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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와인 라벨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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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 술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속에 담긴 사연도 
흥미로워요. 와인 라벨에 숨겨진 8가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샤토 무통 로칠드 Ch. Mouton Rothschild

보르도 5대 특급 와인 중 하나인 무통은 와인 자체도 훌륭하지만 라벨 때문에 애호가들의 수집 1순위 대상입니다. 로칠드 가문에선 매년 화가들에게 와인 라벨로 쓰일 그림을 주문합니다. 놀라운 건 그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죠. 샤갈, 피카소, 달리, 미로, 칸딘스키, 워홀, 심지어 영국의 찰스 황태자까지 동참했으니까요. 올해 출시된 2013년 빈티지는 이우환 화백이 작업한 것으로, 훌륭한 와인이 오크 통에서 숙성되어가는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돈나푸가타 앙겔리 Donnafugata Angheli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표 와이너리인 돈나푸가타는 4대째, 150년 넘게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요. ‘돈나푸가타’라는 명칭은 1세기 부르봉 왕국 페르디난도 4세의 아내 마리아 카롤리나가 나폴리 왕국에서 도망쳐 몸을 숨긴 은신처의 이름입니다. 와이너리 이름에 얽힌 사연 덕분에 돈나푸가타 앙겔리의 라벨에는 말을 타고 도망가는 마리아 카롤리나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죠. 

몰리두커 걸 온 더 고 Mollydooker Girl on the Go NV

몰리두커의 오너인 스파키는 오직 무거운 보디감의 레드 와인만 고집합니다. 이에 반해 그의 아내이자 공동 오너인 사라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도 만들자고 그를 계속 설득했어요. 결국 그녀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만든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선보였죠. 그래서 이 라벨에는 남성적인 와인만 있었던 몰리두커에 자아가 강한 여성적인 와인도 더해졌다는 의미에서, 바이올린 수업을 마친 학창 시절 사라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오퍼스 원 Opus One

1976년,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과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패배했습니다.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이죠. 듣도 보도 못한 미국 와인에게 1위를 내어준 프랑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어요. 샤토 무통 로칠드의 필립 로칠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3년 뒤, 그는 자신의 와인을 이긴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와 합작해 오퍼스 원을 탄생시켰어요. ‘교향곡 1번’이라는 이름처럼 최고의 두 와인메이커가 작품을 만들었고, 라벨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함께 넣었습니다. 

카버네 소비뇽 Tussock Jumper Wines Penguin Cabernet Sauvignon

붉은 스웨터를 입은 마젤란 펭귄은 다른 펭귄들과는 달리 추운 걸 무척 싫어해 아르헨티나 남부에 살고 있어요. 투썩 점퍼 카버네 소비뇽도 아르헨티나에서 만듭니다. 미국이나 호주의 카버네 소비뇽처럼 탄닌이 강하고 묵직하지 않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만들어 과일의 풍미가 살아 있고 맛이 부드럽죠. 추위를 싫어해 따뜻한 곳에 살며 빨간 스웨터까지 입은 펭귄처럼 반전의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뮤즈 부셰 와인바 Amuse Bouche Le Bar à Vin

미국의 컬트 와이너리인 아뮤즈 부셰 또한 매년 작가들의 작품을 라벨로 사용합니다. 다만, 현재 주목받는 가장 현대적인 아티스트에게 의뢰하죠. 2012년 빈티지의 경우, 프랑스 작가인 마크 클로자드가 작업했습니다.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 잔을 들고 있는데, 와인 잔을 웨이터에게 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이런 묘한 매력과 여성적인 우아함은 와인의 맛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찰스 스미스 쿵푸 걸 Charles Smith Kungfu Girl

쿵푸 걸을 만든 와인메이커 찰스 스미스의 별명은 ‘와인계의 악동’입니다. 록 밴드 매니저를 했던 그가 긴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독특한 매력의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의 이상형은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인 리슬링처럼 ‘예리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순수한 여자’입니다. 쿵푸 걸은 이런 리슬링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낸 와인이에요. 라벨 속의 쿵푸 소녀는 무술을 할 줄 아는 강한 면을 지녔지만 옆집 소녀 같은 귀여운 이미지입니다. 

샤토 라 네르트 샤토네프 뒤 파프 Chateau La Nerthe Chateauneuf du Pape

샤토네프 뒤 파프, 우리 말로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입니다. 이렇게 이름 짓게 된 역사적 배경엔 아비뇽 유수가 있어요. 13세기 말, 프랑스 국왕의 눈치를 봐야 했던 교황 클레멘스 5세가 교황청을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긴 것이죠. 그의 뒤를 이은 요한 22세가 샤토네프 뒤 파프에 포도밭 건설을 추진했고, 지금도 교황의 와인을 생산했던 전통의 표시로 이곳의 와인 병에는 교황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editor 이정윤
photographer 권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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