들을 본다. 사실 되게 외롭게 살고 있다.(웃음) 물론 20대 때는 또래들이 으레 하는 것처럼 술도 마시고 했지만, 30대가 돼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통해 얻는 게 많더라. 이전에는 한 번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뭐지?’라든지,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물음을 머릿속에 떠올려본 적이 없었던 거다. 이전에 품어보지 않았던 ‘나에 대한 질문’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던지고, 또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스트라이프 셔츠는 골든구스, 로퍼는 돌체 앤 가바나 제품. 실버 브레이슬릿과 데님 팬츠,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나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해야 사는 게 좀 더 수월해지는 듯하다.(웃음)

아무래도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이 스스로에게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한창 <범죄도시3>를 촬영하던 시기에 ‘이치조’ 회장 역으로 특별 출연하신 일본의 명배우, 쿠니무라 준 선생님을 2시간 정도 붙잡고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봤다. 그때 선생님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네가 하나의 세계관이 되어야 하니, 너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나에 대해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것도 다 욕심인 듯하다. 나를 발전시키고픈 욕심.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을 것 같다. 이상향의 역할이 있을까?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땐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일수록 사라지는 것 같다. 솔직히 예전에는 주목받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다면,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이 직업은 혼자서 하는 일이 절대 아니라는 걸 명징하게 깨닫는다. 오늘 찍는 이 화보만 해도 나는 서 있기만 했지, 실은 여러 스태프들이 협심해 만든 결과물이 아닌가? 이젠 어떤 작업을 하든 어떻게 해야 현장에서 가장 잘 융화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또한 캐릭터를 배우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유·무명을 떠나 배우란 누군가 ‘선택해줘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한다. 그 선택된 역할에 맞춰 변신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특정 캐릭터를 선망하기보다 어떤 캐릭터 제의가 들어와도 잘 융화될 수 있게 진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더 갤러리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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