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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리는 배우, 정성화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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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 개그맨과 뮤지컬 배우 간의 간극이 꽤 멀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대중 앞에 선다는 점 외에 추구하는 목적이나 방법, 관객의 기대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그맨이 뮤지컬 배우가 된다거나, 뮤지컬 배우가 개그맨이 된다는 건 쉬이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단하나,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 이에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배우 정성화를 만나봤습니다.

 

 



최근 뮤지컬 <영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에선 2월 26일까지,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7월까지의 공연. 이번이 8년 차인데 올해는 특별히 안중근 역에 4명이 캐스팅됐습니다. 4명이 한 배역을 하면 긴장감이 덜해 해이해질 수도 있지만 체력 면에선 도움이 됐습니다. 전에 <킨키 부츠> 할 때 너무 힘들어서 4인 캐스팅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평소보다 자주 하지 않으니 매번 첫 공연 같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요즘 같은 시국에 <영웅>은 다른 때와는 좀 다를 것 같다.

연일 반응이 뜨거워요.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나라 전체가 리더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여서 그런 것 같아요. 리더가 무엇이고, 또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숙고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해서 촛불 집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토요일, 일요일은 무조건 매진이었어요. 


정성화의 가장 큰 이슈는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라는 점이다.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예상과 달리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뮤지컬 동료들이 내가 개그맨이었다는 사실에 선입견을 갖지 않았고, 연기할 때 텃세도 없었어요. 특히 첫 작품이 코미디 뮤지컬이어서 주변에서 더 믿어주기도 했어요. 이후 비장하고 심각한 연기를 할 때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더니 관객들도 점점 뮤지컬 배우로 봐주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개그맨을 했기 때문에 득이 된 게 많았어요. 개그맨은 일주일에 한 번씩 코너를 짜고 사람들을 웃겨야 했는데, 그런 작업을 오래 했더니 나름 순발력이 생겼어요. 보통의 뮤지컬 배우들보다는 확실히 순발력이 좋은 편이에요. 무대는 관객을 직접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큰 시너지가 됐어요.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 배우 정성화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년 동안 <아이 러브 유>를 하면서 나름 뮤지컬 연기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연기, 노래, 발성이 점차 나아지며 조금씩 늘어가는 나 자신을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욕심을 냈고,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역할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승부수였던 것 같아요. 사람은 언젠가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준비하고 기회를 만들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겨야 해요.


철저하게 준비하고 채찍질하는 타입인 것 같다.

가만히 있질 못해서 일을 만드는 타입이에요. 인생은 마일리지 같아요. 지금 당장은 티가 안 나도 하나둘 쌓이면 나중에 방아쇠를 당길 힘까지 모이게 되죠. 배우는 제작자나 감독의 요구, 약속한 부분을 충실히 소화해내는 수동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저는 그런 약속을 스스로 만드는 편이에요. 영화에도 감독 겸 배우가 있고, 음악에도 싱어송라이터가 있듯 뮤지컬도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개그맨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콩트 짜고 대사 만들고 직접 연기도 해요. 


10년 뒤를 예상해보자. 여러 관련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제가 만든 작품이 극장에서 성행하고 있으면 좋겠고, 노래 실력도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계속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요. 10년 뒤면 쉰세 살이니까,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 지금보다 그 배역을 더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신 <영웅>은 못할 거예요. 31세의 안중근 의사를 53세가 할 순 없으니까요. 뭐 그래도 엄청난 동안이 된다면 고려해볼게요. (웃음)


배우 정성화 말고, 인간 정성화의 목표는 무엇인가?

‘균형’이요. 일도 가정도 잘 챙기고 싶어요. 배우이자 업계 일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아빠나 남편 역할도 잘하고 싶어요. 물론 다 잘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비율은 맞추고 싶어요. 아이가 생기니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욕심이 커졌어요. 지금도 나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모든 부인한테 남편은 항상 부족한 존재라고. 배우도 남편도 늘 조금씩 부족해서 노력을 멈출 수 없는 모양이에요.

 


 

writer 김도형

photographer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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