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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상'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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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미술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아왔습니다. 올해의 주인공은 3명과 한 팀의 한국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사회와 문화 전반에 깔린 무감각하고 무관심적인 정서를 벼린 시선으로 꼬집으며 우리가 쉬이 간과해서는 안 될 한국 미술의 방향에 대해 노골적으로, 또는 위트 있게 질문을 던집니다.


1 What You See is the Unseen Chandeliers for Five Cities, Installation ViewView, North Korean Machin
2 Museum Display, Installation View in Museum Modern(2000-2010)


심연처럼 검은 바탕에 거대한 샹들리에가 휘황찬란합니다. 너무 사실적이라 사진인 듯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라는 걸 확인하고 놀라게 되죠. 함경아의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류층의 욕망을 샹들리에로 표현한 이 작품은 디지털 프린트한 자수 본을 북한의 공예가들에게 비밀스럽게 의뢰한 결과물입니다.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 돌아온 작품은 일부 실종됐거나 처음에 의도했던 색상과 그 모양이 다릅니다. 다양한 우연성이 개입한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욕망이죠. 함경아는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현대사회를 둘러싼 거대한 이데올로기와 사회의 숨은 진실을 풍자해 보여줍니다. 영상 설치 작업인 <허니 바나나Honey Banana>는 바나나에 얽힌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거대한 세계 무역의 어두운 이면으로 확대시켜 나갑니다. 그녀가 현지 식당에서 몰래 훔쳐온 식기들을 진귀한 컬렉션처럼 꾸며 전시한 <Museum Display>는 문화유산의 어두운 진실을 조명하죠.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예술이고, 또 예술가의 역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함경아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1 RW01-001, 127x169cm, Digital Print(2004)
2 RW02- 012, 180x225cm, Digital Print(2006)


“나는 진지한 역사를 기록하는 작가도 아니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도 아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원하는 것을 찾아 다니고 왜곡하고 만들고 상상하며 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심하고 시니컬한 공상가일 뿐이다.” 가장 주목받는 젊은 사진가로 손꼽히는 백승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이미지란 결국 각자가 만들어낸 허상과 믿음 속에서 수많은 진실로 부유하는 어떤 것일 뿐인데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백승우의 작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유학 시절에 수집한 다른 이의 사적인 사진을 재구성한 <Memento>, 검열에 의해 잘려 나간 사진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는 <Blow up>, 실제로 있을 법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손에 의해 재구성된 <Utopia> 등 그는 변형되고 조작된 현실의 이중성 혹은 현실과 가상을 혼합하고 대비시키는 작업을 통해 사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탐구합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에서 사실 혹은 진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사실과 다르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죠. 그의 작품은 단순히 보고 받아들이는 사진이 아니라 느끼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1 수몰될 보호수 - 공익사업을 위한 수목, 자연석이 위치한 곳, 내성천 주변(2013)
2 폭포, 가변 크기. 벽 위에 아크릴(2013)


‛믹스라이스Mixrice’는 조지은과 양철모로 구성된 듀오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2006년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2010년 카이로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어요. 믹스라이스는 사진과 영상, 회화 드로잉, 디자인, 글쓰기, 만화에 이르기까지 작업 영역을 폭넓게 아우릅니다. 이들은 ‘이주’라는 상황이 만든 기억, 흔적, 과정, 결과, 경로를 식물과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면밀하게 탐구하죠. 개발이 중단되어 흉물스럽게 방치된 마석가구공단의 풍경을 영상으로 포착하고, 400년 된 고목이 베어진 자리에 그 식물을 애도하며 상징물을 세우기도 합니다. 또한 이주 노동자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여성과 전화 결혼식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재촬영합니다. 이들의 작품에서 식물의 역사와 이주민의 역사는 묘하게 교차됩니다. 뿌리 내렸다가 다시 심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물과 이주민의 삶이 묘하게 닮아 있죠. 믹스라이스의 작품은 묵직한 여운과 함께 파괴와 억압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1 Beyond the Painting, 135x168x15cm, Mixed Media(2015)
2 Kim Eull, Untitled, 68x57x5cm, Acrylic on Canvas, Collage(2015)
3 Discovery 2, 73x62x15cm, Mixed Media(2010)


푸른색으로 가득 채운 유화 캔버스 가운데 글씨가 적힌 작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세상을 보고 들음이 익히 원만해질 때까지 충분히 산 후에 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존재의 가치에 대한 물음이 일어날 때… 이따금 바라보시오.” 긴 문구를 장식한 것은 다름 아닌 물음표입니다. 김을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느슨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잡화적 드로잉’이라고 표현한 작가의 말처럼 사회와 세계를 반영하는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써 나가듯 담담히 그려 나가죠. 진부하고 무거운 주제도 그의 손을 거치면 언제나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여과됩니다. 또한 그는 회화, 오브제, 사진 등을 활용한 다양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과 고민, 주변 사건 등을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오랜 시간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인형을 분해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작업실에서 커피를 마신 후 남겨진 종이컵 밑면을 따라 그린 원을 이용해 50mm의 평면에 일기를 쓰듯 수채화 붓으로 글씨를 새깁니다. 이처럼 특정한 주제나 장르의 구분 없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작업 태도는 예술가의 지성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드로잉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Editor 장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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