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LIFE /

[Travel] 유럽 여행 어디로? 이탈리아의 숨겨진 보물, 마르케

본문

 이탈리아 동북부에 자리한 마르케 Marche는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입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와인 리스트를 자랑하죠. 라파엘로와 로시니를 배출한 고장답게 예술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지역이지만 이탈리아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곳이라 일컬어지는 마르케! 자, 이 도시의 매력에 다함께 빠져보실까요? :) 

(위) 이탈리아의 낭만과 중세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르케 (아래) 아드리아 해와 면한 코네로 해변


 마르케의 매력 1. 시간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자연과 음식

 마르케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코네로 해변Conero Coast입니다. 코네로 산맥 아래에 자리한,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순백의 해변과 감청색의 아드리아 해가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이죠. 해변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어요. 바지를 걷고 해변을 따라 걸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로워졌습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바가 즐비해 마르케에서 여름 휴양지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죠. 

 항구 도시 세니갈리아Senigallia 역시 아름다운 해변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마우로 울리아시Mauro Uliassi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일곱 살에 셰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깊은 눈과 멋지게 넘긴 곱슬머리를 가진 이 남자는 생선 위에 올린 프로슈토와 오징어를 넓적하게 썰어 먹물 소스를 끼얹은 요리를 선보였는데, 어느 것 하나 감탄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맛있는 요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죠. 마르케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마르케를 여행하는 동안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겁니다.” 그가 후식을 내오며 이렇게 말했는데,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을 정도로 마르케는 혼자 오기 아까운 곳입니다. 


(위) 지중해의 햇살 아래 즐기는 저녁 식사 / 느긋함과 한가로움으로 가득한 도시, 예시 (아래) 아드리아 해로 번져오는 노을

  
 이탈리아는 어느 지역이나 자랑할 만한 와인을 가지고 있듯 마르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예시Yesi라는 중세 도시에서 생산되는 베르디키오Verdicchio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재배한 청포도 품종으로 적당한 산미와 농익은 사과 향이 멋지게 어우러진 와인이죠. “잘 숙성된 베르디키오에서는 상쾌한 신맛이 납니다. 양조장에 따라 포도를 늦게 수확하기도 하는데, 이는 산도를 낮추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마르케 와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에노테카의 시음 가이드인 안드레아가 와인을 따르며 말했습니다. “아몬드 향과 여름의 쌉싸래한 풀 향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시음해본 베르디키오는 정말 맛있는 포도주였습니다. 깊은 맛은 아니지만 상큼하고 향기로웠어요. 독특한 이 와인이 마음에 들어 프로슈토와 치즈를 집어 먹으며 꽤 많이 마셨는데, 이 매력적인 와인은 그렇지 않아도 속수무책으로 느긋한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만들었습니다. 


(위) 파라솔로 빼곡한 페사로의 해변 (아래) 중세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우르비노의 골목 / 아스콜리 피체노의 여유로운 풍경 


마르케의 매력 2라파엘로의 고향, 우르비노

 우르비노는 화가 라파엘로가 태어난 도시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로 19세기 초 신고전주의 양식이 유행하기까지 3세기 이상 서구 회화의 지존 자리를 지킨 인물이죠. 그가 남긴 ‘아테네의 학당’은 웅장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명망 있는 철학자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우르비노 시내에는 14세기에 지어진 라파엘로 생가가 보존되어 있는데, 중정을 품은 3층짜리 저택엔 생전에 그가 사용했던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고, 화구를 놓곤 했던 자리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물론 이곳에는 라파엘로의 흉상도 있는데, 그 앞에 선 어떤 여인이 5분째 그 앞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를 누린 도시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Federico da Montefeltro. 이탈리아 최고의 용병으로 활약했던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 돈으로 르네상스 초기에 지어진 궁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을 지었어요. 그는 궁을 장식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미술가들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라파엘로를 비롯해 ‘회화의 군주’로 불리는 티치아노의 작품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걸작 ‘세니갈리아의 성모’ 등 눈부신 르네상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답니다. 

(위)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끈 우르비노의 두칼레 궁전 (아래) 두칼레 궁전의 천장에 그려진 그림 / 라파엘로 생가에 전시된 그의 그림 


마르케의 매력 3거리 가득한 오페라의 선율 

 우르비노에서 차로 4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9만 의 도시 페사로. 아드리아 해를 접하고 있는 이 도시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1792년 페사로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에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열네 살에 오페라를 만들었어요. 그가 첼로와 피아노,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운 곳은 볼로냐 음악학교였는데, 지루한 수업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바그너를 기념하는 독일의 바이로이트, 모차르트를 기념하는 잘츠부르크와 함께한 음악가에게 증정한 축제가 있는 도시가 바로 페사로입니다. 그만큼 로시니에 대한 페사로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죠.” 1819년에 설립한 유서 깊은 로시니 극장TeatroRossini의 음악감독인 안토니오는 매년 8월 열리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이 되면 전 세계 오페라 마니아들이 이곳 페사로로 몰려든다고 자랑합니다. 내 한켠에는 1882년 로시니의 유산으로 세운 로시니 음악학교Conservatorio di Musica도 있습니다. 

