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빙 & 라이프스타일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박기민 대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 커스터마이징 주방 가구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는 MMK의 수장인
그의 미니멀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빛과 여백, 절충미와 심미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완성한 박기민의 사적인 공간을 엿본다.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고용빈
Q.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를 운영하면서 INC Coffee,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와 강남점, 디뮤지엄 성수 등 다수의 랜드마
크 공간을 기획해왔다. 그러다 커스터마이징 주방 가구를 만드는 MMK를 론칭한 이유는 무엇인가?
라보토리를 통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며 ‘나는 왜 일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꾸준히 생각해봤다. 결국엔 ‘내 행복을 위해서’라는 당위성을 발견했는데,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해지더라. 또한 직업도 ‘물리적인 대가’ ‘나의 성취감과 보람’ ‘소명 의식’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브랜드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소명 의식이 충족되면 그때 많은 보람을 느끼는 걸 발견했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탄생시키고 나니 이제 ‘박기민’이 아니라 내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고, ‘주방’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브랜드가 그 답이라는 결론을 내려 MMK를 론칭하게 됐다.
Q. MMK는 ‘We Build Kitchen Cul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왜 주방에 집중하게 된 건가?
우리에겐 24시간이라는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우선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주방을 MMK로 바꿨다면 주말에 뭘 하고 싶어요?’ 대부분은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답하지 않을까? 주방은 이렇게 관계 형성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그런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MMK의 슬로건 ‘We Build Kitchen Culture’는 바로 그런 뜻이다. MMK 키친을 통해 사람들과 사려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Q. 그렇다면 MMK를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MMK를 함께 이끌어가는 우리 팀원들이 이 일을 함으로써 행복해할 때다. 나는 MMK의 팀원들, 클라이언트, 협력 업체, MMK 이렇게 4개의 카테고리가 서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 팀원들이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MMK의 가치를 느낄 만큼의 프로세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가 우리가 제공하는 프로세스와 결과물에 만족하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협력 업체에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게 된다. 결국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세스와 결과물 모두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듣는 순간 팀원들 역시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고, MMK도 더욱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박기민의 집에서도 주방 공간이 가장 눈에 띈다. MMK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별히 어떤 점에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내 취향을 반영해 메탈 타입으로 구성했다. 메탈은 흔히 차가운 인상을 준다고 하는데, 빛이 부드럽게 반사되도록 마무리해 메탈도 마냥 차갑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20평대의 작은 집에 임팩트를 줄 수 있게 실버와 블랙 투톤으로 변화를 줬고,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타임리스하고 미니멀한 감성을 담았다.
Q. 집 안 이곳저곳을 봐도 굉장히 미니멀한 감성이 느껴진다.
갖출 것만 갖추고 사는 편이다.(웃음) 성향상 어디에 살더라도 화려하게 인테리어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집도 주방 빼고 한 1천만원 정도만 들여 인테리어하고 끝냈다. 그중에서도 안방이 가장 심플한데,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의자 하나만 신경 써서 넣어두었다. 건축가 마르셀 브루어Marcel Breuer가 디자인한 바실리Wassily 체어인데, 구조적 형태에 조형미가 있
어 이것 하나만 둬도 공간감이 살아난다. 비싼 인테리어할 필요 없이 한번 구성하면 오래 사용하는 주방에만 신경 쓰고 나머지 자금으로 원하는 가구를 들이라는 게 나의 조언이다. 그래도 맨발로 걸어 다닐 때 촉감이 중요해서 어느 곳으로 가든 바닥엔 꼭 원목마루를 깐다.
Q. 그렇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빙 아이템은 무엇인가? 조명? 의자? 아니면 그림?
글쎄…, 조명보다는 조도, 그리고 아이템보다는 빛이 중요하다. 조도가 빛의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엔 조명만 5개가 있고, 저녁에 집에 오면 다른 불은 다 끄고 그 조명들만 켜둔다. 그리고 창의 위치에 따라 들어오는 빛도 달라지는데, 이 집이 좋았던 이유는 남향보다 훨씬 은은한 북향의 빛이 들어서였
다. 나중에 집을 짓게 되더라도 북쪽에 큰 창을, 남쪽엔 창이 없거나 선루프를 통해 위에서 빛이 쏟아지게 설계하고 싶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하는 게 다 다르겠지만, 동쪽에서 들어오는 빛은 굉장히 강렬하기 때문에 사람의 시야각이나 감정 면에서 좋은 빛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안방 옆 베란다에 마련한 히노키탕. 이 집에 이사 올 때 마음먹고 설치했다. 설비도 딱 보일러 옆에 해서 따뜻한 물이 잘 나오게 만들었다. 특히 한겨울에 저기서 창밖을 보며 반신욕을 하면 온천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 뿌듯하다. 다른 것보다 바로 저게 나의 사치다.(웃음)
Q. 이 집에 와서 박기민의 삶에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은 살 수 없고, 난 지금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정도 규모의 콤팩트한 집은 집 안에서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집은 내게 안온함을 준다. 안방 옆엔 멋진 테라스는 아니지만 바깥 뷰가 충분히 보이는 공간도 있고, 북향의 은은한 빛이 들어 아침에 일어날 때 눈이 부시지 않아 좋다. 이런 점이 내게 안온함을 주는 것 같다. 아침에 여기 바닥에 앉아 1시간 정도 명상을 하는데, 그때마다 이 집이 나와 함께 있다고 느껴진다.
<더 갤러리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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