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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만족 시키는 디자인, 뱅앤올룹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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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음향기기는 원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는 데 골몰했지만, 이제는 음악이 흐르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디자인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뱅앤올룹슨Bang&Olufsen 덕분에 적어도 거실에 놓인 거대한 관과는 작별을 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이라는 세계를 처음 실감하게 해준 물건은 다름 아닌콤팩트 디스크였습니다. 필립스와 소니가 함께 발명한 CD 1982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반쯤엔 LP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신문물에 곧 익숙해졌지만 낭만적인 의식과는 작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앨범 재킷을 수집하는 즐거움이나 턴테이블에 바늘을 올려놓는 의식의 설렘은 사그라들었죠.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지름 12cm의 원반과 와플 팬같이 생긴 재생기는 솔직히멋대가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기자 초년병 시절 누군가의 집을 촬영하러 갔다가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을 만났습니다. 똑 떨어지는 직사각형의 슬림한 패널과 스피커, 그리고 무엇보다 투명 글라스를 통해 보란 듯이 노출된 여섯 장의 CD가 전에 없던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 이게 뱅앤올룹슨Bang&Olufsen이구나!

 


럭셔리 무선 스피커베오사운드’ 1 2.

 

때는베오사운드BeoSound 9000’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상을 막 수상한 뒤 한창 해외 매거진을 수놓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매킨토시나 탄노이같이 소리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 모두가 오디오 평론가는 아니니 음질 자체보다 취향과 감성에 맞춘 디자인까지 포괄해 선택했겠지만.” 촬영 후 복귀하던 길에 동행했던 포토그래퍼에게 짐짓 시니컬하게 말하자,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환영. 값비싼 명품 오디오라는 것들은 가끔 드라큘라 관처럼 보여서 촬영할 때마다 거슬렸거든요.”

 


(왼쪽부터 시계 방향)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혁신 기술의 만남, ‘베오플레이 A9’ / 세계 최초로 WISA 인증 기술을 상용화한 프리미엄 무선 스피커베오랩 18’ / 4K UHD TV ‘베오비전 아방트

 

귀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디자인

올해 창립 92주년을 맞은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저력은고문실이라 불리는 실험실에서 수만 번의 실험을 통해 최상의 퀄리티를 갖춘 제품만 선보이는 엄격한 제품 철학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확실히 뱅앤올룹슨의 이름이 90년대부터 각인되기 시작한 건 누가 뭐라 해도 디자인 덕분. 세대가 바뀌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서 국적 불명의 클래식 인테리어는 점점 기세가 꺾여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대변할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 커튼으로 거실을 꾸미고, 마지막으로 오감을 충족시킬 카드로 뱅앤올룹슨을 선택했죠.

 

뱅앤올룹슨은 디자인과 기술력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사내에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외부 디자이너와 작업합니다. 그만큼 독창성과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와 야콥 옌센Jacob Jensen 같은 디자이너들이 대표적입니다. 외부 디자이너들은 뱅앤올룹슨의 디자인과 제품 콘셉트 개발 부서인아이디어 랜드Idea Land’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맺고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그 결과 고정관념을 파괴한 원뿔 모양의 풀 디지털 스피커베오랩BeoLab 5’,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과 모던함을 자랑하는베오플레이BeoPlay A9(CES 2013 최고 혁신상,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상 수상)’,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완벽한 시청각을 제공하는베오비전 아방트BeoVision Avant 75”(CES 2015 디자인 및 기술 혁신상)’ 등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명민하게 대처하라

영원할 것 같았던 콤팩트 디스크의 세력은 20년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저용량 오디오 저장 방식을 사용한 무형의 음원인 MP3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음원 전용 다운로드 사이트가 인기몰이를 했고, 오디오 업계에서도 뜨는 브랜드와 지는 브랜드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게임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물처럼 흐르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고 있으며, 음악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뱅앤올룹슨은 이런 음악 문화 소비 행태의 변화에 명민하게 대응했습니다. 정통 클래식 오디오 제품들로 구성한 럭셔리 라인을 강화하면서도 2010년에는 서브 브랜드 ‘B&O PLAY’를 론칭해 각종 스마트 기기, PC와 모바일에 담긴 디지털 음원을 무선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제품을 속속 출시한 것입니다. 앞서 말한베오플레이 A9’과 원뿔형의 무선 올인원 스피커베오사운드 1’, 피크닉 바구니처럼 이동성이 뛰어난 블루투스 스피커베오릿BeoLit 17’, 손 안에 쏙 들어가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베오플레이 A1’, 두드리고 흔들면 음악이 흐르는베오플레이 P2’ 등이 그것.

 

얼마 전부터 레코드가 부활을 알리며 다시금 젊은 마니아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습니다. 카운터 컬처의 단층이 두터워져야 획일적인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변한 걸까? 차마 처분하지 못해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녔던 LP들을 다시 재생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미 0 1의 세계에 젖어 들어서 그럴까? 아니면 작업실 한쪽에 놓인베오릿에 익숙해져서 그럴까? 어쨌든 오늘도 나는 음악을 듣습니다.

  

 

이 글을 쓴 트라 C.는 오랫동안 매거진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얼마 전에디톨 랩Editall Lab’을 열고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writer T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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