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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벌어진 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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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SHOW! SHOW!

2022 S/S 패션 위크에서 화제가 되었던 런웨이의 이모저모

 

이번 봄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선 컬렉션부터 섭렵해야 하는 법. 2022 S/S 패션 위크에서 화제가 되었던 런웨이의 이모저모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WE LOVE PARIS
코로나 사태로 갈 수 없는 파리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2022 S/S 컬렉션을 보면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예술품으로 가득한 루브르 박물관과 파리의 밤을 밝히는 에펠탑, 낭만적인 센강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대표 명소가 패션 하우스의 쇼장으로 변신한 까닭이다. 먼저, 루브르 박물관을 선택한 주인공은 파리의 터줏대감인 루이 비통이다. ‘시간의 르 그랑 발(Le Grand Bal : 거대한 무도회)로의 초대’라는 테마에 맞춰 박물관 통로에 수개월간 수집한 수십 개의 골동품 샹들리에를 설치하고, 가면을 연상시키는 아이웨어와 드레시한 룩을 입은 모델들로 인해 마치 19세기로 돌아간 듯했다. 한편, 팬데믹 이전 늘 에펠탑 앞에서 쇼를 펼쳐온 생 로랑은 명성이 자자한 프로덕션 뷰로 베탁Bureau Betak과 손잡고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왔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 건축적인 세트는 감동 그 자체! 센 강변을 런웨이로 탈바꿈시킨 끌로에 역시 뷰로 베탁의 작품으로, 쇼의 결정적인 장면은 피날레에서 연출되었다. 모델 전원이 센 강변을 워킹하던 그 순간, 우연히 지나던 유람선 갑판 위 승객들의 환호 덕분에 쇼가 더욱 드라마틱해진 것.

 

과거를 회상하며
1990년대를 향한 러브 콜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흐름의 선두엔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가 있다. “패션은 옷, 모델, 사진에 관한 것이다. 과거 쇼장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을 때 터지던 플래시 소리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 감정을 다시 담아내고 싶었다.”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에 재현한 1990년대식 런웨이에 모델 비비안 로너Vivienne Rohner가 사진 찍는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장식했다. 더불어 90년대 샤넬의 언더웨어를 런웨이에 선보여 충격을 준 칼 라거펠트의 아이디어에 착안한 버지니 비아르는 90년대식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을 등장시켜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선 사진작가 듀오 이네즈와 비누드가 모델 5명(릴리-로즈 뎁, 알마 조도로브스키, 제니, 레베카 다얀, 콰나 체이싱호스- 포츠)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같은 포즈를 취한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샤넬 캠페인을 직접 촬영하는 칼 라거펠트를 연상시켰다.

 

축제의 장, 발망 10주년
“이건 지금까지 공개된 것 중 나를 제일 잘 보여주는 컬렉션입니다.” 프랑스 패션 하우스를 이끈 최초의 흑인 수장,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발망 하우스를 이끈 지 10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해 이틀 동안 ‘발망 더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말 그대로 축제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이번 쇼의 하이라이트는 말미에 등장한 17개의 아카이브 룩! 비욘세의 내레이션이 쇼장에 울려 퍼지며, 모델 나오미 캠벨이 아카이브 컬렉션의 첫 번째 룩을 입고 등장하자 관람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은 무려 영부인이었던 카를라 브루니였으며, 가수 도자 캣이 축하 공연을 펼쳤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1년 전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벽난로 폭발사고 이후 긴 회복 기간을 거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복귀 무대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SUPER COMBO
이번 시즌 패션계의 빅 이슈 중 하나는 ‘펜다체 Fendace’로, 펜디와 베르사체의 디렉팅을 맡고 있는 킴 존스와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서로 역할을 바꿔 디자인을 완성하는 스와프 형식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신박한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패션을 대표하는 동시에 기존 질서를 뒤흔들며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두 브랜드의 만남이라 더욱 특별하다. 1990년대 중후반의 브랜드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은 ‘베르사체 바이 펜디’는 이중성의 개념을 탐구하며 이를 펜디 모노그램과 베르사체, 그리스 키 모티브의 조화를 통해 풀어냈다. 한편, ‘펜디 바이 베르사체’는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손길을 거쳐 거친 펑크 록으로 탄생했다.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아카이브를 교환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면 경쟁과 전략을 넘어선 패션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MUSIC ON
패션쇼에서 세트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음악이다. 오프라인 쇼의 생동감은 라이브 공연이 함께할 때 더욱 배가되는 법. 대표적으로 에트로와 마이클 코어스 쇼를 들 수 있다. 먼저, 에트로는 프랑스 퍼커션 밴드인 레탕부르 드 브롱스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다. 꽃과 페이즐리 모티브, 사이키델릭한 패턴으로 활기찬 낙관주의를 표현한 컬렉션은 신명 나는 드럼 사운드가 더해져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한편, 뉴욕 센트럴파크 중심부에 위치한 레스토랑 태번 온 더 그린에서 열린 마이클 코어스 쇼는 뮤지컬 배우인 아리아나 데보스의 라이브 공연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컬렉션의 주제인 ‘어번 로맨스’에 걸맞게 냇 킹 콜의 ‘l-o-v-e’를 부르며 달콤한 목소리로 쇼장을 가득 채웠다.

 

거리에서
“패션은 스튜디오에서 상상으로 시작해 아틀리에에서 완성되지만, 거리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얻어 실존하게 된다.” 코로나 여파로 일상적인 삶이 필요하다고 느낀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자신이 말한 대로 거리를 캣워크 삼아 카로 뒤 텅플Carreau du Temple에서 ‘발렌티노 랑데부 쇼’를 개최했다. 늦은 저녁, 모델들이 평범한 보도와 골목을 활보하며 카로뒤텅플로들어서는모습이너무 현실적이라 되레 묘한 신비함이 느껴졌다. 한편,두시즌만에오프라인쇼로돌아온 구찌 역시 LA 할리우드 거리를 ‘구찌 러브 퍼레이드Gucci Love Parade’ 런웨이로 선택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유년 시절에 특별한 영감을 준 할리우드의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특별히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더불어 이번 쇼를 기념하며 구찌 이퀼리브리엄Gucci Equilibrium의 ‘체인지메이커스Changemake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로스앤젤레스와 할리우드 커뮤니티의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숙자 및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후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발렌시아가 시사회
대부분의 브랜드가 오프라인 런웨이로 회귀할 때 발렌시아가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이번 쇼를 위해 특별 제작한 ‘더 심슨 l 발렌시아가’의 쇼트 필름 상영 시사회와 할리우드 스타일의 레드 카펫 포토콜을 진행한 것이다. 발렌시아가의 지인들과 모델, 그리고 팀 멤버들이 2022 여름 컬렉션 의상을 입고 극장 이벤트에 참석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쇼가 되어 게스트들이 이번 컬렉션의 관객이자 주인공이 되었다. 10분 남짓한 쇼트 필름의 스토리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아내 마지의 생일을 잊어버린 호머 심슨이 발렌시아가에 선물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이에 감동을 받은 뎀나 바잘리아가 호머 심슨에게 드레스를 보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약 이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발렌시아가 시사회에 참석한 게스트처럼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필름을 감상해도 좋을 듯.

 

editor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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