(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페사로 해변 (우) 고풍스러운 도시 아스콜리 피체노

로시니만 보고 페사로를 떠나기 아쉽다면 페사로 해변Pesaro Coast에 들러볼 것을 권합니다. 각양각색의 파라솔이 빼곡하게 늘어선 해변이 마치 해운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또한 해안을 따라 화려한 클럽과 부티크 호텔들이 늘어서 있어요. 

아스콜리 피체노Ascoli Piceno는 로마보다 오래된 도시입니다. 아링고 광장의 산 에미디오San Emidio성당에는 르네상스 화가 카를로 클리벨리의 폴립티크화가 있으며, 바로 옆에 위치한 시청 내부에도 시립 미술관이 있습니다. 아스콜리 피체노의 뜨거운 햇빛이 부담스럽다면 시티 사이팅 열차 ‘아스콜리 익스플로러’를 타보세요. 도시의 명소들을 손쉽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위) 마르케의 주도 안코나 (아래) 페사로의 로시니 극장 / 로시니 음악학교 내부 


마르케 100% 즐기기

FOOD 
(1) 우르비노의 우르비노 리조트Urbono Resort 레스토랑에서 맛본 염소 치즈를 올린 파스타는 ‘파스타는 역시 이탈리아!’라는 감탄을 쏟게 합니다. 13시간 동안 찬물에 담가 부드럽게 숙성시킨 송아지 스테이크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입에 들어가자마자 눈처럼 녹아내렸습니다. / 문의 +39-0722-580305
(2) 코네로 해변에 자리한 라 토레La Torre는 탈리아텔레로 유명한데, 이탈리아 가정식으로 우리나라 칼국수처럼 납작한 면으로 만든 파스타의 한 종류입니다. 밀가루에 달걀을 넣은 반죽이 병아리 색을 띠고 있어요. 면이 유난히 쫄깃쫄깃한데, 함께 넣은 조개와 새우 같은 해산물이 파스타의 풍미를 한껏 살려줍니다. / 문의 +39-071-933047 www.latorrenumana.it

STAY 
안코나 공항에서 약 25분 거리의 산 피에트로San Pietro호텔 몬테코네로Hotel Monteconero가 있습니다. 12세기 수도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호텔로 재단장한 것으로, 고풍스러운 외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죠. 해발 550m의 산자락에 자리해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장점이에요. 아드리아 해의 멋진 풍광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객실은 모두 50개. / 문의 +39-071-9330592 hotelmonteconero.it

ENJOY 
(1) 프라사시 동굴Frasassi Cave은 1971년에 발견됐어요.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광을 연출하죠. 관람객에게는 약 1.5km 구간만 개방하며, 관람하는 데 약 1시간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동굴 내부의 기온은 연중 14°C로 일정한대요. 동굴 앞에 있는 자그마한 수도원인 산 비토리오 델레 키우제S.Vittore delle Chiuse도 함께 돌아보면 좋습니다. / 문의 +39-0732-90090 frasassi.com

(2) 페르모에는 로마 시대의 지하 물탱크Le Cisterne Romane가 있습니다. 무려 2천년 전에 만들어진 모두 15개의 홀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질 유지를 위해 기온이 1년 내내 14℃로 유지된다고 해요. 도시 아래 강에서 끌어올린 물을 정화하는 데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페르모 프리오리Priori 궁전은 1590년에 완성됐습니다. 루벤스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있으며, 이 미술관은 시립 도서관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1722년에 제작한 거대한 지구본이 있는데, 물론 한국도 그려져 있어요. 이 밖에도 6천여 권의 희귀본과 2천여 점의 드로잉을 소장하고 있으며, 서가에 꽂힌 40만 권의 고서는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 문의 +39-0734-217140 fermo.net

(3) 예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피아스트라 수도원Abbazia Fiastra은 베네딕토 수도회의 법률을따르는 수도회입니다. 이곳의 수도사들은 여전히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절제된 생활을 하지만 일반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수도원을 돌아볼 수 있죠. 수도원은 1,800㎡에 달하는 자연보호구역 안에 자리 잡고 있는데 카페, 레스토랑 등과 함께 어우러져 소풍 온 듯 수도원 나들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 문의 www.abbadiafiastra.net



Writer & Photographer 최갑수 (프리랜서) 


RELATED CONTENTS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