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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남자가 꼭 알아야 할 패션 트렌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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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남성복은 ‘트렌드’란 단어보다는 ‘클래식’이란 단어와 더 잘 어울렸습니다. 매 시즌 매거진마다 자세하게 소개되는 여성 트렌드에 비해 남성 트렌드는 매번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하지만 이번 F/W 시즌을 계기로 남성 패션 역시 여성 패션 트렌드의 빠른 보폭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기존보다 좀더 확실하고 명확한 트렌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 말인즉슨 이제 남자들도 빠르게, 그리고 정확히 트렌드를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 올가을 제대로 패션을 즐기고 싶은 남자라면 여기 준비한 A 리스트부터 숙지해보세요.


우아한 하이엔드 패딩의 세계

패딩을 고등학생들이 교복 위에 걸치는 칙칙한 아이템으로만 여겼다면 오산입니다. 이번 시즌의 패딩은 캐시미어 코트만큼이나 우아하고, 가죽 재킷만큼이나 터프하며, 슈트만큼이나 섹시합니다.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패딩은 일단 사이즈부터 달라졌고 디올과 라프 시몬스에서는 무릎 정도 길이에 어깨선을 한참 벗어난(그래서 뒤로 처지게 입는 것이 매력) 오버사이즈 패딩을 선보였습니다. 컬러 역시 얌전하지 않네요. 블랙이라면 100m 밖에서도 반짝이는 페이턴트 소재를 쓰거나 네이비와 퍼플 같은, 아우터로는 낯선 컬러들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패딩들이 트레이닝복 위에 걸치는 ‘스포츠 전용’은 절대 아닙니다. 이번 시즌 패딩의 핵심은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하며, 출근복 위에 걸칠 수 있을 만큼 럭셔리해졌다는 것! 이름하여, 하이엔드 패딩이랍니다.


여전한 인기, 밀리터리 룩

패션계 한쪽에 리본 블라우스를 입은 에스트로겐 넘치는 남자들이 있다면, 또 다른 한쪽에는 여전히 남성미를 풍기는 남자들이 존재합니다. 남성복과 떼레야 뗄 수 없는 밀리터리 트렌드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런웨이 모델들을 ‘발맹 부대The Balmain Army’라 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탱은 쇼의 처음부터 끝까지 밀리터리로 표현했고, 알렉산더 매퀸과 루이 비통 역시 밀리터리풍의 아우터들을 줄줄이 선보였습니다. 물론 어느 때보다 벨벳이나 실크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기존의 밀리터리보다는 한풀 꺾인(?) 전투력을 보여줬습니다.


남자도 즐긴다, 파자마 룩 

지난 봄부터 슬립 드레스나 파자마 셔츠를 입은 여자들이 집 안이 아닌 집 밖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이러한 트렌드가 이번 F/W 시즌 남자에게로 옮겨왔습니다. 슬립 드레스는 아니지만, 딱 봐도 주말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실크 파자마가 구찌, 돌체 앤 가바나, 발렌티노 등에 등장했습니다. 퍼 슬리퍼나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가운 등과 합쳐진 파자마룩은 묘하게 우아합니다. 이 트렌드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은 실크 셔츠 정도가 적당할 듯합니다. 이너로 보드라운 컬러의 터틀넥을 더하거나 폭이 넓은 와이드 팬츠를 곁들이면 주말 드라마 속 파자마 슈트를 입은 아저씨보다는 덜 느끼하고, ‘젠더리스’ 트렌드에 입각한 부드러운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 거예요.


70년대여 영원하라

시작은 구찌였습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맡고부터 패션계의 ‘복고 열풍’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녀린 실루엣, 팝한 컬러 매치, 실크나 레이스 소재, 더플 코트 같은 레트로풍 아우터까지. 이번 F/W 시즌에도 역시 복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눈썹을 덮는 뱅 헤어스타일의 단발머리, 현란한 프린트의 실크 블라우스, 무릎 아래로 살짝 퍼지는 벨보텀 팬츠까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차림의 남자 모델들이 생 로랑, 로베르토 카발리, 버버리, 생 로랑 등의 무대에 섰습니다. 여느 트렌드들과 달리 70년대 트렌드는 옷은 물론 헤어스타일과 애티튜드까지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남성 패션도 체크가 대세

체크 프린트는 남자를 댄디하게, 때론 귀엽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이 체크의 ‘마력’이 남성 패션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선, 남자인 듯 남자 아닌 남자 같은 남자를 보여준 구찌부터 살펴보자. 할머니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레트로풍의 체크 코트를 빨간 양말, 오버사이즈 안경과 매치했습니다. 촌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보이’입니다. 체크에 관한 한 장인이라 해도 무방할 버버리의 체크 프린트 코트를 비롯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도발적인 레드 체크 슈트, 셔츠부터 코트까지 ‘올 체크 룩’을 선보인 브리오니까지. 체크는 남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패턴 중 하나라는 게 이번 시즌에도 증명됐습니다.


슬라우치 팬츠의 전성시대

남성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트’입니다. 이번 시즌 팬츠 실루엣은 어때야 되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슬라우치, 즉 편안하게 툭 떨어지는 스타일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겐조, 에르메스, 마르니, 아미 등에 등장한 모델들의 하의를 보세요. 슈트처럼 딱딱하지도, 스키니 팬츠처럼 꽉 죄지도 않으면서 알맞게 헐렁한 디자인입니다. 보통 이런 바지를 입으면 낙낙한 허리춤이 어색할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벨트 신공! 아미에서의 얇은 벨트 스타일링 법을 참고한다면 상의 역시 롱 코트보다는 짤뚝한 보머 재킷이 팬츠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줄 거예요.


특명, 손등을 덮어라

역삼각형 몸매를 만드는 넓은 어깨,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긴 바지, 두 명이 입어도 남을 것 같은 오버사이즈 티셔츠.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던 ‘오버사이즈’의 예시가 이 정도였다면, 베트멍은 또 다른 스타일을 제시했습니다. 긴팔 원숭이처럼 길고 긴 소매! 손등을 덮는 건 물론이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매라고 부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오버스러운’ 것들이 지난 시즌 베트멍을 필두로 이번 시즌엔 물 만난 고기처럼 여러 브랜드를 휘젓고 있습니다. 길이로 승부하는 MSGM, Y-3, 우영미 외에도 고전 의상처럼 소매의 폭까지 확장한 라프 시몬스 등 디자이너들이 소매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덕에 올겨울엔 장갑을 생략해도 될 듯 하네요!



editor 김민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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