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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당일 여행. 인천에서의 다이내믹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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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DEAWAY INCHEON

짜장과 짬뽕 같은 극과 극을 경험한 인천에서의 다이내믹한 하루!

 

1.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아벨서점 앞 풍경. 2. 개항로에 들른다면 꼭 가봐야 할 맛집 ‘개항로 통닭’. 3. ‘인천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 4. 인천 차이나타운 앞에서 만난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 동상.

 

짬짜면처럼

오랜만에 인천 구경을 오니 문득 ‘최초의 짬짜면’은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빠르게 검색해봤지만 아직 그 기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인천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이 한국 최초”라고 말하는 곳들을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 ‘한국 최초의 기차역’ ‘한국 최초의 기상 관측대’, 그리고 ‘한국 최초의 짜장면을 만든 중국집’ 등등. 이게 다 인천이 보유한 ‘한국 최초’의 기록들이다. 인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로부터 “요즘 재미있는 일들은 모두 동인천에서 벌어진다”고 들은 우리는 가장 먼저 동인천으로 향했다. 헌책방 거리가 있는 배다리 사거리에서 ‘신포닭강정’과 ‘신포우리만두’가 있는 신포국제시장까지 이어진 개항로 거리를 따라 걷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의 작고 좁은 주택가 골목들을 샅샅이 살폈다.

 

 

개항로에는 이것이 뉴트로인지 그냥 낡은 것인지 알듯 모를 듯한 곳들이 많았다.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만큼이나 오래된, 그리고 현대식 건물에서는 본 적 없는 놀랍고 비밀스러운 구조의 옛 건물들이 요즘 감성을 걸친 채 카페로, 고깃집으로, 또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억지로 만들기 어려운 것이기에 새것이 낡은 척을 하며 ‘이것이 뉴트로’라고 우기면 손발이 오그라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천의 뉴트로엔 그닥 딴지를 걸고 싶지 않다. 새것이 낡은 척하거나 낡은 것이 새것인 척하지 않아서다. 물론 동인천의 오래된 건물들이 다 뉴트로는 아니다. 굳이 새로운 기운을 빌리지 않아도 500년은 거뜬히 그 자리를 지킬 것 같은 오래된 문화와 공간들이 더 많다. 아무튼 우리는 이런 인천의 짬짜면 같은 면모를 발견하고 곧 반해버렸다. 짬뽕과 짜장면을 조금씩 다 먹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파란 맛 송도

오래전에 송도국제도시로 이사 간 인천 토박이 지인은 낮엔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하고, 뉴욕에서 건너온 띵크커피Think Coffe(지금은 없어졌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며, 송도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거실에선 와인 마시는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뉴욕주립대학교(SUNY)의 분교와 연대 국제 캠퍼스가 있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가끔 센트럴파크(송도 센트럴파크)를 걷다 보면 여기가 진짜 뉴욕이 아닌가 싶어. 특히 우리 집 창 너머로 야경을 볼 땐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인천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그런 미래 도시 같아. 아, 그런데 겨울에 바람이 미친 듯이 불 땐 시베리아가 따로 없어.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송베리아’라고 불러…” 시베리아엔 못 가봤지만 송베리아(겨울의 송도)에 가본 적은 있었기에 송베리안(송도 거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았다. 겨울의 송도는 매섭지만, 그래도 그 매서운 바람이 여기가 바다의 도시 인천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것 같다. 특히 송도 센트럴파크 앞은 낮에 들렀던 동인천의 잔상을 자꾸만 되짚어보게 할 정도로 인천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낮에는 동인천의 빨간 맛을, 밤에는 송도국제도시의 파란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파란 맛의 정점은 밤이다.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 같은 트라이보울, 초고층아파트의 불빛이 송도 센트럴파크 해수 운하에 어른거릴 때. 그리고 조금 뜬금없었지만 다 짓고 보니 나름대로 어울렸던 이곳의 한옥마을 너머로 얼음송곳처럼 뾰족하고 높은 포스코 타워가 겹쳐 보이는 짬짜면스러운 밤 풍경도 송도국제도시에서만 볼 수 있다.

 

 

아, 이번에는 기존에 없었던 걸 하나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달 모양의 보트다. 물론 그전에도 평범한 보트는 있었지만 이 보트는 가히 혁신적인 모양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믐달, 또는 초승달처럼 생긴 보트라니. 거기다 운행하는 동안 대여섯 가지 색상의 불빛이 번갈아 바뀌고, 블루투스를 연동해 음악도 틀 수 있단다. 이런 보트는 정말 신문물이지 않나? 아무튼, 밤에 더 혁신적인 송도국제도시의 야경을 담기 위해 우리는 송베리아의 칼바람을 맞으며 한참 동안 카메라 앞에 서 있어야 했다. 확실한 건 짬뽕과 짜장면, 그리고 빨간 맛과 파란 맛이 마구 뒤섞인 인천의 그 깊고 거대한 스펙트럼을 몇 장의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editor 천혜빈

photographer 김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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